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일상의 틈,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이 모두에게 필요하다. 책 '와비사비 라이프'

글 입력 2017.12.23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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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일상의 틈,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이
모두에게 필요하다

'와비사비 라이프'



"누구에게나 하루 중 마법의 시간이 있다."

-책 속에서-



이번 아트인사이트 문화초대로 만나게 된 책,
'와비사비 라이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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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프리뷰에서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매력이 드러나는 책이었습니다. 스스로 '와비사비 라이프'라는 것에 대해서 새로운 삶의 방식, 미니멀 라이프와 같은 것처럼, 실제로 버리는 것, 물질을 줄이는 방식을 가르쳐주는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게 온 책은 새로운 삶의 방식보다 기존에 우리가 스쳐지나가던 '일상'을 붙잡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나라를 소개하며 마주하는 각 나라의 와비사비 라이프, 어떠한 정답이 있는 삶의 방식이 아니라 각기 자신의 삶을 유지하되, 마음가짐을 바꿔가며 일상을 보는 눈을 바꾸는 것이 와비사비가 아닐까 싶습니다.

당연히 아름답지 않고 생기가 없다고 평가되는 시든 꽃을, 그 시든 꽃을 아름답게 보는 시선을 가지는 것, 나이와 주름 역시 그저 시간의 흐름이라 받아들이는 것,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정하는 것, 단순히 없는 것이 아니라 없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시선을 가지는 일, 그것이 와비사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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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런 시간이 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가장 하루 중 느긋한 시간, 무슨 일이 있어도 낙관적이 되는 그런 시간, 감성적으로 변하는 시간,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은 시간, 제게는 그런 시간이 있습니다. 책 속에서는 고요한 아침이나 저녁에 많이 찾아온다고 하는데 저는 조금은 애매하다 여겨질 수 있는 시간, 오후 3시입니다.

오후 3시라는 시간이 제게는 어떤 특별한 경험이 있거나 좋은 기억이 있는 시간은 아닙니다. 다만 느끼기에 거닐기에도 좋고 창가에서 햇살을 받아들이기에도 좋고 긴장하던 오전 시간이 지나고 아등바등 무언가를 끝내야 할 저녁 시간이 되기 직전 시간이기 때문에 좋아합니다. 365일의 오후 3시 중에서도 겨울의 오후 3시를 더욱이나 좋아합니다. 낮이 짧아진 만큼 다른 계절보다 오후 3시의 해의 높이는 낮습니다. 그래서 살짝 붉은 기운 더 도는, 언뜻보면 다른 계절의 오후 5시쯤은 된 것 같은, 그래서 건물들을 살짝 분홍빛 돌게 만들고, 추운 겨울 중에서도 따뜻한 햇살이 있구나를 실감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친구와 산책을 하다 그 시간에 매력을 깨닫게 됐습니다. 그래서 고백을 고민하던 친구에게 대뜸 이 시간에 고백을 하면 좋겠다라고 조언을 하기도 했죠. 적당히 긴장은 풀렸으며 밤과 같이 어두워 표정을 못 보지 않을 것이며, 새벽처럼 감상적이지 않아 네 마음도, 그 사람의 마음도 딱 그 자체로 전달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런 시간은 어떠한 인위적인 것으로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그 자체, 그 시간, 그 계절이 주는 어떠한 가치이겠지요. 본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것, 그것이 와비사비일 것입니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보다 본인의 시선으로 말이죠.

*

본 책 '와비사비 라이프'에서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는 것은 '집'과 '초대'입니다. 집은 가장 본인이 오래 머물고, 또 쉬는 곳이자, 사회에서의 나와 다른 집주인으로서의 나를 끄집어 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에 있어서, 꼭 무언가를 보이고 성과를 내야 하는 것에 있어서 본인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이기에 와비사비 라이프를 실천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죠. 그리고 와비사비 라이프에서는 타인과의 허물없는 소통도 중요시합니다. 지금 내가 대화하고 있는, 나와 차를 마시고 있는 이에게 집중한 초대, 그런 소소한 초대들이 모여 삶 속에서 중요한 시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라 말입니다. 요즘 친구들과 이야기를 할 때, 스마트폰은 필수적으로 곁에 있고, 이야기를 하던 중에도 이따금 울리는 SNS알림에 집중력이 흐트러지기도 합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그 시간대를 맞추기 위해 열심히 달리는 것이죠. 이슈의 흐름을 찾고, 그 이슈를 따라가지 못하면 대화를 하기도 어렵습니다.

사실 가장 좋은 대화는 '너와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일텐데 말이죠. 오늘은 어땠는지, 요즘 어떤지, 그냥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에 집중하고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겠다 싶습니다.

본 책에서는 '초대'를 통해 일상의 틈, 무엇으로 꽉 차 있는 시간들이 아니라 그 시간들 사이에 틈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보던 장면이겠죠. 최근 영화 '화양연화'를 보기도 했는데, 그렇게 친하게 지내던 옆집과도 시간이 흘러 누가 사는지도 모르게 된 것처럼, 응답하라 시리즈가 주는 향수 중에 하나가 동네친구가 있다는 것처럼, 많은 왕래, 그 왕래의 순간들이 깔끔한 음식들과 정갈한 테이블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았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참 많습니다. 물론 그것이 나쁘다거나 허례허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것 또한 정성이 가득한 마음이겠지만 '완벽하게' 맞춰진 것이 아니어도 충분히 좋음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완벽해야 한다는 것, 그것을 탈피하고 부족함 속에서도 그 가치를 찾아내는, 작은 녹차 티백을 우린 것만으로도 괜찮다!는 것을 인정하는 마음, 제게도 많은 분들께도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

본래 일상의 틈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제게는 어떠한 삶의 방식 이상의 어떠한 관점을 바꿀 수 있는 독서의 시간이었습니다. 책 속에 나와있는 '함께 해볼까요?'를 하나 둘 실천해보면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내려올 수 있지 않을까합니다.





<책 속에서>

1. '그게 인생이지'(C'est la Vie)' 이 말대로 산다는 것은 모든 일들이 자연스럽고 우연하게 흘러가도록 내버려둔다는 의미다. 잘못되었다고 자책하거나 탓하지 말자. 인생은 그런 것이니.

2. 일상에서 기쁨을 주는 것들, 아름다운 것들 목록을 만들어보자. 이 목록을 적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아니면 울고 웃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그 순간들을 기록해보자.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매일 같은 시간에 이 목록을 작성해보자. 궁금한 일, 설레는 일, 경외감이 드는 일 등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 바로 지금이 잠시 멈추고 일상 속의 소소하고 단순한 즐거움을 참아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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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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