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더 맛있는 산딸기 오믈렛, 더 감상하기 좋은 모네를 기다리며 : < 모네, 빛을 그리다展 > [전시]

글 입력 2017.10.23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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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한 말이지만 처음은 항상 특별하다. 내겐 잉크 펜이 그리는 첫 음절도, 화면 위로 만드는 첫 문장도 너무도 특별하고 중요하다. 특히나 필자는 처음의 기억이 좋지 못하면 이후의 시간은 기약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에, 처음은 바로 내일을 결정하는 모든 것이다. 첫 컨버전스 아트 전시였다. 그리고 첫 모네 전시였다. 이 처음이 다음 컨버전스 아트로, 다음 모네 전시로 이어질 수 있을지, 나름 중요한 디딤돌인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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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버전스 아트, 아우라에 대한 또 다른 생각


산딸기 오믈렛의 비유를 들어 ‘아우라’를 설명한 벤야민은, 원작과 원작을 만나는 주체 사이의 교감이 일회적인 것이고, 현재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임금이 50년 전 전쟁 통에 먹었던 노파의 산딸기 오믈렛은, 아무리 훌륭한 궁정요리사라도 다시 복제하고 재현해낼 수 없는 것. 벤야민적 아우라(Aura)는 그런 것이다.
 
반면, 컨버전스 아트는 조명과 영상테크놀로지 등 현대 발전된 미디어 기술을 활용하여, 원작의 아름다움을 보다 감각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전시회를 구성한다. 벤야민이 컨버전스 아트를 보았다면 복제의 시대, 아우라 상실의 시대의 온상이라 말하지 않았을까. 컨버전스 아트는 원작 그대로를 보여주고, 전시하는 형태가 아니라 원작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련의 가공을 가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컨버전스 아트를 처음 만난, 다소 편협한 사람으로서는 그래도, 내가 먹고 싶은 것은 그 옛날 산딸기 오믈렛인데, 새로운 재료로 새로운 풍미를 더한 산딸기 오믈렛을 먹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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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의심은 조금 누그러졌는데, 모네의 연작들, 특히 [미디어 오랑주리:수련 연작]을 본 후로부터다. 자연 채광에 따라 그 느낌과 명도가 달라진다는 수련 연작은 아우라에 대한 고집을 재고해보게 했다. 물론 이 전시회에서 보여준 수련 연작은 오랑주리 미술관의 수련 연작을 미디어로 재현한 것이다. 그러나 그날의 채광에 따라 그림이 다르게 느껴진다면, 즉 오리지널과의 교감 자체가 가변적인 것이라면, 원작과 그 아우라에 대한 고집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특히나, 낮에서 노을 진 저녁으로, 저녁에서 밤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천장의 하늘과 그 하늘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수련, 물 속에서 움직이는 수련과 물고기, 흔들리는 수초들. 모네가 포착했던 빛과 찰나의 인상들을 미디어로 재현해내는 것은, 오히려 그 찰나의 전후를 우리 앞에 감각적으로 펼쳐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까지 오리지널에 대한 고집 아닌 고집은 남아있다만, 결론적으론 나쁘지 않았던, 컨버전스 아트의 첫 인상이었다.

 
 
모네, 소화시키기에는 힘들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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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스러웠던 것은 전시회 전체가 빽빽하게 화려한 색채와 오브제들로 가득 차 있던 것이었다. 정말 화려하고 자랑할 만한 것들은 다 내온 식탁이었다. 하나를 적당히 소화하고 다음으로 천천히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화려하고 기름지고 반짝이는 것들을 한꺼번에 눈에 밀어 넣는 것 같았다. 거기에 전시회 주변의 소란스러운 환경까지 더해져, 모네의 빛을, 순간의 인상들을 소화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쩐지 감상을 위한 공간이라기보다는, 사진을 위한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빽빽이 채워진 공간 속에서는 모네의 작품을 감상하고 느끼기 보다는, 그 화려함과 반짝이는 많은 것들은 그저 배경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사진으로 박제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사진을 찍는 행태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진짜 모네의 작품을 만나고 느낄 수 있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모네의 작품은 사진 배경의 어떤 것으로만 남지는 않았는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기에 하는 말이다. 내가 모네의 작품을 감상하고 왔다고 할 수 있을까, 소화되지 않은 것들이 찝찝하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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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은 남았지만, 역시 나쁘지 않았던 모네와의 첫 만남이었다. ‘정말 좋았다’라고 단언하여 말하기에는 여전히 입에 쓴맛이 남아서, ‘나쁘지 않았다’라고 해두자. 그러나 ‘나쁘지 않았던’ 처음은 오히려 다음을 더욱 고대하게 한다. 더 맛있는 산딸기 오믈렛, 더 감상하기 좋은 모네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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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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