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취향 보고서 : ① 맛집의 발견 [기타]

글 입력 2017.12.0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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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장소에 놀러갈 때, 다른 지역을 여행할 때 '무엇을 먹을 것인가'는 꽤나 중요한 선택이다. 맛집 검색의 비중은 아마 사람들이 날씨를 검색하는 것과 맞먹을 지도 모르겠다. '맛집'이란 말 그대로 맛있기로 유명한 음식집을 말하는데, 맛집의 조건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가 넘쳐나거나, 웨이팅이 있거나, 매스컴에 소개된 적이 있다거나. 요새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살짝만 훑어봐도 맛집에 대한 정보는 심심치 않게 얻을 수 있다. 아예 화제가 되는 맛집만을 제보 받아서 게시하는 페이지도 있고, '먹스타그램'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음식 사진 위주로 포스팅을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보다 구체적인 정보가 모여있고 사람들의 현실 후기와 평점을 확인할 수 있는 맛집 어플도 존재한다. 이처럼 맛집에 관한 정보의 접근성은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할 수 있다.

 맛집의 의미는 단순히 주린 배를 채우러 간다기 보다는 이왕 먹을 음식라면 좀 더 맛있기로 소문난 곳, 화제성을 띄는 곳에서 먹겠다는 욕구를 실현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거리가 멀어도 '맛집'이라는 타이틀 자체만 보고 오직 그것을 위해 찾아가기도 한다. 그 주변에 볼일이 없어도 시간을 내어 음식을 먹으러 가고 적게는 몇 십분, 길게는 몇 시간을 기다린 끝에 음식을 맛볼 때, 그리고 그 음식이 맛집임을 입증할 때의 만족감이 곧 맛집을 발견하는 기쁨이자 그곳을 찾는 원인이다. 나는 먹는 행위와 혼자 어딘가 찾아가고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밖에 나가 음식을 먹는 것도 매우 즐긴다. 최근에는 집 근처인 연남동, 망원동 등의 장소에서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공간을 찾아가 체험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한 번 먹어본 뒤로 맛있어서 재방문을 하는 것도 즐겁고 사람들에게 소개하거나 직접 데려가는 것도 좋다. 요새 나의 여가시간을 보내는 수단이자 취미활동이 된 '맛집 투어'의 결과물이기도 한, 직접 가본 맛집 몇 군데를 소개해보려 한다.



1. 망원동 - 발리 인 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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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시고랭


 내 생일에 망원동 맛집을 가고 싶어서 찾다가 가게 된 맛집이다. 검색하면 '아시아 음식'이라고 분류되어 나오고 '감성이 깃든 발리음식'이라는 소개 문구를 볼 수 있다. 처음에는 발리 음식이 대체 뭘까 싶었는데 나시고랭 볶음밥을 파는 집이었다. 덕분에 나시고랭이 인도네시아 식 볶음밥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친구와 둘이 방문했을 때는 평일이기도 했고 웨이팅이 없는 나름 한산한 모습이었다. 가게 내부는 뭔가 정말 발리를 연상시키는 동양적인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곳이다. 확실하게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이곳은 나시고랭이 정말 정말 맛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나시고랭 메뉴밖에 먹어보지 못했지만, 풍부한 닭고기와 고소하면서도 짭짤한 특유의 맛이 일품이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고수나물이 얹어져 나온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더 달라고 하면 또 주신다!) 하지만 고수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맛이므로 주문을 받을 때 먼저 물어봐 주시니 고수를 못 먹어도 괜찮다. 다른 메뉴로는 미고랭(볶음 국수), 삼발 우당(새우 요리), 른당 사피(인도네시아 전통 요리) 등 처음 보는 색다른 메뉴들이 많다. 매일 먹는 음식 말고 좀 새로운 메뉴를 원한다면 발리 인 망원을 꼭 가보길 추천한다.



