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는 '러브라이버' 입니다 [문화 전반]

글 입력 2017.10.03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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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SNS에서 '혼모노'라는 단어가 유행했다. (혼모노 : 오타쿠들 중에서 주변인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덕질을 하는 일부의 오타쿠) 바로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을 상영하던 극장에서, 주변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오타쿠들이 보인다는 (몇몇은 과장이 섞인) 에피소드들이 유행하면서이다.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은 일부 '덕후'들의 행실은 잘못이 맞지만, 씁쓸하게도 사람들의 비난의 시선은, 전반적으로 인식이 좋지 않은 '덕후' 전체에게 돌아가기도 하였다. 사람들이 덕후, 오타쿠를 욕하고 비방하는 이유는 주로 그들의 성향이나 생김새였다. 보통 덕질을 하는 사람들은 뚱뚱하고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외모를 가졌다는 편견과, 그들의 취향이 대중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주로 욕을 먹었다. 나는 덕후나 덕질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런 사람들의 취향이라는 것도 잘 알지 못했다.

그렇지만, 외모가 주로 그런 편이라고 편견을 가지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더군다나 외모가 어떻든 외모로 비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또한 내가 보기에는 사람들이 덕후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단순히 대중적인 취향과 거리가 멀다고 싫은 대상으로 삼는 것처럼 보일 뿐, 왜 그들을 욕하는지 잘 이해가 안 됐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말하지 말자'가 내 가치관이기에, 덕후가 잘못 됐다, 덕후를 욕하는 사람들이 잘못 됐다를 따지기 전에 먼저 그 분야에 대해 알아보고 그 분야를 이해해 보고자 했다.





'혼모노'라는 단어가 유행하면서, 잠시 덕후에 대해 전반적으로 적대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적이 있다. 그때 '너의 이름은' 과 관련된 에피소드와 더불어, 그 분위기를 형성한 주역은 바로 일본 애니메이션 '러브라이브'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영화관을 대관하여 그 안에서 마치 콘서트를 하는 듯한 모습이 찍힌 영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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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에 밝혀진 것은, 러브라이브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애초에 그렇게 할 계획으로 따로 영화관을 대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덕후 자체에 대한 적대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있을 때라, 그 영상은 그저

"다른 사람들 영화보는 공간에서 덕후들이 자기들끼리 모여서 이렇게 몰상식한 행위를 하고있다"
"애초에 2D영상 앞에서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현실 밖의 미소녀들을 좋아하는 거 더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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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덕후들에 대한 적대감을 형성하는 데에 이용되었다. 또한 '럽폭도'라는, 러브라이브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비방하는 표현이 돌기도 했다.

나는 이러한 영상,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를 보면서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물론 2D 스크린 앞에서 응원봉을 흔드는 익숙하지 않은 모습에는 나도 약간 놀라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에 열광하는 그들의 관심사가 궁금하기도 했다. 저들은 왜 그렇게 열광하고, 사람들은 왜 그렇게 욕하는지. 또한 저기의 애니메이션 '러브라이브'가  사람들이 욕하는 '덕후'에 대한 대명사라고 생각하여, (대표적으로 '럽폭도') 덕후의 세계에 대해 이해해보고자, 러브라이브를 접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러브라이브'라는 애니메이션이, 사람들이 아예 모를 정도로 멀리 떨어진 것은 아니다. '니코니코니' 같은 애교라던가, '코토리베이지 염색'과 같은 단어들은 들어본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찾아보니, 러브라이브도 '러브라이브'와 '러브라이브 선샤인'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렇지만 위 요소들이나, 사람들이 생각하는 덕후와 더욱 관련되어 있는 것이 '러브라이브'였기에, '러브라이브'를 보기로 했다.

러브라이브에 대해 이름만 들어보고(혹은 아예 들어보지 못했거나) 그 내용은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기에, 잠깐 설명을 하자면 오토노키자카 학원(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이 학교에 입학을 희망하는 예비 신입생이 너무 적어서 학교는 폐교 위기에 처하게 되고, 이에 몇몇 학생들이 '스쿨 아이돌'을 결성하고 학교의 이름을 알림으로서 폐교를 막고자 한다.

