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와비사비 라이프에서 느껴보는 인생의 양상들

글 입력 2017.12.1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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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비사비 라이프 도서를 받은 후 내게는 큰 사건이 일어났다. 4년간 생활하던 집에 이런저런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급하게 집을 정리해서 나가야 하는 상황이 닥친 것이다. 이사를 간다는 게 누군가에게는 설레고 기다려지는 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어릴 때부터 전학과 이사한 경험이 잦았던 나에게는 낯선 곳으로 가는 일이 스트레스였고 유쾌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재 살던 곳보다 훨씬 깨끗하고 안전하지만 5분의 1 크기인 곳으로 덜컥 계약이 이루어졌고 하루만에 나의 생활공간이 바뀌었다. 정이 묻은 물건도, 집에 대한 애정과 추억도 짧은 시간 내로 모두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너졌다.

 이 타이밍에 비우는 것, 사는 공간, 여유로움, 오래되고 낡은 것 등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와비사비 라이프 책을 읽고 리뷰하게 되었다. 내가 열심히 살았었던 집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기도 했고 책을 읽으며 위로를 받기도, 불안하기도 했다. 책에서 말하고 있는 와비사비는 가장 편안하고 익숙한 공간 속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과연 내가 여기 이 공간을 비우고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시간을 채우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사람도 사랑도 비워야 채울 수 있고, 비우는 일도 채우는 일도 마찬가지로 어렵다. 나는 소유욕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갖고 싶은 물건도 많고 이루고 싶은 꿈도 많다. 때문에 나에게 무엇을 덜 갖는 생활의 실천이 쉬운 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와비사비 라이프는 소유 자체의 차단이 아닌 어떻게 소유하면 좋은지를 말해주고 있다. 책을 읽으며 삶의 모습에는 정답이 없고 어떤 삶과 반대되는 삶이 대조는 될 수 있지만 대립이나 다른 삶의 부정이 되면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다. 삶이라는 건 살아가는 사람과 집단이 누구인지, 시간과 공간을 향유하는 주체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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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들어가는 말, 와비사비를 실천하고 있는 5개의 나라, 나오는 말로 진행된다. 일본, 덴마크, 캘리포니아, 프랑스, 이탈리아 각 나라별로 와비사비를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실제 사례와 사진들로 구성 되어있다. 사진들이 정말 아름다워서 꼭 사진 에세이집을 읽는 것 같기도 하다. 손님을 초대했을 때 대접할 수 있는 음식 요리법, 와비사비 라이프를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확실히 우리나라와 책에 소개된 나라들의 문화 자체가 많은 차이가 있다고 느껴졌다. 책 속의 사진들은 너무 여유가 넘치고 예쁘고 자연스러워서 보는 순간 기분이 좋았지만 오히려 어딘가 슬퍼지기도 했다. 원하는 삶을 실천하며 사는 일은 일정 부분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노력이 결과로 나타나기 힘든 사회다. 노동시간은 길지만 열심히 일해도 삶의 만족도는 크게 나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적은 노동만으로는 지향하는 삶을 펼치거나 여유로움, 여가를 즐기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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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서 좋았던 부분은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라는 뉘앙스로 독자가 실천해 보길 바라는 태도나 마음가짐을 제시하고 있는 점이었다. 사소한 일은 흘러가게 두기, 내게도 타인에게도 솔직해지기,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 ‘그게 인생이지!’라고 외쳐 보기, 내 취향 고집하기 등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구절들이 많았다. 요 며칠간 내 마음은 정든 내 공간을 떠날 것에 대한 걱정으로 꽉 차서 다른 생각이 들어올 겨를이 없었다. 이제는 마음을 비워야 할 때다. 이는 채울 공간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내 마음에 얼른 빈자리를 만들어서 다른 것들도 신경 쓸 수 있는 상태가 되었으면 좋겠다. 4년이란 긴 시간이 하루만에 계약서 한 장으로 마침표를 찍게 되는 일, 그게 인생이지!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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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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