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술에 언어 입히기, 연극 비평가

글 입력 2017.11.2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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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특히 언어와 예술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야기했던 내가 가장사랑하는 철학가 발터 벤야민은 이렇게 말했다. 조형예술의 언어, 시문학의 언어처럼 예술형식도 모두 언어로 파악되어야 한다고. 인간은 비감각적 유사성의 매체인 언어와 문자를 통해 세계를 인식하고, 그런 한 인간의 정신적인 본질은 언어로부터 영향을 받는다고. 언어가 인간의 근본적인 토대로 작용한다고.(발터 벤야민과 사유하는 미학)

그가 이야기하는 언어와 예술에 대한 상관관계의 완벽성까지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는 학부시절부터 늘 언어와 예술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내 작품에 대한 해석과 이해를 필요로 할 때에는 늘 다른 사람들에게 말이나 글로서 설명했어야 했고, 나는 늘 그것이 너무나 고통스럽고 부담스러웠다. 작가처럼 글을 잘 쓰지도, 명확하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문장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고 생각했기에 왜 예술에는 늘 언어의 프레임을 씌우지 않으면 소통이 어려운건지에 대한 불만도 품고 있었다. 그것에 대한 불만은 지금에서야 나를 언어와 예술에 대한 상관관계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었고, 지금에까지 그 고민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를 따라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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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두명의 배우만으로도 무겁고, 긴장감 넘치게 흘러간다. 두 명의 남자, 책상과 걸상, 그리고 펜 너머와 문 너머의 묘한 간극을 넘을까 말까, 아슬아슬하게 지켜보는 예민한 대사들도 좋았다. 그들은 막 끝난 싱싱한 연극을 도마위에 올려두고서 그들의 삶을 링 위로 자연스럽게 병치시키듯이 대화를 이끌어나간다. 그들의 입에서 주옥같은 대사들이 흩어져나온다. 비평가의 입에서 나왔던 대사 중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나는 내가 쓴 문장들을 불과 몇 분 되지 않아 어기곤 한다, 이런 삶을 계속해서 반복해오고는 하는데 비평이라는 게-그리고 당신들이 말하는 극 안에서의 진실이라는 게 과연 있기나 하는 거냐고. 그리고 그 둘의 진실과 거짓을 판명하는 한가운데에는 한 여인이 있다. 연극의 본질적 진실성과 허구를 가려내는 그들의 대화는 어느새 연극의 후반을 달릴수록 사람의 삶, 사랑, 그리고 사람에 대한 성찰에까지 이어진다.

비평가가 어릴적부터 외쳐왔던 '본능적으로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는 안목' 그리고 그를 존경해왔고, 그의 삶을 궁금해왔던 극작가 둘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별것이 없다. 연극은 관객들이 보기에 성공적으로 끝이 났고, 막이 내렸고, 모든 배우들의 대사들은 뱉어져왔고,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쳐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평가가 작가의 극은 가장 최악이며 당신에게 근래 가장 크게 실망했다며 저주를 뱉어대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연극을 보면서 아이러니했던 생각들이 아직도 풀어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들앞에 놓여져있는 셰익스피어와 리어왕. 리어왕에서 나왔던 대사였을까 해서 궁금함으로 이리저리 찾아보지만 대사중에 나왔던 힌트들을 가지고 해석해내는것은 쉽지가 않은 일이다. 메모를 하면서 봤어야 할것을, 후회하면서 돌아왔다. 한번 더 볼수있는 기회가 생길까? 작가를 실제로 만날 수 있는 일이 생길까? 비평, 이전에 글쓰기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며 한 줄도 제대로 쓸 자신이 없던 요즈음. 더 깊은 고민과 묘한 용기를 주었던 고마운 연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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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비평이란 예술에 언어입히기다. 그런 연유로 블로그 이름또한 그렇게 지었었다. 비평이란게 하나의 장르문학이 아니라 어떤 이야기든 잘 버무려지되 그 안에 예술성까지 있다면 다른 이름을 가지게 되는 특수성이 생기는 것 같다. 조지오웰과 같이 당대사회를 이야기하면서도 미학과 사회학, 언어학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나의 언어체계를 구체화시켜 발현해내는 글을 쓰고 싶다. 비평을 쓰기 이전에 내 안의 언어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진실'로부터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이해해도 되는 것일지 모르겠다.


[박유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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