2. 연남동 - 성격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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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트리플 라자냐 오른쪽 성격양식풍 야끼 파스타


 성격양식은 연남 파출소 옆에 있는 라쟈냐가 유명한 집이다. 이곳도 검색을 통해 큰 기대 없이 갔는데 음식 맛에 너무나 반해서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기분이 다를 정도였다. 핑크색 네온사인 간판이 특징이고, 낮에는 커텐이 쳐져 있어서 문을 닫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내부는 조명이 밝지 않은 어두운 분위기에 테이블이 몇 개 없는 작은 곳이다. 2인 이상이 가면 오래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트리플 치즈 라자냐와 야끼 파스타를 시켰는데 둘 다 싹싹 비울 만큼 맛은 최고였다. 라자냐는 '트리플 치즈'라는 이름답게 치즈가 풍부하게 들어가 있지만 느끼하지도 않고 토끼 귀를 표현한 빵 두개가 너무 귀여웠다. 라자냐라는 음식도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뭐가 들어가는 지는 자세히 몰랐는데 얇고 네모난 파스타를 쌓아 오븐에 굽는 요리였다. 약간 치즈 오븐 파스타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하지만 이 날 내 취향을 저격한 음식은 야끼 파스타였다. 보통 성격양식에 오면 사람들이 스테이크와 라자냐 위주로 시키는 것 같은데 야끼 파스타를 꼭 먹어봤으면 좋겠다. 라자냐와 함께 먹어서 그런지 파스타의 짭짤함이 느끼한 맛도 잡아주고 새우, 반숙 후라이, 버섯, 양파, 피망 등 속재료가 너무나 내 취향이었다. 약간 올리브 파스타처럼 소스없이 달달 볶은 파스타를 좋아하는 내 입맛에 딱이었다.



3. 신촌 - 방콕 익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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꿍팟 커리


 태국 음식을 좋아하는 아는 동생이 소개해줘서 함께 갔던 맛집이다. 신촌에 이런 음식점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이 날 태국음식이 내 입맛에 잘 맞는다는 걸 깨달았다. 베트남 쌀국수는 원래 좋아해서 평소에 많이 먹으러 다니긴 했는데, 태국 음식을 본격적으로 먹어본 건 처음이었다. 1호점과 2호점이 바로 붙어있어서 1호점 대기명단에 이름을 적어두면 둘 중 자리가 나는 대로 들어갈 수 있다. 좁은 입구에 방콕 익스프레스라고 영어로 심플하게 적혀있는 모양이 마치 이 문을 통과하면 방콕행 익스프레스에 탑승하여 방콕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곳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태국 요리 전문점에 비해서 저렴한 가격이다. 동생의 말에 의하면 이 가격에 이만큼 푸짐한 메뉴를 먹을 수 없다고 했다. 이 날 우리는 꿍팟 커리와 팟타이, 얌운센 샐러드 세 가지 메뉴를 먹었다. 후기를 보면 인원수+1 정도로 시키면 푸짐하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고 나온다. 양이 많은 편이니 적게 먹는 편이라면 인원수에 맞게 시켜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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꿍팟 커리, 팟타이, 얌운센 샐러드
 

 요리가 하나 둘 등장하고 맛을 봤을 때는 정말 처음 먹어보는 맛인데 맛있는 맛이어서 깜짝 놀랐다. 특히 꿍팟 커리는 태국식 커리라고 하는데 새우, 크랩 둘 중 선택할 수 있었다. 내 기억으로는 크랩을 먹었던 것 같은데 계란을 살짝 푼 것 같은 걸쭉한 소스에 꽃게가 비벼져서 밥과 함께 나온다. 뭔가 크리미하고 부드럽고 달달하지만 짭짤한 오묘한 맛이었다. 팟타이는 몇 번 먹어본 적이 있어서 센 불에 야채와 새우를 달달 볶아 내가 딱 좋아하는 맛이었다. 가장 특이한 맛이었던 얌운센 샐러드는 약간 해파리 냉채를 연상시키는 차가운 샐러드 맛이다. 당면과 야채, 해산물이 듬뿍 들어가 있고 만두 속처럼 다져진 돼지고기가 들어간 새콤한 당면 샐러드이다. 뭔가 앞의 두 요리를 정리해주는 듯한 깔끔한 맛이었다.



