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Bach and Beyond [공연]

글 입력 2017.10.0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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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는 굉장히 예쁜 악기다. 그리고 세종 솔로이스츠는 다비드 프레이를 둘러 싼 요정같다.

공연 보는 내내 느낀 감정이다. 너무나 예쁜 음악이 오고갔다. 현악기와 피아노가 너무나 잘어울렸다. 그리고 손짓 하나만으로 동시에 시작하는 음악과, 동시에 올라가는 활대 등으로 아름다운 극을 본 듯했다. 프로그램은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제 3번 D장조 BWV 1068 "아리아", 건반 협주곡 제 4번 A장조 BWV 1055, 베토벤/말러의 현악 4중주 F단조 Op.95 "세리오소", 어거스타 리드 토머스의 '아련한 기억 속의 속삭임' , 바흐의 건반 협주곡 제 1번 D단조 BWV 1052 였다. 안내 팜플렛 책자에 각 곡의 설명이 있어서 클래식에 문외한 내게는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래서 공연 전에 빠르게 훑어보았으나, 막상 연주를 들으면 책자의 내용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곡을 느끼기에 바빴다. '조화로움'은 바로 이 공연을 보고 칭하는 것이리라.

가장 즐거웠던 부분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싶다. 인상 깊었던 곡은 현대음악인 '아련한 기억 속의 속삭임' 이었다. 속삭임이 무슨, 귀가 째지는 듯한 느낌이어서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 반어법을 사용한 것일까. 세부 제목으로는 기도, 의식, 자장가, 의례, 주문 등 엄청 정적인 단어다. 하지만 엄청나게 동적인 곡이었다. 심지어 처음부터 끝까지 현을 뜯는 곡도 있었다. 퍼포먼스 같기도 하고.
 
내가 그림을 그릴 때엔 그리는 재료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고자 한다. 수채화라면 맑은 느낌을, 크레파스면 특유의 퍽퍽한 느낌을, 연필이라면 연필 색의 느낌을 가장 살릴 수 있는 그림은 어떤 것일까 고민하면서 그린다. 이 곡도 그렇다. 현악기를 엄청 잘 살린다고 느꼈다. 흥미로운 건 찢어지듯 소리를 내면서도 뜯는 기법으로 연주한다는 것. 딱 세종 솔로이스츠 만을 위한 작곡이 느껴졌다.

어떤 연주든 곡에 맞추어 악기가 연주하면서 진행이 되는데, 이 곡은 자연스러웠다. 각 악기별 독주부분이 있었다. 아 이 곡은 악기를 위한 곡이구나. 돌아가면서 나오는 리드부분이 즐거웠다. 끌려다니는듯 묘한 매력에 빠졌다. 난 현대를 사는 사람이어서, 호기심이 많아서 현대 음악을 좋아하는 걸까.

앵콜을 두 곡이나 연주했다. 참 재미있는 문화다. 계속 박수를 치면서 '어딜 도망가' 하고 붙잡았다. 그리고, 또 붙잡혀서 왔다갔다 한 다비드 프레이도 참 재미있었다. 나는 어디까지 진행이 되나 궁금해서 끝까지 박수쳤다. 가볍게 앵콜 곡을 두 곡이나 하면서도 박수가 끊이지 않자 '제발 보내줘' 하는 심정으로 붙잡고 갔다. 처음부터 끝까지 좋아서 웃음이 나는 공연이었다. 앵콜곡 중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녹턴이었다. 가볍게 들리는 녹턴이 나를 눈감게 만들었다.

같이 간 친구가 내게 말했다. '그래 퍽퍽한 삶에 이런 여유는 꼭 필요해. 내게 여유를 줘서 고마웠어' 전시든, 연주회든, 어떤 공연이든, 문화는 우리에게 공간을 준다. 한 템포 쉴 수 있는 공간. 물론 종사자는 힘들겠지만, 타인에게 이런 여유를 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개인플레이어이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 작업도 늘 혼자 하는데, 연주회는 특성상 누군가와 함께 할 수 밖에 없다. 공연 대부분은. 특히 클래식은 팀이 함께 파트를 나눠서 한 곡을 완성한다는 게 얼마나 보람차고 멋진 일일까 조금 부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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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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