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 생애 첫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뮤지컬]

글 입력 2017.10.22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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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공연의 기준이 몇 년이 지나도 그 잔상이 생생한 것이라면 ‘지킬 앤 하이드’는 좋은 공연임에 틀림없다. 물론 내 생애 처음으로 관람한 뮤지컬이라 더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엄마, 동생과 함께 들어섰던 깜깜한 극장, 객석의 낮은 웅성거림, 퀴퀴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포근했던 좌석 냄새……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킬 앤 하이드’의 강렬한 이미지와 노래가 나를 사로잡았다. 다른 뮤지컬이 나의 첫 뮤지컬이었더라면 과연 내가 이만큼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흥미를 가지게 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지킬 앤 하이드’의 매력은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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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과 같음, 그 사이에서
 
 ‘지킬 앤 하이드’에는 양극단에 존재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과학자이자 인자한 인품의 소유자인 ‘지킬 박사’, 그리고 그와 대비되는 ‘악’의 화신인 ‘하이드’는 서로 극단적으로 대비되며 여자 주인공들도 이에 맞추어 비슷한 구도로 배치되어있다. 지킬 박사의 약혼자인 ‘엠마’는 부유한 집안의 정숙한 숙녀이나 또 다른 여주인공인 ‘루시’는 술집에서 일하는 쇼걸이다. 이와 같이 극단적인 캐릭터 설정으로 인하여 인간의 여러 면을 보여줌과 동시에 극적인 부분에서도 더욱 풍부한 연출이 가능하다. ‘지킬 박사’와 ‘엠마’가 함께 등장할 때는 미래를 약속하고 사랑을 노래하는 장면이 나오는가 하면 ‘하이드’와 ‘루시’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극의 분위기가 완전 바뀌어 도발적이고 끈적하기까지 한 느낌을 연출한다. 따라서 이러한 ‘다름’에서 오는 극의 풍부함이 ‘지킬 앤 하이드’의 주요 매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주인공들이 꼭 서로 다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겉으로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지만 모두들 알다시피 ‘하이드’는 ‘지킬 박사’의 내면의 산물이다. 결국 이 두 극단적 인물의 뿌리는 같은 것이다. 또한 ‘엠마’와 ‘루시’ 역시 각기 다른 배경에서 성장하였으며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완전히 상반되지만 두 사람의 내면 속에 자리한 순수한 사랑만큼은 서로 같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킬 앤 하이드’의 주제의식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의 이중성’이 이러한 부분에서 드러난다. ‘지킬 박사’의 내면 속에 숨어있던 ‘하이드’는 ‘지킬 박사’의 겉모습과는 달리 자유롭고 거침이 없으며 잔인하다. 겉으로 아무리 도덕적으로 보이는 인간이라 할지라도 이처럼 추악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극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킬 앤 하이드’가 인간 본성의 어두운 부분에만 주목한 것은 아니다. 쇼걸 ‘루시’의 경우, 겉으로만 보면 매춘까지 할 만큼 타락한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살펴보면 슬픔, 고독, 순수함, 희망, 사랑 등과 같이 다양한 결을 가진 인물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어쩌면 ‘지킬 박사’와 ‘루시’는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 남기 위해서 각각 ‘선’의 가면과 ‘악’의 가면을 두껍게 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와 같이 ‘지킬 앤 하이드’는 가볍게 흘려 보내기 보다는 생각에 잠기게 하는 뮤지컬이기도 하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곡들
 
 위에서 말했듯이 ‘지킬 앤 하이드’에는 다양한 매력들이 있지만 역시 가장 뛰어난 요소는 ‘음악’이다. 특히 ‘지킬 앤 하이드’는 모든 수록곡이 단 한 곡도 빼놓지 않고 모두 명곡인, 매우 드문 뮤지컬 중 하나이다. 따라서 모든 곡들을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사랑하는 곡 3개를 선정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1. Façade
1막의 가장 초반에 등장하는 곡으로서 강력한 앙상블의 사운드로 청중을 압도한다. 현장에서 이 장면을 직접 관람하면 말 그대로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감탄하게 된다. 장면에서 등장하는 의상과 안무 또한 훌륭하여 듣는 재미와 동시에 보는 재미도 충족시켜 준다. 그리고 가사에서 ‘지킬 앤 하이드’의 주제의식이 잘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작품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곡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2. In his eyes
2막에서 ‘엠마’와 ‘루시’가 ‘지킬 박사’의 모습을 그리며 사랑을 노래하는 곡이다. 두 여자 주인공의 상반된 스타일이 드러남과 동시에 아름다운 멜로디를 감상할 수 있다. 브로드웨이 버전보다 드라마틱한 느낌을 원한다면 브랜디 버크하트와 케이트 신들이 부른 락이 가미된 버전을 추천한다.

3. A new life
2막의 끝자락에서 ‘루시’가 새로운 인생을 다짐하며 부르는 곡이다. 이 곡을 통해 ‘루시’역 배우의 파워풀한 보컬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허무와 고독, 그리고 희망에 이르기까지의 ‘루시’의 감정변화를 보여주면서 캐릭터에 대한 청중의 이해를 한층 더 깊이 있게 해주는 곡이기도 하다.


[차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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