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의 반신화: 이데올로기 부수기

글 입력 2017.10.22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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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사건은 2016년 말과 2017년 상반기를 경악으로 물들였다. 부패한 권력으로 인해 묻힌 사건들이 하나 둘 드러났다. 그렇게 드러난 사실 중 하나가 바로 문화계 블랙리스트이다. 여가로서 즐겨지는 영화는 단순히 오락적 역할에서 그치지 않고, 권력의 압력 속에서 그들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도구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이야기 속에 지배층의 이데올로기를 담아, 수용자가 이를 자연스럽게 흡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영화 "설국열차"(봉준호, 2013)는 기차의 앞쪽 칸과 꼬리칸, 지배층과 피지배층으로 세계를 이분하고, 피지배층에 대한 부조리를 재현했다. 그렇다면 "설국열차" 또한 지배층의 이대올로기를 전파하는 도구였을까? 그에 대한 해답은 영화 속 몇가지 요소들의 의미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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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차는 <설국열차>의 주요 배경이자 자본주의 사회의 축소판이다. 윌포드의 세계순환 열차는 앞쪽칸 사람들에 의해 미래를 읽고 인류를 구한 선진적인 생각으로 칭송된다. 이때 기차는 진보, 전진, 혁명을 의미한다. 하지만 설국열차는 17년 동안 1년을 주기로 같은자리를 돌았고, 썩어가는 고인 물처럼 벗어나야하는 장소가 된다. 기차는 혁명 그 자체이자 혁명의 장소이다. 17년의 부조리한 삶 속에서 꼬리칸의 반란이 몇 차례 있었다. 커티스의 혁명은 그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는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윌포드의 계획이었다. 결국 영화는 기차의 폭발로 끝이 난다. 영화 <설국열차> 속 기차는 혁명이 아닌 혁파해야할 대상, 즉 지배 이데올로기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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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전반부에서 눈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윌포드는 교육을 통해 승객들에게 눈에 대한 공포를 심었다. 꼬리칸에서는 질서를 무너뜨리는 이의 팔을 기차 밖으로 내놓아 얼려 부수고, 앞칸 어린이들에게는 기차를 탈출하여 얼어 죽은 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결과 꼬리칸 사람들은 기차 내부의 부조리에 불평하면서도 기차 밖이 아닌 앞쪽칸으로 가려는 시도만 한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서 눈은 인류가 기차 밖으로 나가 새로운 삶을 살수 있다는 희망을 의미한다.



크로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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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래 산업 폐기물인 크로놀은 앞칸 승객들이 마약으로 사용한다. 노동자 계층에게 고통을 준 산업의 찌꺼기로 쾌락에 빠지는 상위층의 모습은 자본주의 속에서 이득을 취하는 자본가들을 비웃는다. 크로놀은 기차라는 폐쇄적인 공간 속에서 미쳐가는 상위층의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서는 폭탄으로 사용되어 기차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의미한다. 크로놀의 색깔인 파랑은 행복이란 의미와 영어 Blue의 동음이어인 우울함을 의미할 수 있다. 이는 영화 전반부와 후반부에서 크로놀의 대립되는 의미를 보다 강화시킨다.



"설국열차"


  봉준호 감독은 영화 "설국열차" 속에 단순히 부패한 현실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이를 혁파하자고 말하고 있다.


[노주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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