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다르면 다를수록 : 생명의 공존

글 입력 2017.12.23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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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다르면 다를수록 : 생명의 공존


얘는 우리 집 개다. 나는 잠깐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에 사라져버린 식빵의 출처를 발견했을 때 이 사진을 찍었다. 녀석은 동그란 코와 검은 동공을 가지고 있다. 4학년 때 주워 온 녀석은 4가지 이상의 품종이 섞였다. 귀는 코커스 파니엘, 털의 질감은 푸들, 색감은 요크셔테리어를 닮은 녀석의 별명은 장난스럽게 늘 키메라였다. 이런 사실은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지만, 사진을 다시 보는 지금도 녀석이 어떤 마음인지는 이야기할 수 없다. 개가 표정을 짓지 못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당신은 식빵을 물고 있는 저 얼굴에서 무엇이 보이는가? 식빵을 몰래 들고 튀었다가 들켜버린 사실에 대한 불안과 당혹감? 이 부드럽고 고소한 식빵을 당장 빼앗을 것 같은 주인에 대한 분노? 식빵을 먹게 될 설렘? 우리는 알 수 없다. 녀석들 한테는 표정이 없다. 나는 살랑거리는 꼬리와 또로록 굴러가는 눈동자로 식빵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뿐이다. 우리 집 개는 항상 알 수 없었다. 우리 집 개는 유기견 시절 이후 5년 동안은 개는 밤마다 쫓기는 것처럼 달리고 울부짖었다. 깜짝 놀라서 등허리를 조금 어루만지면 또 알 수 없는 표정을 했다. 어른을 보면 꼬리를 말고 도망가는 녀석을 볼 때마다 강아지도 인간처럼 심리적인 상처가 존재구나 싶었다.

인간의 언어를 사용할 수 없지만 한 마리의 강아지가 가진 세계는 인간만큼이나 깊다. 요즘에야 EBS의 <세상의 나쁜 개가 없다>로 강아지 심리학이 떠오르고 있지만, 나한테는 늘 낯선 깨달음이었다. 이처럼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의 '무게'를 생생하게 느낀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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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리 집 개를 '하나의 세계'로 이해하는 것이 유독 낯설게 느꼈던 강아지와 내가 같은 위치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리 집 개와 나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인간은 우리와 다른 생물을 분류해왔다. 인간 그 자체에 대해서는 수많은 스펙트럼에 빛을 비춰보면서, 인간 외 생물에 대해서는 늘 일관적인 태도를 고수했다. 진보된 과학과 기술은 생물학적 진실에 관해서만 이야기 했지, 그 존재에 대한 성찰을 제공하지는 않았다. 자연이 정복되어야 할 대상이 아닌 배움의 대상이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최재천 교수의 <다르면 다를수록>은 인간-자연이라는 이분법적인 분류체계의 반대에 있는 책이다. 개미부터 까치, 긴팔원숭이 등을 연구한 독보적인 진화생물학자인 최재천 교수는 "알면 사랑하게 된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은 아름답다."라는 말로 생명에 대한 진지한 고찰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가 있다. 읽기 쉽고 위트있는 문체로 써 내려간 책은, 우리가 익숙했던 분류체계에 건강한 자극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가 왜 '알면' 사랑하게 되는지가 궁금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최재천 교수의 <다르면 다를수록>은 즐거운 도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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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교수는 이 책에 실린 45편의 에세이에서 동‧식물이 지니고 있는 재미있는 습성을 생태학자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포착하되 그들을 비교하거나 우열을 가리지 않는다. 최재천 교수에게 다양성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각 생명체는 너 나 할 것 없이 ‘특별한’ 존재이며, 이렇게 다른 모습들을 알아가고 포용하려는 과정은 ‘재미있기’ 때문이다.

취향조차 획일화된, 남과 다른 것을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에 다시 한 번 다양함의 가치를 일깨우는 감성 생태 에세이!





▪ 분야 : 한국문학>에세이
▪ 페이지 : 252쪽
▪ 사양 : 양장
▪ 판형 : 130*192
▪ 가격 : 15,000원
▪ 발행일 : 2017년 11월 15일
▪ ISBN : 978-89-509-72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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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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