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허상에 갇힌 욕망의 굴레 '오셀로와 이아고' [공연]

통제 불능의 탐욕과 질투에서 헤어나지 못한 인간의 내면을 그려낸 작품 '오셀로와 이아고'를 만나다
글 입력 2018.01.23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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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허상에 갇힌 욕망과 질투의 감정이 이성을 지배한 순간 인간은 통제 불능의 탐욕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이기심과 허영심으로 가득 찬 욕망은 현실에서의 자신을 부정하고, 끝없는 야망을 품게 만든다. 욕망은 늘 불안과 초조감을 동반하기에 탐욕에 물든 마음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희대의 악당이라 불렸던 이아고의 최후가 불행했던 것처럼 언제나 이야기 속 악인의 최후가 행복하지 못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가장 현대적인 작품 <<오셀로>>에서는 절제를 잃어버린 인간의 욕망과 열등감으로 시작된 질투가 만났을 때 얼마나 끔찍한 비극을 낳게 되는 지 말하고자 한다.
 
 탈춤과 고전의 만남인 <오셀로와 이아고>는 우리의 전통 춤사위를 통해 주인공들의 내적 심리 변화와 갈등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표정을 알 수 없는 탈을 쓰고, 말과 몸짓으로 오셀로와 이아고, 데스데모나의 변화하는 미묘한 심리를 표현하는 춤은 간결하면서도 강렬했다. 서양의 고전과 우리의 전통 탈춤으로 재탄생한 이번 작품은 신뢰 없는 사랑에 한없이 무너져버린 오셀로와 그가 끊임없는 의심을 품게 내몰았던 이아고, 그리고 그들의 어리석음으로 비참한 죽음을 맞게 된 데스데모나를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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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데모나의 이면을 그려내다


 데스데모나를 향한 오셀로의 사랑은 이아고로 인해 변질되어갔으며, 믿었던 사랑에 대한 배신감으로 그들은 서로에게 깊은 상처와 아픔을 주었다. 특히 이번 작품 <오셀로와 이아고> 에서는 데스데모나의 이면을 표현하는 데 초점을 두고,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탈춤들을 선보이고자 했다. 사실 데스데모나는 순종적이고, 소극적인 모습의 정숙한 여인으로 보일 수 있으나 상당이 활달하고 진취적인 여성의 면모도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데스데모나의 모습은 오셀로를 만나면서 좀 더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극에서는 데스데모나의 이러한 변화를 강령탈춤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극의 초반에는 강령탈춤의 염불이라는 장단에 추는 춤을 통해 온실 속 화초와 같았던 데스데모나를 표현했다.

 그리고 극이 전개되면서 점점 달라지는 데스데모나의 심리 변화를 강령탈춤의 기본무를 차용해 작품 속에 담아내었다. <오셀로와 이아고>는 기존의 데스데모나를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하는 방식으로 다가갔으며, 그 이면적인 모습을 탈춤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굉장히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극의 마지막에서 데스데모나가 탈에 짙게 그린 립스틱을 지우며 피로 빨갛게 물든 채 죽음을 맞은 부분이었다. 오셀로를 만나 행복했던 그녀는 웃음을 잃었고, 사랑하는 이에게 죽임을 당한 그녀의 마지막 모습은 비참했다. 결말은 비극이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데스데모나의 새로운 해석과 안무자의 역동적이고, 입체적인 탈춤의 표현은 오셀로와 이아고 역할만큼이나 굉장히 강렬하고,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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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의 새로운 만남


 작품 <오셀로와 이아고>는 무대 연출이 돋보였던 탈춤극이었다. 무대는 붉은색 바닥 위에 하얀 소금으로 뒤덮여져 있었으며, 이러한 무대 연출은 공간적인 부분을 활용해 주인공들의 심리를 더 극대화시키고,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 주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음악이 탈춤극의 이해도를 높이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는데, 국악기와 서양악기가 함께한 연주는 전통과 현대 음악의 접점을 이루며 마음을 숨기는 탈의 감정과 심적 변화들을 대변하기도 했다. 음악그룹 ‘나무’ 는 전통적인 우리 소리의 구음과 대금, 아쟁, 장구의 장단과 함께 현대적인 음악 요소들을 가미해 전통음악 기반의 다양하고 새로운 음악들을 작품에 담아내며 전통의 현대화에 많은 역할을 했다. 그래서 <오셀로와 이아고>에서는 음악에 따라 전통 탈춤뿐만 아니라 현대적인 춤도 함께 어우러져 극의 중간 중간 재미와 웃음을 주기도 했다.
 
 전통 연희극 중에서도 탈춤극은 사실 일상에서 보기 드문 공연으로 같이 공감하고 즐기기에는 어렵고 힘든 부분이 많다. 이번 작품 <오셀로와 이아고>는 고성오광대, 하회별신굿탈놀이, 강령탈춤 등의 우리 전통적인 춤사위를 느끼며,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탈춤극을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당시 사회를 풍자하고 비판했던 탈춤은 엄격한 계급사회에서 웃음과 해학으로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는 대표적인 전통 민중예술이었다. 이번 탈춤극은 현시대에 공감할 수 있는 전통 탈춤의 새로운 시도로 우리 전통 예술을 알리는 데 더욱 뜻깊고 의미있는 귀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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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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