1987

글 입력 2018.01.24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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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되어 마주한 1987


 고등학교 현대사 시간에는 사건이 일어난 순서를 외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어떤 사건이 왜 일어났고, 그 사건이 다음 사건과 어떻게 연결이 되고, 시험에 자주 나오는 사건은 무엇이고. 당시의 나는 문제를 풀고 맞추기에 급급한 처지였기 때문에 현대사의 여러 사건들 속 당사자들에게 공감할 여유는 없었던 것 같다. 역사 쪽을 전공으로 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에 입학한 뒤 현대사는 점점 자연스럽게 멀어져갔고,대학에 입학하고 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것도 영화관에서 그 시대의 모습을 마주했다.

 영화를 보며 계속 눈물이 났다. 미안하고 죄송했다. 고등학교 시절, 현대사 속 사건들 혹은 인물들에 대해 더 깊게 알아보려고 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대학에 가서, 꼭 이 사람들처럼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던 나였다. 하지만 너무도 오랜 시간 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다.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은 결코 처음부터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고 끝까지 믿고 바라던 사람들의 희생을 통한 값진 결과물이라는 것을. 그들의 희생이 헛되이 되지 않기 위해서 나 또한 좋은 세상을 바라고 노력해야한다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일들임에도, 내 전공이 아니라는 이유로, 내 생활이 바쁘다는 이유로, 지금으로부터 멀지 않은 과거에 목숨을 걸고 부당함에 맞서 싸웠던 사람들을 내 기억 속에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만든 것만 같아 죄송했다. 너무 오랜만에 마주한 역사는 여전히 아프고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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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만 규정해서는 안 될 과거

 
 영화 1987은 현재 예매율 4위를 달리며 사람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있다. 현대사가 낯설게만 느껴지는 청소년들을 위한 역사 교육 자료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나 또한 1987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중요한 역사를 잘 다루고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흥행한 영화 속 인물들은 대상화되거나 우상화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나는 영화 1987 속 인물들을 어떤 특출난 영웅으로 바라보는 것은 지양해야 할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역사 속 인물들은 평범한 직장인, 옆집 아저씨, 혹은 내 친구, 어쩌면 우리 자신일 수도 있다.

 영화를 보고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영화 속 장면들 혹은 인물들이 우리와 결코 동떨어진, 단절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옳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가졌던 사람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얻어낸 자유 속에서, 오늘날의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후에 그들과 마주했을때 부끄럽지 않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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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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