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원히 기억되어야 위안부 문제를 기록하다.

10년이 지난 지금, 진심 어린 사죄는 없었다.
글 입력 2017.10.0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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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8월 26일, 나는 남산에 위치한 기억의 터 1주년 행사의 스태프로 활동했었다. 내가 맡게 되었던 "미션지 완성하기" 부스. 시민들이 필수로 거쳐야 했던 부스라, 항상 사람이 많았던 곳이었다. 그래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준비한 멘트와 함께 펜과 미션지를 나눠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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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기에 미션지가 조금 어렵다고 느껴지실 수 있지만, 부스 안을 둘러보시면 정답이 있으니 어렵지 않게 푸실 수 있을 거예요."


 손과 발이 바쁜 하루였지만, 사람들의 끊이질 않았던 발길이 너무 반가웠다.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어린아이처럼 기쁘고 뿌듯했기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의 손길이 닿아야 하는 아픈 과거사였기 때문에. 내 몸이 더 바빠졌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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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뒤로 김복동 할머니의 연설이 이어졌다.


벌써 기억의 터 조성이 된 지 1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 때문에 우리는 가슴 아픈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일이 어떻게 아직까지 해결이 안 되었는지, 참 가슴이 아픕니다. 해방된 지 수년이지만 일본에서는 진정어린 사과 한번 없었습니다. 우리는 과거사를 해결한 후에 일본과 손을 잡아야 할 것입니다. 과거사가 해결되지도 않은 채 손을 잡는다면, 우리가 죄지은 사람처럼 말 못 할 상황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조속하게 해결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축사를 하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일본의 태도가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우리는 나라의 힘이 없어서, 끌려가 희생을 당하고 평생을 약에 의지해서 병중으로 힘들게 살아가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우리의 과거사를 다 알고 있으면서도 해결을 짓지 않고 있습니다. 새로운 정부에서 무언가라도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가장 낮고 무거운 목소리를 외쳤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분들 중 한 분이신 김복동 할머니가 못다 한 말씀 다 하실 수 있도록, 그저 경청했었다. 평생 억울하셨을 그 감정, 과거사를 해결하자는 한마음으로 모인 이 자리에서 숨기지 못하시는 모습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기에.한마디 한마디 떨리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아팠던 세월을 대변해주는 듯했다.

 그리고 어느새 시간이 흘러, 2017년 10월 5일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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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영화를 보며 종이와 펜을 꺼내 주인공의 아픔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들의 마음에 공감하고 싶어서, 오늘따라 괜스레 울적해진 마음 풀어내고 싶어서.


[세월]
01. 그냥, 네 목소리만 들어도 알겠어. 가슴 아픈 기억이라는 것 말이야.
02. 그만둬, 어차피 더 숨을 생각도 없어.
03. 잊고 싶은 과거지만, 그 사진을 버리지 않았어.
04. 과거를 잊으면 내가 지는 거니까.
05. 60년 넘도록 아무도 보여주지 않았는데, 이제는 이 사진을 너에게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속이 후련해.

[손수건 한 장]
01. 앞으로 힘든 일 있으면 여기다 다 닦아내고 힘내기다. 알겠지?
02. 꽃무늬가 그려져 있는 예쁜 그 손수건 말이야.
03. 앞으로의 우여곡절을 함께 해줄 그 손수건 말이야.
04. 몇십 년이 지나도, 우리 눈물 닦아줄 그 손수건 말이야.
05. 네가 간직해왔기에, 절대 해지지 않을 그 손수건 말이야.

[원통했던 모든 순간들]
01. 우리가 쌀밥을 먹고 싶어서 위안부로 들어갔다고 딴소리를 하더라고. 너무 억울해서, 내가 영어를 배웠어.
02. 머리카락을 모두 자르면 추해 보일 것 같아서 머리카락을 모두 잘라냈지만, 오히려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을 뿐이야.
03. 죽지 못해 살았어. 고향을 그리워하며, 내 가족을 만날 날을 기다리며.

[10년이 지난 지금]
01. 아직까지도 일본의 진실된 사죄는 없었어.
02. 책임을 회피하기 때문에, 더 고통받고 괴로워하는 거야.
03. 그 소녀들이 겪었던 고통을 반드시 기억하기 위해서.
04.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될 슬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서.
05. 소녀들의 애타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감싸주고 싶어서.


 몇십 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무런 사과조차 받지 못하셨기에. 어떤 말이라도 위로되지 않을 그 아픔을, 지금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고민하는 지금 이 모든 순간들. 곧, 내가 성장함으로써 훌쩍 시간이 흘렀을 때는 일본의 진실된 사죄가 분명하게 이루어져 있었으면. 이로 인하여 현재 아직 남아계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35분이 모두 환하게 웃음꽃 피우실 수 있으셨으면.

 그만큼, 정의가 이루어지는 세상이 되었으면.
정의로운 세상을 누구보다도 기뻐할 사람이, 내 주변 사람들이었으면.
그런 행복해하는 내 주변 사람들을 보며, 나조차 행복해지는 그런 기분을 느껴보았으면.

[강신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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