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바이올린 현에서 흘러나오는 부드러운 물살,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의 로맨틱 크리스마스

글 입력 2017.12.2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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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바이올린 현에서 흘러나오는 부드러운 물살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의
로맨틱 크리스마스


현악기는 물이 흐르는 것 같은 소리를 낸다. 현을 가로지를 때마다 부드럽게 여러 음이 섞여 때로는 물살이 되고, 뱀이 되기도 한다. 연주자의 팔이 움직일 때마다 작은 몸체에서 끊임없이 그런 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바이올린은 심장에 문대는 것 같다는 표현을 쓴 적 있는데, 정확히 표현하자면, 바이올린에서 끝없이 흘러나오는 소리가 숨을 뱉지 못하게 한다. 특히 드보르작의 4개의 로맨틱 소품에서 마지막 부분은 길게 음을 늘여 뜨리는 부분에서는 첫 연주에 박수를 준비하는 그 관객 중 누구도 숨을 뱉지 못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의 공연은 섬세한 표현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단순한 느낌에 근거한 짧은 의견이지만,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연주와 퍼포먼스가 말 그대로 불을 뿜는 것과 같았다면, 임지영의 연주는 섬세하고 부드럽게 이글거리지만, 고열로 파란빛을 띠는 불과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사라사테의 바스크 기상곡과 비탈리의 샤콘느에서 가슴을 쥐어 잡힌 기분이었다. 연주자의 기교를 통해서만 번뜩일 수 있는 화려함이 아름다웠다. 연주자의 끝없는 연습과 열정의 결과라고 생각하니 곡이 화려할수록 더욱 실존적으로 느껴졌다. 바이올린의 곡에서 들은 피치카토는 오랜 시간 동안 이 자리를 빌려 능수능란한 기교에 넋을 놓고 있었던 사실을 고백한다. 외계인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참 우스운 일이다.

단 두 사람만이 무대에 올라 기묘한 소리를 내는 것에 집중력을 잃지 않고 심지어 그것에 코가 시큰한 경험을 한다는 것이 말이다. 음악만이 줄 수 있는 무엇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무대에 선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과 피아니스트 박영성에게 대사와 불필요한 움직임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직 악기와 함께 합주 되는 선율에 집중했고, 관객들은 그 합주에 감동하였다. 따라서 클래식만이 줄 수 있었던 '로맨틱'을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은 훌륭하게 수행했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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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연주를 들으면서 계속 인간의 마음을 가장 근접하게 표현하는 예술 매체가 있다면, 클래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선율 속에서 한가지 감정만을 불러일으키는 클래식은 없다. 한 곡에는 가슴을 에는 듯한 슬픔과 환희나, 지루함이 느껴질 정도의 평화로움과 단조로움을 반복하면서도 격정적인 분노가 함께 섞여 들어가 있다. 작곡가의 개성이 녹아들어 있지만, 작곡가의 의도는 음률이 가져다주는 다양한 해석의 중심적인 보석이 될 뿐, 그 자체가 되지는 못한다.

음악은 유난히 무의식과 닮았다. 작곡될 때는 철저한 형식을 지켰을 그것들은 악기를 통해 어떤 화음이 되는 순간부터 의식 속에 존재하던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감상자는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덮쳐오는 감동에 압도되고 빠져든다. 유난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분명 존재하는 감동이 음악 속에 존재한다. 그 감동은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빠져들게 한다. 그런 점이 참 우리의 마음 같지 않은가? 이해할 수 없는 감정들이 마구 뒤섞이고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것들에 지배되어 살아간다는 점이 말이다. 돌아오면서 스피커를 샀다. 이번 티켓팅에는 실패했지만 이번 신년은 베토벤의 9번 합창 라이브로 시작해야겠다.





< PROGRAM >


A. Dvořák
4 Romantic Pieces, Op. 75

C. Saint-Saëns
Introduction and Rondo capriccioso Op.28

P. Sarasate
Caprice Basque, Op. 24

P. I. Tchaikovsky
Souvenir d'un lieu cher, Op.42

G. Vitali
Chacon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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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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