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대책소] Episode1. 밤에 우리 영혼은(Our Souls at Night)

취향대책소의 첫 번째 에피소드
글 입력 2018.01.16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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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대책소] Episode1.
밤에 우리 영혼은
(Our Souls at Night)



취향대책소
(취향 ; 대상을 책임지고 소개함)



 오늘은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를 H가 책임지고 소개하기로 했다. H가 추천하는 영화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밤에 우리 영혼은(Our Souls at Night)>이다. 이들의 대화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한다.


H N는 미리 보고 왔지? (기특하네) 어땠어?

N 나는 네가 노인?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 영화가 보고 싶다고 했던 것이 기억나. 그러고 나서 아마 네가 이 영화를 봤던 거 같아. 그 때 내가 노인의 사랑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을 처음 봐서(저런 구체성을 처음 봐서) 오, 그런 영화를 따로 찾아도 보는 구나했지.

H 우리 추천하기로 한 첫 번째 주제가 사랑이었잖아. 그래서 사랑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해봤는데. 딱 떠오르는 주제가 노인의 사랑이었던 거 같아. 왜인지는 나도 구체적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 혼자 남게 되었을 때 뒤늦게 찾아오는 사랑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었어.
마치 영화나 소설을 보면 그 사람이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인 것에 대한 영화가 굉장히 많잖아. 근데 사실 여성과 남성의 수명 차이는 크고, 인생은 길고, 분명 그 뒤에 있을 사랑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던 차에…….

N 맞아. 나는 네가 알다시피 사랑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는 사람인데, 나야말로 현재의 사랑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마치 그 사랑이 영원할 거라고 믿는 사람 중에 하나인 거 같아.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면서 이미 늙은 사람들, 각자의 인생과 사랑을 이미 수없이 경험한 사람들이 다시 사랑하고, 젊은 연인들처럼 서로를 찾고 그리워하는 게 낯설지만 보기에 좋았어. 신기했어.

H 가장 좋았던 장면은 뭐였어?

N 마지막 장면. 두 사람이 전화를 오래 하는 장면. 그리워하고 돈 쓰고 선물하고… 돈을 쓴다……. 그 장면이 여태껏 젊은 연인한테 한정되었던 장면이었던 거 같아. 요즘 드라마에 젊은 연인의 사랑은 항상 그런 장면으로 연출되잖아.

H 나도 마지막 장면 되게 좋았어. 특히 서로 전화 건 것에 대해서, 온 것에 대해서 기뻐하며 잠드는 장면이 좋았어. 근데 굳이 더 좋았던 장면을 꼽자면, 두 사람이 아예 대놓고 ‘이게 뭐 어때서’하면서 거리로 나서는 장면이 나오잖아. 그 때 두 사람 모습이 정말 예뻤어. 한 편으로 이런 장면이 보통 사랑 영화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다가 이제야 나오는 건, 그간 정말 젊은 사람들의 사랑이 주로 다뤄졌다는 걸 증명하는 것 같아. 그래서 이 장면이 더 특별해 보여. 한편으로는 ‘늙었는데 무슨 사랑이야’라는 사람들의 시선, 편견을 확실히 보여주는 장면, 그리고 그것을 깨부수는 장면이었던 것 같아. 그래서 멋있었어. 그리고 두 사람이 은근 그 시선을 즐기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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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여기서 주로 나오는 것 중에 하나가, 두 사람이 하나씩 과오를 가지고 있잖아. 루이스는 가정을 버렸던 것, 애디는 딸 잃은 슬픔으로 아들에게 무심했던 것. 그러니까 이들은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거보다, 이미 주어진 게 많다는 느낌이었어. 그래서 애디의 아들도 이렇게 얘기하잖아. “저 사람이랑 정말 좋아하는 관계냐”고. “지난 날의 과오를, 루이스가 한 잘못을 생각해보라”고. 과거를 되짚게 만드는 질문을 하지. 두 사람의 관계가 사랑보다는 약간 노망난 관계인 것처럼. 이런 질문을 받는 것부터가 이 사람들이 늙은 사람이기 때문인 거지. 늙은 것이 사랑의 장애물이 된 거야.

