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서울 2017년 겨울, 차가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 [문학]

글 입력 2017.12.0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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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를 걷다 보면 겨울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낀다. 여기저기서 크리스마스 캐롤이 들려오고 군고구마, 붕어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리고 필자가 좋아하는 차가운 공기에서 느껴지는 ‘겨울 냄새’ 까지. 2017년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지금, 서울 2017년의 겨울이 왔음을 느낀다.

 이번 오피니언은 무엇을 쓸까 고민하다 최근 전공 과제로 다루었던 소설의 내용이 생각났다. 바로 ‘서울 1964년 겨울’이다. 고등학생 때 문제집 여기저기에서 이 소설을 봤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그냥 재밌게 읽고 지나갔던 소설이었는데 대학생이 되고 사회를 바로 보게 시작한 이 시점, 이 소설은 필자에게 새롭게 다가왔다.



서울 1964년 겨울


 소설 속 등장인물인 ‘나(김)’와 ‘안’은 오늘 처음 만난 채로 선술집에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신다. 계산을 하고 떠나려던 와중 한 아저씨의 제안을 받고 동행하게 된다. 아내를 떠나보내고 돈 때문에 시체를 팔아버렸다는 아저씨는, 아내의 시체를 팔고 받은 4천 원을 가지고 있기 힘들다며 김과 안이 자신과 함께 이 돈을 써주길 원한다. 의미 없이 돈을 다 사용하고 여관에 들어선 그들은 함께 있어달라는 아저씨의 부탁에도 각방을 쓴다. 다음날, 아저씨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고 아저씨의 자살을 확인한 그들은 몰래 여관을 빠져나간다. 아저씨를 두고 도망가는 안과 나는 알 수 없는 공허함을 토로하지만 결국 이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헤어지며 이 소설은 마무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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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출처 : 고교 교과서 '문학' (해냄에듀 출판사) '서울, 1964년 겨울' 삽화. 일러스트 김옥)



서울 2017년 겨울


 ‘서울 1964년 겨울’ 속에 나오는 배경인 1960대의 서울은 근대화, 산업화, 도시화가 한참 진행되던 시기이다.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면서 이 시기 서울은 개인주의가 도래한다. 실제로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이름도 없이 익명으로 나타난다. 이름도 주어지지 않은 이들은 소설 속에서 끊임없이 함께 대화를 나누지만 이 속에 공감은 없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그 시대에 개인화된 인간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특히 소설의 마지막 부분 중 아저씨의 자살은 그 속에 있는 개개인의 소외와 외로움을 극대화한다. 또한 이후 아저씨를 두고 도망가는 안과 나의 대화를 통해 그 시대 단절된 현대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서울 1964년 겨울’은 ‘서울 2017년 겨울’로 제목을 바꾸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현대 사회와 닮아있다. 약 60여 년이 지난 현재의 서울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개개인의 사생활이 중시되면서 남을 향한 배려와 걱정 섞인 말은 오히려 오지랖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러한 개인주의는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일을 하는 공동체적 생활에서 벗어나 ‘혼영’, ‘혼밥’ 등의 신조를 만들며 견고해지고 있다. 현대 사회는 대화가 참 부족하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심리적 거리를 두고 있는 가족과도 하루에 몇 마디 하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다. 겨울만 되면 하루에 몇 건씩 올라오는 ‘고독사’ 기사만 봐도 현실을 알 수 있다.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는 서로 더 많은 소통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것은 표면적인 소통일 뿐 그 속에 진정성은 텅 비어있다.

 서울은 참 바쁘고 생기 넘치는 도시로 보인다. 하지만 그 속의 개개인들은 깊이 있는 대화조차 나누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필자 또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하여 깊이 있는 대화를 안 하려고 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되었다. 무관심한 태도로 임했던 나의 대화가 공감과 작은 관심이 필요했던 상대에게 칼이 되지 않았을까. 이는 곧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인 것 같다. 우리의 2017년 겨울이 조금 더 따뜻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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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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