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스웨덴식 행복의 비밀, 라곰(Lagom) [문학]

글 입력 2017.11.08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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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시끄럽다.

한 사람의 죽음으로
충격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

엄청난 팬덤을 거느린 가수도 아니었고,
국민적 사랑을 받는 연예인도 아니었다.
그저, 자기 일을 사랑하며 묵묵히 연기해온 배우이자
예능에서 자신만의 매력을 보여주며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주었던 사람이었다.

그의 작품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비록 그를 보기위해 봤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가 출연했던 예능을 보며
웃음지으며 주말을 마무리하곤 했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갑작스러운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진심으로 슬퍼하기도 했지만,
한편에선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심산으로
이를 악용하기도 했다.

그와 가까웠던 사람들의 눈물을 찍어 올리기 바빴고,
그들의 슬픔을 소비할 것을 조장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들이 넘쳐났다.
 
이래저래 답답했던 그 날,
그냥 모든 것에서
로그아웃하고 싶은 마음으로 들어섰던 서점에서
‘라곰’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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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스스로를 짓누르는 압박 속에 살고 있다. 디지털 기기에 항상 접속되어 있어야 하고. 온 세상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중략) 또한 우리는 부자연스러운 속도로 걷고 있다.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다. (중략) 그러다 억지로 리셋 버튼을 눌러야 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라곰'의 첫 번째 페이지 中


 사람마다 책을 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다르다. 누군가는 제목을, 또는 첫 문장을, 혹은 표지가 예쁜지가 중요한 사람들도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첫번째 페이지로 책을 읽을지 말 지를 결정한다. 이것이 좋은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기준으로 ‘라곰’은 그 순간 100점이었다. 세상에서 로그아웃하고 싶던 내 마음 읽은 것 같았으니까.



#라곰의 나라, 스웨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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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의 별칭은 ‘라곰의 나라’라고 한다. “라곰이 최고다.”라는 스웨덴 속담이 있을 정도라고 하니 정말 그런 것 같다. 나에게는 단어조차 생소한 ‘라곰’이 뭐길래 한 나라를 설명하는 수식어로 쓰이는 걸까, 궁금해졌다. 책에 따르면, 라곰에 대해 스웨덴 사람들에게 물어도 말로 설명하기엔 어렵다고 답한다고 한다. 스웨덴의 모든 부분에 스며들어있는 개념이기에 한마디로 딱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도 사전의 의미를 빌려 정의한다면, ‘적당한’, ‘알맞은’, ‘딱 들어맞는’ 혹은 ‘모든 것을 적당히’ 라고 말할 수 있다. 더 자세히 설명하면,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과시하지도, 불필요하지도 않은 최적의 상태’라 할 수 있다. 책에 설명된 표현 중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표현이 있었다.


‘라곰은 최선의 해법을 말한다.
이는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가장 조화로운 주파수를 의미한다.’

/'라곰' 中
 



#스웨덴 사람들의 삶 속에 녹아있는 라곰(Lagom)을 엿보다


 책에서는 라곰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음식, 뷰티와 패션, 라이프스타일 등 삶을 구성하는 카테고리를 나눠 이 모든 것에 라곰이 어떻게 적용되는가를 보여준다. 내가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음식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 두 카테고리는 웰빙이라는 단어로 교집합이 생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라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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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 사람들에게 ‘잘 사는 것’은 몸과 마음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몸의 균형은 건강과 음식을 통해서, 마음의 균형은 제대로 쉬는 것을 통해 맞춘다. 몸의 균형을 위해서 라곰은 최적의 음식을 섭취하도록 한다. 지나친 양의 섭취는 지양하며, 바르게 생산된 음식을 소비하고자 한다. 음식이라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에 사회적 인식을 더한 것이다. 지속 가능하게 생산된 음식의 소비가 늘어나면 소비자들은 건강한 음식을 섭취할 수 있고, 생산자들은 장기적으로 윤리적인 생산과정을 유지할 수 있다.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또 다른 요소인 운동에서도 라곰이 깃들어있다. 지나치지 않은 수준의 운동을 취미가 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따로 시간이나 공간을 필요로 하는 운동보다는 생활에서 자연과 함께할 것을 추구한다. 스웨덴 사람들은 일과가 끝나고 헬스클럽에 가는 것보다는 출퇴근 시간에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불필요한 것을 더하는 것을 지양하며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강조하는 라곰의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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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식은 마음이 아프지 않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서 라곰은 사람들에게 마음을 확인하라고 말한다. 혹시 어디가 아픈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고칠 수 있는지를 뒤돌아보는 시간이 라곰스러운 휴식이다. 스웨덴에서는 하루에 3번 정도의 ‘피카’라는 휴식시간을 갖는다. 시나몬 롤과 함께하는 잠깐의 휴식을 통해 바쁜 일상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며 삶의 페이스를 점검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건강, 음식, 운동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이는 다시 자연과 이어진다. 사실, 라곰은 자연의 대하는 태도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모든 이가 자연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이 자연을 누리는 것은 빚을 지는 행위로 미래의 세대에게 빌린 것이라고 말한다. 빌린 그대로 똑같은 동전으로 되갚아야 한다. 이런 태도가 음식과 운동과 건강에 모두 깃들어있다.





 책을 읽고 나면 라곰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 반대였다. 이 책을 초반부를 읽을 땐 한 문장으로 이해했던 라곰이 발을 넓혀가며 얼마나 많은 부분에 걸쳐있는 개념인지를 보고나니, 그것을 나의 말로 설명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사실, 다른 나라의 삶의 방식을 우리나라에 적용해보려는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하쿠나 마타타, 카르페 디엠, 페른베, 휘게까지. '이번에는 라곰이냐'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느낀 라곰은 우리가 한번 쯤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메세지를 던져준다. 바로 거기에 스웨덴식 행복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라곰은 ‘나’의 행복을 찾으라 말한다. 라곰은 다른 이의 기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잘 살펴보고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기준을 만들어 이를 삶의 전반에 적용하는 규범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나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 그것이 라곰의 본질이다.

내 인생도, 당신의 인생도 조만간 라곰(Lagom)해지길 바란다. 



*
故 김주혁 배우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잔잔하지만 따듯하게 빛났던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장수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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