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식탁 위의 행복, '킨포크 테이블'에서 찾다.

정성은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글 입력 2018.01.2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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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고 초대가 있다. 과거의 기억이 담긴 음식을 지금 내 친구들과 나누는 것이다. 음식은 혼자 먹으면 연명에 가깝지만, 두 명 이상 나누어 먹으면 문화가 된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음식을 만들고, 상차림의 기준이 정해지고, 매너가 생기고, 대화를 나누게 된다. 식탁위엔 함께 모인 사람들이 공감하는 미학이 생겨난다. 초대라는 말은 같이 사는 가족에서 대가족으로, 친지로 그 공감과 공유의 범위를 넓힌다는 것이다. 부엌에서 이 모든 것이 시작되고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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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심코 침대에 걸터앉아 집어 들었다가 그 자리에서 단숨에 다 읽어버린 <킨포크 테이블>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문득 몇 달 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나는 새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친구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한 적이 있었다. 나는 집들이 며칠 전부터 필요한 식재료와 물품들을 메모하면서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하루 전날 밤에는 친구들의 취향을 고려해서 빼야 할 재료, 넣으면 좋겠다 싶은 재료들을 체크해보며 레시피 목록을 구상했다. 내가 가장 자신 있는 요리, 평소에 맛있었던 요리가 무엇이었는지, 어떤 스타일의 식탁을 꾸려야 좋을지 고민하면서 이리저리 썼다 지웠다 행복한 고민에 휩싸이다 창밖이 밝아오던 그제 서야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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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리던 집들이 날, 고맙게도 친구들은 마치 입장료처럼 양 손 가득 선물을 챙겨왔다. 유용하게 쓰일 샐러드 보울이나 세정제, 휴지, 간식거리, 실내화, 디퓨저 등을 곳곳에 위치시켜 놓으니 혼자 지내는 텅 빈 방이 아닌 손님을 맞을 수 있는 그럴싸한 집들이 풍경이 갖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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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부엌 공간에 들어설 수 있는 자리는 나 하나뿐이었지만 우리는 서로 번갈아가며 정리를 돕거나 요리를 도우며 식탁을 꾸리고 완성하는 과정을 함께 했다.

 킨포크의 식탁에 담긴 이야기들은 비단 레시피만을 공유하는 내용들이 아니었다. 함께하는 기쁨이 서려있는 식탁을 만들기까지의 장면들과, 그 식탁에 앉아 음식을 ‘같이’ 먹는 장면에서 드러나는 순간의 행복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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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식탁에 담긴 행복도 이와 마찬가지였다. 그 날 우리는 부랴부랴 움직이며 낑낑대긴 했어도 직접 만들었다는 것에 의미를 둔 몇 가지의 요리들을 직접 고른 식기에 정성스레 담아 나누어 먹었다. 어떤 레시피를 굳이 참고하지 않고 내 식대로 만들었던 음식들이었지만, 잘 먹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빈 접시들이 하나하나 늘어갈 때마다 내 마음은 ‘행복’으로 채워졌다.

 마치 이 날만을 기다렸다는 듯 집안을 비추는 노을의 조명까지. 오가는 대화 속의 잔잔한 온기가 유독 집안에 가득하던 날이었다.

 행복은 의외로 쉽고 간단했다. 7-8평 남짓한 방에서 네모난 작은 식탁 하나를 두고 9명의 친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지만, 식탁에 놓인 몇 가지의 요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함께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한 저녁이었다. 몸은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였지만 서로를 대하는 눈빛과 몸짓들에는 따뜻한 배려와 애정이 서려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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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접대는 모두에게 각기 다른 형태일 수 있다. 하지만 요리를 해서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는 것이 경험을 나누고 대화를 하고 음식을 함께 먹는 것에 대한 진정한 관심에서 시작된다면 잘 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음식을 태우거나 그릇이 세트가 맞지 않아도 대수롭지 않다. 소박한 수프와 거친 빵 한 조각만으로도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은 매우 간단하다.’


 그 날은 킨포크 테이블에서 느꼈던 식탁의 온기들을 다시금 마주할 수 있었던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그토록 추구하던, 원하던 휘게 라이프(Hygge life)의 일면은 어쩌면 나의 일상에서도 엿볼 수 있었던 라이프 스타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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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릇을 내놓기까지의 소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해서 그만큼 정성이 가득하다거나, 간단하게 만든 요리라고 해서 정성이 없는 것이 아니다.

 정성은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비록 소소한 식탁을 차린다 할지라도 그릇에 담긴 정성과 행복이 향하고 있는 대상과 마주하여 자리를 함께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은 배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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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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