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산딸기 오믈렛과 모네 : < 모네, 빛을 그리다展 - 두 번째 이야기 >[전시]

글 입력 2017.10.01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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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 오믈렛


옛날 옛적에 한 왕이 있었다. 금은보화와 권력을 지녔음에도 날이 갈수록 침울해져가던 그는 어느 날 궁정요리사를 불러 자신이 50년 전 먹었던 ‘산딸기 오믈렛’을 만들라고 명령한다. 50년 전, 전쟁 중 어두운 숲속의 오두막에서, 피로와 허기에 허덕이는 왕에게 한 노파가 해주었던 산딸기 오믈렛을 말이다. 이 소원을 들어준다면 왕은 요리사를 제국의 후계자로 삼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다면 그를 죽일 것이라 명했다.
 
요리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폐하! 정 그러시다면
교수형리를 곧장 불러주십시오.
물론 저는 산딸기 오믈렛 요리법과
하찮은 냉이에서 시작해서
고상한 티미안 향료에 이르는
모든 양념을 훤히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오믈렛을 만들 때
어떻게 저어야 마지막 제 맛이 나는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폐하! 저는 죽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제가 만든 오믈렛은
폐하의 입에 맞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폐하께서 그 당시 드셨던
모든 영양분이 되는 재료를
제가 어떻게 마련하겠습니까.

전쟁의 위험, 쫓기는 자의 주의력,
부엌의 따뜻한 온기,
뛰어 나오면서 반겨주는 온정,
어찌 될지도 모르는 현재의 시간과 어두운 미래-
이 모든 분위기는 제가 도저히 마련하지 못하겠습니다.”
 
(발터 벤야민,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 민음사, 2006)
 
     
벤야민적 의미의 아우라(Aura)는 산딸기 오믈렛이다. 오리지널이 가지는 현재성과 일회성으로, 오리지널과 관찰하는 주체는 교감을 나눌 수 있다. 궁정요리사가 아무리 열심히 산딸기 오믈렛을 재현하려 해도, 왕이 오리지널 산딸기 오믈렛과 나누었던 교감은 재현해낼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벤야민은 기술복제 시대는 예술작품의 복제가 가능하게 됨에 따라, 아우라 상실의 시대라고 판단을 내렸다.

 
모네빛을그리다2_포스터(일자표기).jpg
 


모네의 정원에서의 산딸기 오믈렛


내겐 첫 컨버전스 아트 전시이며, 모네와의 첫 만남이다. 미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없는 내게도 한 가지 고집 아닌 고집이 있는데, 오리지널에 대한 믿음과 희구가 그것이다. 특히나 그림은 작가의 섬세한 드로잉과 붓질, 질감 표현이 그대로 작품에 나타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림을 기술을 통해 복제하고 전시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나, 하는 의문을 막기가 어렵다.
 
고백하자면, 이는 전적으로 전시에 문외한인 내 문제에서 비롯된다. 노파의 산딸기 오믈렛을 맛본 자만이, 다른 요리사가 만든 산딸기 오믈렛이 그것과 어떤 게 다른지를 이야기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일명 ‘알못’이기에 더욱 보수적이고, ‘원조’(오리지널리티)가 붙은 것만을 조악하게 찾아다니는 꼴이다.

  
"정원은 나의 가장 아름다운 명작이다" 


모네의 정원에서 궁정요리사가 산딸기 오믈렛을 대접한다. 벤야민이 말하는 아우라는 느낄 수 없을지언정, 이 산딸기 오믈렛 그 자체에 대한 진실된 감상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오히려 궁정요리사의 산딸기 오믈렛을 오리지널과 비교하지 않고('못하고'라는 표현이 엄밀하긴 하다)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오리지널 산딸기 오믈렛은 맛보지 못했다만, 그래도 궁정요리사가 만든 산딸기 오믈렛의 맛은 가장 솔직하게 답해줄 수 있을테니 말이다.



전시개요


전시명 < 모네, 빛을 그리다展 >시즌Ⅱ - 클로드 모네, 두 번째 이야기

전시장소 본다빈치뮤지엄(능동 어린이회관 기획전시실,어린이대공원역 2번출구)

전시기간 2017년 7월 7일 ~ 10월 29일 (7월7일,오후5시 오픈)

관람시간 오전10시~오후7시
            (입장마감 오후6시, 금,토,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8시30분까지 운영)
             월요일 휴관

티켓 하나티켓






모네2_상세.jpg




 에디터 김나윤.jpg


[김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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