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위로와 공감을 담은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

'평범한 삶'은 가장 도달하기 힘든 이상향이 아닐까
글 입력 2017.12.20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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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을 고르게 된 계기, 혹은 속사정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사랑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던 첫사랑이 끝나고 힘들게 흔적을 지웠다. 그 후 다신 안 할 줄 알았던 또 다른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는 사이, 강렬했던 첫사랑은 추억의 한편에서조차 많이 밀려났다.

 그럼에도 아직 그가 내 인생에 끼친 영향이 하나 남아있다. 바로 거의 십 년 넘게 고집해오던 '비혼 주의'의 종말이다. 초등학생 때 가족들 앞에서 연애만 하다 늙어죽을 거라고 공공연하게 발표한 뒤, 나는 십 년 동안 그 발언을 철회하지 않았다. 당돌하지만 진심이었다. 골드미스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고, 살림과 애들 뒷바라지만 하는 고생스러운 삶이 싫었다. 그리고 이런 다짐 뒤에 늘 따라붙는 '그런 애가 제일 먼저 시집간다더라!' 가 너무 듣기 싫어서, 기필코 그 말을 거슬러주겠다는 오기도 있었다.

 빈약한 철학의 기반으로 세워졌지만 나름의 역사를 자랑하던 나의 비혼 주의는 첫사랑 앞에서 와르르 무너졌다. 시답잖은 연애를 몇 번 하다가 정말 온 마음이 뺏기는 사람을 만나자 그동안 해왔던 건 소꿉장난만도 못했던 연애였음을 깨달았다. 우리는 사이가 좋았고, 모든 다정한 연인들이 그러하듯 지키지도 못할 미래를 그리며, '나중에 결혼하면-'으로 시작하는 가정법으로 많은 대화를 이어나갔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기꺼이 결혼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하게 되었다.

 비록 비혼 주의를 깨 준 첫사랑은 떠났지만, 그때 녹은 마음은 다시 얼지 않았다. 부질없는 걸 알면서도 새로운 사랑과 또다시 가정법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말 다했지. 사랑에 빠진 사람은 어리석다는 얘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닌가 보다. 하지만 예전처럼 마냥 천진하진 않다. 좀 더 결혼에 가까운 나이가 되니, 장밋빛으로만 그리는 대신 현실적인 대화로 흘러간다. 여기서 '현실적'라는 단어에는 많은 한숨과 고민, 걱정이 담겨있다.

 최근 관련 오피니언을 기고했을 정도로 결혼과 자녀 계획의 이슈를 꽤 심도 있게 생각하고 있었다. (관련글 참조: 나는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아이를 낳고 싶어도 현실의 벽 앞에 포기할 수도 있다는 암울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결혼을 했다고 자녀가 당연한 시대도 아니고, 그 아이의 행복을 보장하지 못할 거라면 차라리 안 낳는 게 낫겠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비혼을 부르짖던 어린 시절에는 아이를 낳고말고는 오로지 나의 행복을 위한 주체적인 선택에 달려 있는 줄 알았는데, 현실은 조금 더 비참하고 씁쓸하다. 외부적인(경제적, 시간적) 요건 때문에 아이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게 진짜 현실이었다.

 그래서 이 연극에 더 끌렸다. 나와 같은 고민, 같은 불안을 담고 있는 시놉시스를 보자마자, 이 연극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될 것이라고 직감했다. 해답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공감을 하며 위안을 받고, 앞으로의 방향에 작은 힌트만 얻어도 좋을 것이다.



#공연 정보


공 연 명 
경남 창녕군 길곡면

기    간 
2017년 12월 15일(금) – 2018년 1월 21일(일)

시    간 
평일저녁 8시 / 토요일 4시 / 일요일 4시
* 월요일 공연 없음
  *12월 25일 월요일 4시
*12월 26일 화요일 공연 없음

장    소 
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
(서울시 종로구 동숭길122 동숭아트센터)

주최·주관
극단 산수유

후    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연령
만 15세

러닝타임
90분

관 람 료
30,000원

예    매
인터파크

작    가
프란츠 크사버 크뢰츠

번    역
이정준

번안·연출
류주연

출    연
이주원, 김선영, 주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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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단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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