N 맞아. 일단 늙은 사람들이 사랑 영화에 주인공이 되었다는 거 자체가. 늙음을 큰 특징, 가장 중요한 전제로 삼은 거 같기는 해. 그래서 어떤 행동이든 ‘늙은 사람들의’ 행동, 이렇게 수식어가 붙었던 거 같아. 그것이 그들한테 장애가 되었던 것도 맞고. 그리고 아마 그래서 그들이 그 전제를 배반하고, 뭔가 불문율을 무시하고 사랑하는 부분이 더 아름답게 보이는 거 같아.

H 공감해.

N 근데, H가 평소 생각하는 사랑은 어떤 거야?

H 난 그걸 잘 모르겠어서, 계속 찾아보게 되는 거 같아. 사실 로맨스 영화라고 하면 뭔가, 다들 ‘그렇게’ 얘기하는 것이 있잖아. 편견이나 선입견이 있다고 해야 하나. 근데 그것조차도 난 잘 모르겠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생각하는 사랑을 얘기하자면, 무엇이든 걸림돌이 하나쯤 있는 것?

N H이가 생각하는 사랑은 걸림돌이 있는 것이다?

H ‘걸림돌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근데 이게 유독 이 영화에서는 그게 과거의 무언가가 되는 게 특별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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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생각나는 다른 이야기가 있었어? 이걸 보면서.

N 음.. 무엇보다 난 사랑 영화 중에서도 이런 소재의 영화를 거의 안 봤던 거 같아. 그래서 소재적 특별함이 컸고. 또. 조금 애매했어.

H 무엇이?

N 네가 말한 대로 두 사람이 이미 주어진 것이 많은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자꾸 두 사람이 갓 시작한 사랑에 대해서 얘기가 깊게 전개되는 게 아니라, 다른 이야기들, 그러니까 그 두 사람의 감정이나 서로에 대한 마음이나 그런 거보다 다른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았다고 생각해.

H (공감하며) 부수적인 이야기들.

N 그래서 이 영화는 내가 그간 봐왔던 사랑 이야기랑 결이 다르다고 생각했어. 이전에 본 영화들처럼 치열하거나 정열, 열정…….

H (적절한 단어를 찾은 듯) 끓어오르는 그런 게 아니지?

N 응. 단순히 끓어오르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모로 내가 평소에 생각했던 사랑의 모습이랑 달랐어. 내가 평소에 생각한 사랑은 막 어쩔 도리가 없고, 하나를 위해서 전부를 포기해야 하고 그런 식이었는데. 이 영화의 사랑은 정말 말 그대로 ‘동반자, 누군가랑 함께 삶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어. 그간 봐왔던 사랑 이야기와 다른 결의 사랑 이야기를 보며 낯섦 또는 애매함을 느꼈었던 같아. 어쩌면 아쉬움일 수도 있겠다.

H 난 애매했다기보다는 와 닿았다라고 얘기하면, 틀렸나?

N (어깨 으쓱)

H 너랑 비슷한 이유로 와 닿았어. 같은 이유로라도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면 이해할지 모르겠는데.

N 그니까 정열, 그런 게 아닌 것에서…….

H 스며드는 느낌! 그래서 더 와 닿았어. 우리는 사랑이 정열적인 이유가 부딪히기 때문이잖아(H의 주관적인 생각). 근데 이 영화 속 인물들은 부딪힌다는 느낌보단 외로움과 빈자리, 이런 무너져있던 것들이 스며들며 합쳐지는 것 같았어. 그래서 좋았어. 그런데 그것이 너에게 애매함이었다면 나는 오히려 더 와 닿는 부분이 된 거지.

N 글쿠나. 나는 이번 영화를 통해서 내가 여태 생각했던 사랑에 새로운 이미지들이 추가된 느낌이야. 정말 너의 취향으로 인해 뭔가 새롭게 소개받은 느낌이지. 내가 아마 너랑 이 프로젝트를 하지 않았다면 과연 봤을까 싶은 영화지. H가 사랑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기회가 된다면 더 듣고 싶은 마음이야. (나랑 완죤 다른 세계일 거 같기 때문...)


 우리의 추천이 당신에게 새로운 세계를 소개하길 바란다. 가봤더니 별로일 수도 있고, 애초에 발들이기도 싫을 수 있지만, 어쩌면 이거야 말로 당신이 찾던 바로 그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다음 에피소드는 N이 ‘기억’을 주제로 한 영화를 추천할 것이다. 기대하시라(개봉박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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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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