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시 본, 컨텍트 (Arrival. 2016) [영화]

글 입력 2018.01.0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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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특성상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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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텍트(Arrival, 2016)

장르: 드라마, SF, 스릴러
국내개봉일자: 2017.02.02
감독: 드니 빌뇌브
에이미 아담스(루이스 역)
제레미 레너(이안 역)



> ‘인터스텔라가 이과의 SF라면, 컨텍트는 문과의 SF이다.’

 
 이 감상평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은 영화, 컨텍트. 사실 SF에 큰 관심이 없음에도 시간을 쪼개서 혼자 영화관에 가서 본 이유 역시 저 감상평 덕분이었다. 익명의 누군가가 남긴 감상평 덕분에 나는 정말 소중한 영화를 알게 되었다. 컨텍트를 본지 거의 1년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 이 영화가 자꾸 생각났다. 영화를 보기 전엔 그 이유를 잘 몰랐는데, 보고나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요즘 내가 가장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답을 이 영화로 찾을 수 있었으니까.

 내 감상평을 이야기 하기 전에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영화의 원제는 ‘Arrival’이다. 개인적으로는 원제가 영화의 내용을 포괄하기에 훨씬 좋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는 원작이 존재한다. 작가 테드 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단편집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8개의 단편소설 중 하나로, 영화보다 훨씬 복잡하게 헵타포드에 대해 다루고 있다고 한다. 원작이긴 하나 영화와 소설이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묘사된다. 영화를 보면서 헵타포드에 대해 궁금했던 사람이라면 시간이 날 때 소설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 언어, 인식, 그리고 시간.


 시간의 흐름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생각하거나 가시적으로 표현해야 할 때, 과거를 먼저 떠올리고 앞에 적는다. 역사 시간에 봤던 연표를 생각해보자. 오래된 사실이 왼쪽에 혹은 먼저, 나중에 일어난 사건을 오른쪽에 혹은 나중에 적는다. 그런데 아랍권에서는 정반대이다. 아랍권에서는 왼쪽에서 시작해 오른쪽에서 끝난다. 이는 언어를 적는 방식과 연관이 있다. 왼쪽부터 글자를 써가는 것이 왼쪽이 시작이고 오른쪽이 끝이라는 인식하도록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피어-워프 가설’이 주장하는 바가 드러나는 지점이다. 언어체계가 사고체계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인식하는 시간은 ‘과거->현재->미래’ 이다. 순서가 존재해 현재에서는 미래에 대해 알 수 없다. 그리고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기에 현재는 과거가 되고, 미래는 현재가 되었다가 결국 과거가 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시간이 순서가 존재하는 선형 구조가 아닌 비선형 구조라면 어떨까 라는 가정이 이 영화를 이끄는 핵심이 된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사피어-워프의 가설’을 활용한다. 언어학자인 ‘루이스’ 가 갑자기 지구에 찾아온 외계 생명체 ‘헵타포드’와 소통하기 위해서 외계의 언어를 연구한다. 그 과정에서 루이스는 환상 같은 것을 보게 된다. 자신도 모르는 자기의 기억을 보는 것 같아 그녀는 혼란을 느낀다. 그녀는 헵타포드와 소통을 통해 그것이 자신의 미래임을 알게 된다. 그녀가 미래의 시간을 인식하게 되는 이유는 헵타포드의 언어가 비선형적 구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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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중간에 헵타포드어의 연구 내용을 설명하는 나레이션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그들의 우주선이나 신체처럼 그들의 문자에도 앞뒤 방향이 없다. 언어학자들은 이를 비선형 철자법이라 부른다. 그래서 이런 의문이 든다. 생각도 그런 식으로 할까? 두 손으로 양쪽 끝부터 어떤 문장을 쓸 경우, 써야 할 각 단어를 미리 알아야 한다. 얼마만큼의 공간이 필요할 지도. 이들은 복잡한 질문도 2초만에 쉽게 쓴다. 우린 그 답을 간단히 작성하는 데만 한 달이 걸린다.”


 헵타포드어는 원형이기 때문에 시작과 끝이 존재하지 않는다. 시작 지점이 종료 지점일 수도 있다. 이런 언어체계로 인해 그들의 사고체계도 비선형 구조로 형성되었다. 헵타포드가 질문에 대한 답을 2초만에 완성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들의 사고체계 역시 시작과 동시에 끝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고에서는 처음과 끝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에 시간의 흐름도 과거-현재-미래 의 방식으로 한정되는 인간의 개념과는 다른 것이다.



> ’비극적일 결말을 알고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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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이스는 헵타포드가 준 ‘무기’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낸다. 하지만 그녀는 이로 인해 자신의 인생에 일어날 엄청난 슬픔까지 알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같은 선택을 한다. 처음 영화를 봤을 땐, 그녀가 대단해 보였고 그녀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 것일까 하며 그 마음을 가늠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영화를 보는 지금 이 순간에는 나 역시 그러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죽을 것 같이 힘들고 슬픈 결말의 무게를 안다. 그 고통이 너무나도 커서 나를 잠식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다. 그 결말 때문에 순간마다 느꼈던 행복과 기쁨을 모두 포기할 수 있을까. 그 결말을 피해 다른 선택을 했다고 치자. 그 선택으로 주어질 나의 인생은 과연 얼마나 행복할까. 비극적인 결말로 인한 아픔 때문에 내가 너를 포기할 수 있을까. 존재 자체만으로 힘이 되었던 사람을 포기하는게 가능하기는 할까, 내가.


유정한 것들은 상처를 남긴다.
기쁨을 주었던 그 크기만큼
슬픔을 되돌려준다.

/@days4tripper On Twitter


 내가 누군가로 인해 많이 아프고 힘들다는 것은 내가 그 사람을 많이 좋아하고 소중히 여겼다는 의미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아픔도 고통도 시련도 주겠지. 하지만 그렇기에 그 아픔과 슬픔을 이겨낼 힘도 주지 않을까. 슬픈 결말로 아픔에 매몰되고 싶지 않다. 분명 행복했고 기뻤고 좋았던 순간들이었다. 상대로 그럴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행복을 주었던 순간을, 위로를, 용기를 기억하며 웃음짓고 싶다.


너를 만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다시 겪으라면
나는 그렇게 할거야.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장강명


    




예전부터 알고있던 노래임에도
그 노랫말이 달리 들릴 때가 있다.
내 경우에는 나의 상황이 달라졌거나,
그 노래에 담긴 이야기를 알게 되었을 때 그러더라.
이 노래는 둘 다 해당되는 것 같다.


넌 날 아프게 하는 사람이 아냐
수없이 많은 나날들
속을 반짝이고 있어 항상 고마웠어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얘기겠지만
그렇지만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싶어 질 때가 있어
너 같은 사람은 너 밖에 없었어
마음 둘 곳이라곤 없는 이 세상 속에

/가을방학,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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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P, JH.


[장수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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