4. 서교동 - 아날로그 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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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갔던 날, 가게에 있던 강아지가 내 무릎에 앉았다
 

 한창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었을 때 운동이 끝난 후에 뭔가 가벼우면서도 배가 차는 브런치 느낌의 음식이 먹고싶어졌다. 그런데 헬스장 바로 근처에 브런치 카페가 있다고 해서 바로 찾아갔던 곳이다. 처음 갔을 때는 손님이 아무도 없고 개 한 마리만 덩그러니 있어서 뻘쭘하게 들어가도 되나 하고 있었는데 이내 주인 분이 오셔서 아직 가게 준비가 안 되었다고 죄송해하셔서 되려 내가 더 죄송했다. 조금 기다렸다가 이 가게의 시그니처인 '팔라펠 랩 샌드위치'를 시켰는데 사장님이 죄송하다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서비스로 주셨다. 너무나 감사했다. 팔라펠 랩은 미리 검색한 바로는 '병아리콩'이라고 부르는 콩을 다져서 튀긴 재료를 각종 채소와 함께 또띠아에 싼 다음 반으로 잘라서 나오는 메뉴였다. 한 번도 안 먹어봐서 두근대는 마음으로 먹었는데 생각보다 정말 맛있었다. 평소에 고기를 좋아하지만, 이 샌드위치에는 고기가 안들어가는데도 병아리콩이 고기와 비슷한 느낌을 내서 고기를 안 먹는 분들이 먹으면 딱일 것 같았다. 식감은 약간 으깬 콩을 튀겨내어 빈대떡을 잘게 다져 먹는 느낌이 나기도 했다. 이렇게 설명하면 잘 감이 안올 것 같지만 평범한 샌드위치보다 훨씬 독특하면서 맛있고 이 정도 가격으로 포만감도 느낄 수 있는 훌륭한 브런치라고 생각한다. 아날로그 가든은 이름과 외관부터 들어가보고 싶은 분위기 있는 곳이다. 내부는 꼭 이웃의 주방에 놀러와서 다같이 식탁에 둘러앉아 따뜻하게 브런치를 즐길 수도 있고 혼자 편안하게 쉬다 갈 수도 있는 느낌의 공간이니 빈티지한 느낌을 좋아한다면 아날로그 가든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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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 왼쪽이 팔라펠 랩 샌드위치이다




 
 나의 취향과 입맛에 맞았던 맛집을 네 군데 소개해 보았다. 맛집에 대한 기억을 되돌아보니 그곳에 갔던 날의 느낌과 일화도 함께 떠오른다. 자취를 하다보니 스스로 부지런히 음식을 챙겨먹기가 힘든 상황에서 맛집 탐방은 내게 재미있는 취미생활이자 따뜻하고 맛있는 밥을 먹으며 기분전환을 시켜주는 일이 되었다. 밖에서 먹는 밥 한끼 가격이 생각보다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단순히 돈을 썼다, 밥을 사먹었다 정도로 그치는 일은 아닌것같다. 다양한 후기를 읽으며 고민 끝에 다른 공간에 방문하고 새로운 맛을 체험하면서 잠시나마 행복해질수 있는 기회를 얻고자 하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하루쯤 맛있는 걸 먹으며 보내는 시간은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같이 소중하다. 내 마음 속 서랍 안에는 아직 가보지 않은 맛집, 먹어보지 못한 메뉴가 설렘으로 포장되어 쌓여있다. 소개한 맛집들 외에도 누구나 마음 속에 나만의 맛집 리스트가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꼭 맛집이라고 대외적으로 정평나지 않은 곳일지라도 어느 순간 각자의 상황 속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된 음식이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바로 나만의 맛집이다.


[최은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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