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발레를 즐겨보다! 백조의 호수.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백조의 호수 발레 공연.
글 입력 2017.11.1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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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인 필자는 발레나 클래식과는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참 거리감이 있는 사람이었다. 음악 수업을 들은 지 4년이 넘었음을 핑계로, 왠지 발레는 어렵고 고차원의 예술 같다는 핑계로 그 동안 멀리해온 것이다. 이번 마린스키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공연을 보게 될 기회가 생겼을 때에는 사실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주변의 지인들도 기본적인 발레 동작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공연을 감상하냐며 공부라도 하고 가야 하지 않겠냐는 말 한마디씩 건네었고 그럴 때마다 뭐라도 알아볼까 싶어 인터넷을 열어보아도 금방 닫기 일쑤였다.
 
  시간은 흘러 공연 당일 날, 잘 모르는 발레이지만 무지의 눈이야 말로 가장 순수한 눈이 아니겠는가 하며 걱정은 떨쳐버리고 공연 자체만을 즐기기 위해 마음을 먹었다. 어디선가 듣거나 읽어서 알고 있던 백조의 호수 줄거리만을 가느다랗게 붙잡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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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그프리트 왕자는 우연히 호수에서 사람으로 변하는 백조, 오데트 공주를 발견하고 곧 사랑에 빠진다. 그녀와의 결혼을 결심한 다음 날, 무도회에 마법사가 자신의 딸 오딜을 데려와 왕자를 속여 오딜과의 결혼을 결심하게 만든다. 하지만 곧 마법사는 오딜을 데리고 떠난 뒤 지그프리트 왕자는 자신이 착각했음을 깨닫고 호수로 향한다. 그곳에서 마법사를 물리친 후 백조들과 오데트를 구출한다.

  비교적 간단한 줄거리, 하지만 약 3시간의 공연. 누군가가 보면 지루하지 않겠는가 라고 말할 수 있다. 나도 물론 공연을 보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시간들은 말 한마디 없이도 분명한 내용 전달과 함께 풍성하게 채워져 있었다. 마치 내가 지금 공연을 실제로 보고 있는지를 착각하게 할 정도로 오케스트라의 음악은 발레 공연에 어우러져 웅장함을 더했고,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아름다운 곡선에서부터 힘찬 점프까지 신기하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발레 공연을 처음 관람한 나에게는 그들의 모든 연기와 소리가 새로움이었고 머릿속에 강하게 각인되는 장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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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단연 오데트와 오딜을 동시에 연기한 이리나 사포즈니코바의 역량이었다. 백조 오데트의 가련함과 흑조 오딜의 강렬함은 한 사람이 표현하기에는 그 차이가 크기 때문에 그녀가 하는 오데트에는 조금의 오딜이, 오딜에는 조금의 오데트가 보이지 않을까 했지만 그러한 얕은 추측은 바보 같은 짓이었다. 이리나 사포즈니코바는 완벽한 오데트였고 완벽한 오딜이었다. 특히나 지그프리트 왕자를 농락하는 무도회장에서 오딜은 마치 한낮의 꿈처럼 아주 잠시이지만 분명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고 사라졌으니 극 중 오딜로써의 역할을 확실하게 해냈음을 확실하게 말하고 싶다.

  공연 중간에 흑조를 맡은 한 무용수가 넘어진 일이 있었다. 여러 백조들 사이로 흑조들이 등장하는 장면이었는데, 걸어 나오던 도중 비교적 큰 소리를 내며 무대 한 중간에서 넘어진 것이었다. 사실 토요일 저녁 좋은 발레 공연을 기대하고 온 관객들이었을 터, 무용수의 실수를 보고 황당하기도 화를 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놀란 듯한 관객들의 잠시간의 정적 이후 누군가를 시작으로 힘찬 박수가 쏟아졌다. 그리고는 이내 무용수들도, 관객들도 다시 백조의 호수로 돌아갔다. 누군가의 박수소리를 따라 박수를 친 나의 입장에서는 무용수의 실수를 보고 놀란 것보다 그 실수를 괜찮다며 격려해주고자 마음을 먹고 박수를 치기 시작한 그 사람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또 이를 따라 함께 박수를 보낸 모든 관객들 또한 대단하다 말하고 싶다. 사람이니 실수 정도야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관객들과 당황했을 테지만 곧 일어나 멋지게 공연을 마무리한 한 흑조 무용수에게 멋지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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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발레 공연 감상은 이렇게 끝이다. 발레 지식에 무지한 나는 어떤 무용수의 어떠한 동작이 뛰어났는지를 말할 수 없으며 냉철한 눈빛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었음을 다른 예를 들어 비교하거나 견주어 이야기 하지 못한다. 하지만 공연은 만족스러웠으며, 공연이 끝난 후 연달아 보냈던 박수도 즐거웠다. 평소라면 과제로, 일로 지나쳤을 토요일의 저녁을 발레로 채움으로써 그 동안 가지고 있던 발레에 대한 벽을 허물 수 있었고 매 장면 신기하고 새로웠던 순간이었다. 즉, 발레를 즐겨본 것이다. 만일 발레를 볼 기회가 있다면, 혹시 내가 발레를 정말 모른다 하여 주저한다면 줄거리 정도만 알아도 이를 즐길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다. 나 또한 즐기고 왔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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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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