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느와르와 비, 그 어우러짐_연극 스테디 레인

글 입력 2017.11.06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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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디 레인>. 한참을 고민했었다. 이 연극을 보러가야 할까 말까. 비를 좋아했던 적이 없었다. 찌는 듯 한 여름에도 물놀이를 가지 않을 만큼 물이라면 피하기 바쁜데 그것이 정수리 위에서 의지와 상관없이 떨어지면, 도무지 기분이 나아지질 않는다. 비가 내릴 때 기분이 좋았던 적이 있었던가? 비가 많이 오면 신발이 젖어서 싫고, 비가 적게 오면 기왕에 올 거 시원하게 내리지-라고 투덜대고, 심지어는 집 안에 있어도 습하다고 궁시렁 거리기 바쁘다. 비가 오는 날의 나는 내가 봐도 까탈스럽다. 그러니 이 연극,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호탕하게 웃을 일이 필요한데 굳이 비라니, 그것도 ‘스테디’레인.

 하지만 무대 위의 ‘느와르’라는 매혹적인 문구는 자꾸만 도망치는 마음을 훅 하고 끌어당겼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총구, 피범벅이 된 찢어진 살갗과 같은 것들 역시 비만큼이나 모르는 척 하고 싶긴 하지만, 느와르에 대해서만큼은 마음껏 편애하고 싶은 이중적인 취향을 가졌음을 고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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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느와르를 알지 못하는 나의 이상스러운 취향은 순전히 영화 <신 시티> 때문이다. 화의 자세한 내용은 까마득히 잊어버렸지만 <신 시티>가 시종일관 공을 들였던 ‘이미지’ 만큼은 강렬하다. 물론 흑백 화면에 빨간색이나 노란색으로 포인트를 주는 <신 시티>만의 영상들로 인해 보다 매혹적으로 비쳤던 부분이 없잖아 있다. 그럼에도 화려한 도시의 추잡스러운 뒷골목에서 벌어지는 순결한 사랑을 향한 몸부림, 잔인한 모든 것들을 감싸 안는 축축한 공기를 기억한다. 무엇보다도 그 공기를 과감하게 뚫고 지나가던 선명한 빗줄기에 대해서도. 평소엔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들, 피, 빗물, 잔인함 따위가 만들어 낸 이미지임에도 정신없이 빠져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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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스테디 레인>을 택했던 건 포스터 속 글자를 타고 흐르는 빗물과 모든 것을 자기 방식대로 지켜야 하는 대니, 아무 것도 지킬 것이 없는 조이 이 두 남자에게서 <신 시티>의 분위기가 풍겼기 때문이었다. 영상이 아닌 눈앞에서 재현되었을 땐 오히려 불쾌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무대이기 때문에 더욱 물씬 풍겨올 느와르만의 분위기를, 내가 사랑할 이미지들을 외면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이미 나는 느와르가 비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를 알고 있는데.





 시놉시스 


그래도 모든 것이 그럭저럭 잘 돌아갈 줄 알았다.
그 날 밤, 총알 한 방이
대니의 집안으로 날아오기 전까지는.


 자칭 시카고 최고의 경찰이라 자부하며 언젠가 스타스키와 허치 같은 경찰이 될 것이라 믿는 ‘대니’와 ‘조이’는 성향은 전혀 다르지만 어렸을 때부터 늘 함께였다.
 가장으로서 가족을 지키는 것이 최고의 가치인 대니는 시카고 뒷골목 창녀들의 뒤를 봐주는 대가로 포주들에게 흉악하게 굴기로 유명하다. 반대로 조이는 여인숙과 다를 바 없는 독신자 아파트에서 혼자 술을 들이키며 시간을 보낸다.

 대니는 매일 저녁 혼자 사는 조이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이고 어느 날 저녁 자신이 돌봐주는 창녀를 조이에게 소개한다. 그 저녁식사 시간은 엉망이 되고 화가 난 대니는 그녀를 바래다 주러 갔다가 엉겁결에 그녀와 관계를 갖게 된다. 그리고 돌아 나오는 길에 포주 중 한명인 월터 일행에게 위협을 당하고 한 쪽 다리에 큰 상처를 입는다.

 그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 대니의 가족들과 조이가 여느 때처럼 대니의 집에서 한가로운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 때 총알 한 방이 창문을 뚫고 들어온다. 이 사건으로 아직 걷지도 못하는 대니의 어린 아들이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고 이 모든 일이 월터가 저지른 일이라고 믿는 대니는 경찰 업무는 아랑곳 않고 법의 수위를 무시하며 월터를 쫓는다.

 그 즈음 시카고의 어느 뒷골목으로 출동한 대니와 조이는 약에 취해 벌거벗은 어린아이를 마주한다. 그들은 신분 확인도 하지 않고 아이의 보호자라고 주장하는 남자에게 아이를 돌려보내고 몇일 후 아이는 시체로 발견된다. 두 경찰이 어린 아이를 연쇄살인범에게 돌려보냈다는 사실에 세상은 발칵 뒤집어지고 두 사람의 경력도 심각하게 위협받게 된다.

 꼬리를 물고 쓰러지는 도미노처럼 계속해서 악화되기만 하는 상황 속에서 대니는 오로지 가족을 지킨다는 명목 하에 월터 일행만을 뒤쫓고 조이는 무너지기 직전인 대니의 가족 주변을 맴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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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디 레인 

2017. 10. 27 ~ 2017. 12. 03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평일 8시 / 토일 3시, 6시 / 월요일 공연 없음

전석 40,000원



[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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