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라이즈드 Characterized - 박정민 개인전

글 입력 2014.07.08 01:1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장소: [서울 종로구] 더 케이 갤러리
기간: 2014.07.16~2014.07.22
주최: 더 케이 갤러리
문의: 02-764-1389
홈페이지: www.the-k-gallery.com
참여작가: 박정민



DFD6605E-FD7E-4154-84DA-969018D46331.jpg

전시개요
박정민의 신작 ‘캐릭터라이즈드(Characterized)’ 시리즈는 과거 마을 입구마다 세워져있던 장승이 지금은 무엇으로 대체되었는지, 어떤 모양새와 역할을 새로 얻고 있는지에 대한 사진적 성찰이다.
이를 위해 작가가 주목한 것은 지자체들이 10여년 전부터 전국 각지에 조성해놓은 캐릭터 조형물이다. 그리고 각 지역을 특징 짓고자(characterize) 세워놓은 조형물들이 실은 하나같이 이 시대를 지배하는 물질적 욕망을 표상할 뿐임을 본다.
개별 작품들은 포트레이트와 랜드스케이프가 짝을 이룬 딥틱 양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조형물과 주변경관 사이의 갈등과 부조화를 조명하는 장치인 동시에 미화와 비판이라는 사진의 숙명적 양면성에 대한 성찰이기도 하다. 
0933EE34-D7FF-4C87-9521-F272AC5FB44D.jpg
△ 단양, 온달과 평강. Pigment Print. 140x88cm. 2012

BC8B9A75-5390-4188-B70E-4E4E7D713A21.jpg
△ 영양, 반딧불이. Pigment Print. 140x88cm. 2013

7C6BD2A6-3D4B-42E1-BECB-6F7426993E47.jpg
△ 구례, 산수유. Pigment Print. 120x110cm. 2012/2013

14A5FD34-1F00-405B-850D-8514CE2057DA.jpg
△ 진천, 호돌이. Pigment Print. 120x110cm. 2014

66504A37-1A75-4862-BAF3-3AFFE8815CC7.jpg
△ 충북, 열여섯 쌍의 고드미와 바르미. Pigment Print. 각 20x20cm. 2012~2013

작업노트
어느새 경치가 달라졌다. 그것은 주5일제, 지방자치제, 균형발전과 같은 명령어들로 내려앉아 대도시를 제외한 온 나라를 테마파크의 채도로 물들여갔다.
그 전까지 도시인에게 시골은 전원일기와 재래시장을 통해 간접적이되 구체적으로 존재해왔으며 상대편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제 둘 사이의 관계는 시장 좌판에서 정보화마을 홈페이지로, 브라운관 속의 불야성에서 민자도로의 헤드라이트 행렬로, 요컨대 더 직접적이되 오히려 피상적인 뭔가로 대체되었다. 그 결과 우리는 안 내려고 애쓰느라 갓 상경한 티가 더 나는 ‘촌놈’같아진 시골 풍경과 아웃도어 용품으로 돌돌 말고 원정 온 듯 휘젓고 다니는 ‘도시것’스러운 생태공원 사이를 오가게 되었다, 내지는 오도 가도 못하게 되었다.
이번 차례는 시골의 역습이다. 그리고 새로운 세기를 맞아 한껏 고무된 중앙정부가 이를 위해 내어준 책략이 하나 있으니 이름하여 캐릭터 산업 육성책이라 한다. 시군별로 빠짐없이 우직하기도 한 지자체들은 쥐어짜서라도 무엇인가 특화(characterize)해내기를 마다지 않았고, 유달리 충직한 그 일군은 삼면입체로 만들어 세우기까지 했다.
이런 연유로 도심의 판타스마고리아에서 밀려난 듯한 형상들이 전국 각지에서 신판 천하대장군을 자처하기에 이르렀으니, 구관의 역할이 들이지 말 것을 가려내는 데 있었다면 이들은 가리지 말고 들일 것을 오늘날의 미덕으로 삼고 있다. 하나같이 엄지를 치켜세우거나 두 팔을 벌린 동작들은 교육이라도 받고 온 모양새다.
결국 뭔가 특화되긴 했다. 그러나 고장마다의 역사며 특산물 따위 애초 의도했던 소소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도농간 욕망의 접합지점으로서, 오직 더 많은 물질적 풍요라는 한국적 꼭지점을 손 모아 가리킴으로써 이들은 아무런 특징 없는 특화라는 한국적 특색의 특성화에 성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따라서 저 알록달록한 피조물들이 우리 자신의 미메시스 자격으로 서있는 것임을 알아채어가는 곤혹의 관찰기요 자괴의 불망기다. 그리고 이 과정 내내 둘로 나뉘어 티격태격하는 시선의 이중성을 굳이 복개하려 들지 않았다―보여지고자 꾸민 캐릭터 조형물 자체에 대한 꾸며지고자 의도한 모습대로의 관찰이 하나, 그리고 도무지 꾸며질 가망 없이 주변을 나뒹구는 그들의 고향, 이 안쓰러운 거처에 대한 성찰이 다른 하나.
나뉘어진 시선은 이미지화된 욕망이라는 우리의 주인공과 등장배경 사이의 간극을 펼쳐보임과 동시에 포장하기와 파헤치기, 우러르기와 거리 두기, 미화의 유구한 풍습과 그의 집요한 도전자를 대질시킴으로써 사진이라는 미디엄이 구현해온 두 갈래 길 사이의 먼 차별성과 질긴 연관성을 상기하고자 함이다. 보여주고 싶은 것과 보고자 하는 것, 보이기 싫은 것과 볼 마음 없는 것들의 숨바꼭질 흙먼지; 뒤로 우리가 알던 시골은 간데없다.
[박민규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