참고로 '러브라이브'란 스쿨 아이돌 경연 대회로, 이 이야기 속 학생들이 결성한 스쿨 아이돌 '뮤즈(μ’s)'도 이 대회에 참여함으로서 학교의 이름을 알리고자 하는 이야기 이다. (이 애니메이션의 배경으로는, 이미 다른 고등학교들에도 많은 스쿨 아이돌이 존재하고, 학교의 유명세에 많은 영향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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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라이브 1기와 2기를 다 보고(각각 13화, 연결되는 이야기),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충분히 좋아할만하다"는 것이다. 물론 메이저 보다는 마이너 적이지만, 그런 취향을 가지고 그쪽 분야에 빠지게 되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우선은, 애니메이션 속 [그림과 그래픽]이 상당히 뛰어났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러브라이브 뿐만 아니라 일본의 만화나 애니메이션은 2D에서 그릴 수 있는 외모의 극치를 이뤄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말은 단순히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들이 제일 이쁘다' 이런게 아니라, 예술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이미 이 쪽 분야에서는 인간이 외모의 어떠한 점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지를 계속 연구해왔고, 3D와 다른 2D에서, 인간이 느끼는 '예쁨'과 비인간적으로 느껴지는 부분 그 사이를 계속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러브라이브'라는 애니메이션이 '아이돌로서 라이브를 하는 미소녀들'에 관한 내용이기에, 캐릭터를 묘사하는 데에 있어서 2D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할 수 밖에 없다. 어쨌든간에 미소녀와 관련된 애니메이션이기에, 애니메이션의 아티스트들이 캐릭터의 외모에 대해서 시종일관 신경 쓴 것이 보일 수 밖에 없다.

또한 무엇보다 놀란 것은, '라이브'를 하는 영상을, 정말로 사실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아이돌을 대상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기에, 애니메이션의 시작과 끝 부분, 그리고 내용의 흐름에 따라 중간중간에 캐릭터들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라이브가 나온다. 보통 만화적 삽화의 애니메이션은 현실이 아닌 2D의 느낌이 강한데, 이 애니메이션에서 라이브 영상 만큼은 현실적인 느낌이 든다. 기존 애니메이션들처럼 동일하게 정해진 움직임의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고, 9명의 캐릭터가 각각의 고유한 움직임을 가지고 있어서, 한마디로 다 '따로 논다'. 그렇기에 완전 칼군무가 아닌, 정말 현실 속의 사람들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또한 라이브 영상에서만 그래픽이 바뀌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픽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기에 뭐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라이브 영상에서는 마치 컴퓨터 그래픽을 쓴 듯한 느낌이 든다.

'러브라이브'의 매력 두 번째는, [캐릭터] 이다. 요즈음 나오는 아이돌들을 보면, 모든 멤버들이 각각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많은 그룹 중에서, '예능 멤버'는 거의 무조건 한 명 이상씩 있고, 멤버들이 각각의 컨셉을 갖고 활동을 하는 그룹도 많다. 아이돌 그룹 자체가 컨셉을 잡는 것 뿐만 아니라, 멤버들도 각각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지금 아이돌 시장에서 중요한데, 그 매력들이 곧 그 아이돌을 좋아하게 되는 계기이자, 질리지 않고 계속 좋아하게 되는 점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멤버 각각의 컨셉에 매우 충실한 것이 '러브라이브'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현실 밖의 캐릭터이기에 멤버 각각의 컨셉을 부여하는 것에는 훨씬 수월할 것이다. 그렇기에 다양한 색깔, 다양한 컨셉이 고루 분배된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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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나무위키)에 의하면, 아이돌 정보통, 럭키걸 겸 두뇌진, 열렬한 행동파, 작사가, 작곡가 겸 물주, 안무가, 의상 제작가가 한 번에 모인 기적의 팀이 바로 뮤즈라고 하기도 한다. 보통 아이돌 그룹이 데뷔하기 전에 소속사에서 전략을 짜고 각각의 멤버에게 컨셉을 부여하듯이 러브라이브의 제작사에서도 전략을 짜고, 사람들이 좋아할만하게 컨셉을 부여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러브라이브'의 다른 매력은 [성우][음악]이다. 매니아적인 분야가 발전한 일본답게, '러브라이브'도 그 만의 전문적인 분야가 되었다. 러브라이브의 참여한 성우들은 '나마뮤즈'라는 이름으로, 뮤즈의 노래로 라이브를 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가상아이돌로는 최초로 2015년에 홍백가합전에 출연하기도 했고, 뮤직스테이션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들은 뮤즈 못지않게 인기를 누렸으며, 도쿄돔에서 라이브를 하기도 했다. 또한 러브라이브가 출판사 '아스키 미디어 웍스', 애니메이션 제작사 '선라이즈', 음반사 '란티스'가 합동으로 진행한 프로젝트이기에, 음악도 실제 아이돌에 비길만한 노래를 내기도 한다. 뮤즈는 실제로 7개의 정규 싱글을 내었고, 심지어 이들의 베스트 앨범은 골드디스크로 인정받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러브라이브가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문화]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이러한 취향, 이러한 것들을 하나의 분야로 인정해주는 문화가 있었기에, 러브라이브와 같은 애니메이션이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영화관에서 그들의 방식으로 응원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저 그들의 취향을 존중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그 사람들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취향에 따라 충분히 좋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이러한 모습은, 일본 도쿄돔에서 나마뮤즈의 공연이 성황리에 이뤄진 것과는 대조된다.

분명 남한테 피해를 주는 것은 잘못되었지만, 한편으로는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그들을 뭐라 할 자격도 없는 것이다. 그저 각자의 취향을 존중하면서, 그들의 문화로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현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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