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THE NEW VISION from Bauhaus to A. I [전시]

예술의 주체와 도구에 대한 고민
글 입력 2017.10.22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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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_먼지같은 생각들을 위한 실험실 _ 생각과 행위의 사이에서01.jpg
김 수 작가의 < 먼지같은 생각들을 위한 실험실 _ 생각과 행위의 사이에서 >


 이 전시는 라즐로 모홀리-나기의 작품들로 시작해서, 그의 작품세계에 영향을 받아 각자의 방식으로 기술과 예술을 결합한  5인의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구조로 이루어져있다.



라즐로 모홀리-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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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홀리-나기의 < Light Drawing >


 라즐로 모홀리-나기는 기계를 통해 예술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예술가였다. 지금에 와서는 기계를 이용해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이 흔한 일처럼 되었지만, 당시에는 기술과 예술의 결합이 그리 일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남긴 작품사진과 영상에서는 포토그램, 포토몽타주 등의 기법으로 빛, 소리, 움직임 등과 같이 비물질에 가까운 것을 재료로 삼아 상을 창조해낸 작품들과 그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포토그램은 '사진기 없는 사진'으로, 감광 처리된 종이 위에 오브제를 올린 뒤 빛에 노출함으로써 오브제의 윤곽과 질감을 이미지로 드러나게 하는 사진기 없는 추상 사진이라고 한다. 모홀리-나기는 사진을 '빛으로 그리는 그림'이라고 이해하고 사진의 예술적 가능성을 증명하고자 여러 기법들을 동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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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앉아서 모홀리-나기의 영상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규칙적이면서 빠른 기계의 움직임, 끊임없이 반복되지만 빛에 따라 흑백의 영상 속에서도 찬란하게 변화하는 명도가 한참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 시네마 천국 >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무심하게 변모해가는 시대상을 보여주면서도 향수를 자극하는 영화이니 꼭 볼 것을 추천한다.

 모홀로-나기의 작품 뿐 아니라 이 전시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좋았던 작품은 바로 'Light Drawing'이라는 작품이었다(정확한 제목이 아닐 수도 있다). 빛을 이용한 작가의 의도와, 그것을 투영하는 기계의 의도가 결합된 작품이었다. 여러 겹의 천을 지나가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새로운 공간에 온 듯 했다.

 "예술은 때로는 아름다움이 아닌 새로움을 추구하기도 한다."라는 말이 머릿 속에서 맴돈다. 지난 VOGUE 전시에서 본 이 글귀가 뇌리에 강렬하게 박힌 듯 하다. 그의 작품의 경우 새로움과 아름다움, 두 가지 모두를 충족시켰다.



한국 작가의 작품들 (김 수, 전준호, 김병호, 애나한, 양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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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수 작가의 < 해석된 감정 >


 모홀리-나기의 작품들을 지나고 나면 김 수, 전준호, 김병호, 애나한, 그리고 양민하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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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하 작가의 < 해체된 사유와 나열된 언어 >


 그들은 각자의 방식에 따라 자신의 의도를 형상화해냈다. 이들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기술의 발전에 따라 화가의 붓과 물감 역시 변모됨을 보였다는 것이다.
   
 마치 모홀리-나기가 '사진기'라는 새로운 기술을 예술적 도구로 활용했듯, 한국의 작가들도 그들이 익힌 '새로운 기술'을 예술에 접목시킨게 아닐까 싶다. 기술은 단순히 인간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도구일 뿐 아니라, 시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기에 이러한 종류의 예술은 사회적 가치를 가진다.
 
 사진과 컴퓨터, 그리고 인공지능으로 이어지기까지 기술은 인간 사회를 반영한다. 모홀리-나기가 그 출발점에 서서 예술의 역할을 보여주었다면 현 시대의 예술가들은 이 화두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탐구해나간다. 때문에 그 탐구 과정의 실험작들을 지켜보면서 '예술의 주체는 누구인가', '기계는 의지를 가진 창조자의 위상을 가질 수 있는가 혹은 환경적 우연에 종속된 알고리즘의 도구인가', '예술의 역할은 무엇인가' 등 여러 어려운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굳이 이런 생각들을 하지 않아도 시각적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전시라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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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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