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쇼펜하우어 인생론 에세이 < 사랑은 없다 > [문학]

행복하기보단, 상처받지 않기 위해
글 입력 2017.10.07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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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인간이 바로 남의 눈을 의식하는 타인 본위의 유전적인 고질병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면 자신의 안정과 평화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커져서 매사에 태연 자약할 수가 있으며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수도자들이 은든 생활에서 큰 행복을 느끼는 이유는 남의 눈치를 안 보고 타인 본위의 속세 생활에서 자기 본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 생활에서 겪는 불행이나 재앙의 대부분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관념적인 생각, 즉 인간의 불치병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그것을 극복하면 우리는 훨씬 행복하게 살 수 있다."
- 95P.


"배가 항해하려면 압력을 가하는 물체가 필요한 것처럼 인간에게도 육체나 정신에 고뇌라는 압력이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따라서 인간에게는 노동과 가난과 정신적 가책이나 고뇌 같은 기압 장치들이 함께 따라다녀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토록 벗어버리고 싶은 것들은 사실상 운명처럼 짊어져야 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가 있다. ... 우리는 그 고뇌를 고통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기꺼이 기쁘게 받아들여 즐기자는 것이다."
- 148P.



 이 책은 쇼펜하우어의 짧은 글들을 모아놓은 것으로써, 인간의 사랑, 삶과 죽음 등을 포함한 인간 인생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쇼펜하우어는 참으로 냉정한 사람이다. 그가 하는 말은 대체로 이런 것이다.



- 인간의  사랑이란 결국 종족의 유지라는 대자연의 원칙을 전제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연의 정신에 참여하는 것 뿐 우리가 생각하는 고귀하고 특별한 어떤 것은 없다.

- 인간의 욕구는 인간을 괴롭게 한다. 더 행복해지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현재가 괴롭고 아프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 허영심과 명예욕은 자신의 불행을 자초할 뿐이다. 남의 눈을 의식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바보 같은 짓이므로 행복의 기준을 스스로에게서 찾아야 한다.

- 인간은 본래 이기적이며 양심이 없다. 따라서 잘못을 저지를 때도 행위 자체보다도 행위의 결과가 두려워 괴로워한다.

- 인간은 불행이라는 장애물이 있어야 행복을 깨닫는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결여된 느낌이라 책을 읽으면서 우울해지기도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위안이 되기도 했다. 요즘 전공 레포트를 쓰는 일이 잘 안돼서 너무 힘들었는데 책을 읽으니 마음가짐에 조금은 도움이 된 듯 하다. 고난이 없으면 삶이며 행복이며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나를 힘들게 하는 일이 있어야 기쁜 일도 생기고 하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허무주의적이며, 염세적인 철학관을 가진 이  냉정한 사람은 인간의 영웅성이나 이타심과 같은 것들에 대해 아주 큰 반감을 갖고 있는 듯 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운명이라든지, 사랑의 고귀함이라든지, 개인의 신화라든지 하는 것들을 믿는 사람으로서 쇼펜하우어의 가르침은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가슴으론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우리의 삶엔 필연적으로 고통이 존재하고, 우리 개인은 사실 자연의 먼지 한 줌에 지나지 않기에 모든 것이 허무하며, 그러니 욕심을 버리고 '해탈'하라는 말. 그의 말은 어딘지 냉정하면서도 슬프게 들린다. 그 자신이 부모님과 갈등을 겪고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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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이미지 출처는 구글.


 내용 자체가 워낙 단호하고 냉철해서인진 모르겠지만, 에세이에서 틀렸다고 생각되는 말은 없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철학의 큰 역할 중 하나는 허무할 수 있는 인간의 삶에 대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을 법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우리의 정신적 범주 내에서나마 실현 가능하기 때문이다. 설령 인간이 자연 법칙에 귀속되는 짐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 할 지라도,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런 맥락에서 과연 의미 없이 인간이 살 수 있을까? 쇼펜하우어가 말한 '의미 없음'도 인간 삶에 대한 하나의 의미일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동의한 대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에서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행복과 위로를 건네줄 수 있는 의미를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쇼펜하우어가 해석한 세계의 일부분을 머리에 지고 갈 듯 하다. 행복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고난한 세상 살이에 상처를 덜 받기 위한 격언으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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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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