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당신의 일요일은 편안한가요? '인생의 일요일들'

글 입력 2017.09.29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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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한 때는 언제였을까. 아무런 걱정 없이 달콤함을 누렸던 그 시간은 아마도 일요일이었을 것이다. 일주일 중 유일하게 마음껏 쉴 수 있는 시간, 티비 앞에 앉아 온 가족이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그 시간.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그 황금같은 시간이 바로 일요일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나 일요일은 있다. 하지만 제각각 다른 모습과 다른 장면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에게 인생은 늘 행복만 주어지지 않는다.

이 책은 바로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그 수많은 감정들을 대변한 책이기도 했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인간관계와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 그리고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나를 어떻게 기억할지에 대한 심오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사람이 늘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것, 때로는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떠나고 싶은 순간이 오게 된다는 것. 어쩌면 이 이야기는 내가 살아있는 한 평생 공감하며 살게 될지도 모르겠다. 사는 것이란, 공허함이 같이 존재하는 것 같다.

부모님께서 항상 간섭할 때마다, 나는 "내 인생이니까, 당연히 내 마음대로 살거야!" 라는 말을 많이 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은 지켜지지 못했다. 생각지 못한 변수가 많이 발생했었기 때문이다. 일단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고.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그들보다 낮은 수준의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고. 등등 여러 변수가 잦았기 때문이다. 결국 인생은 혼자 살 수 없다는 교훈을 새삼 깨닫기도 했다. 

막장이나 직장인 소재 드라마를 보면서, '에이, 저런 일이 어딨어! 드라마니까 저런 일이 나오는 거지.'라는 말을 많이 하기도 했다. 그런데 현실을 점차 경험해보면서 느낀 바로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 같은 상황이 많다는 것이었다. 열심히 스펙 쌓아도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와 학교폭력이 비일비재하며, 친척간의 재산 다툼으로 살인까지 저지르는 그런 상황들이 참 많았다. 이처럼 세상이 잘못 돌아간다는 것임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달라지지 못하는 이 상황이 답답했다. 조금만 양보하면 될 일인데, 조금만 이해해주면 될 일인데, 그 해결책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현되지 못하는 사회가 결국 내 인생이 마음대로 움직이지만은 않구나하고 일찍이 실감하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일요일이 주는 편안함을 말하고자하는 메시지도 있겠지만, 일요일이라는 편안함을 겪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고됨을 겪어왔는가를 전달하려는 걸지도 모르겠다.



책 소개


《침대와 책》,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정혜윤의 신작 에세이, 일상과 여행을 오가는 편지로 새롭게 독자들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껍데기만 남은 것처럼 지쳤을 때, 그 무엇에도 감동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을 때, 그 무기력과 우울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에세이스트 정혜윤이 삶에 지친 모든 독자들에게 보내는 에세이. 일상과 그리스 여행이 촘촘히 어우러진 에세이스트의 편지를 읽다 보면 회복과 치유의 시간, ‘내 인생의 일요일’이 언제인지 깨닫게 된다.



저자 소개 '정혜윤 작가'


CBS 라디오 프로듀서. 에세이스트.

2007년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 《침대와 책》을 시작으로 독서 에세이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을, 동시대 사람들에게 배운 삶의 지혜를 담은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사생활의 천재들》, 《여행, 혹은 여행처럼》, 《마술 라디오》를, 쌍용차 해고 노동자의 내적인 삶을 담은 르포르타주 에세이 《그의 슬픔과 기쁨》, 여행의 기억과 생각들을 모은 《런던을 속삭여줄게》, 《스페인 야간비행》을 펴냈다.

<김어준의 저공비행>, <공지영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 <김미화의 여러분>,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세월호 유족들의 목소리를 담은 팟캐스트 <416의 목소리 시즌 1>, 정치 팟캐스트 <파라다이스 조선 정치 옹알이> 등과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성 짙은 국내외 라디오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CBS 특집 다큐멘터리 <불안>으로 제40회 한국방송대상 다큐멘터리 부문 작품상, CBS 세월호 참사 2주기 특집 다큐멘터리 <새벽 4시의 궁전>으로 제 43회 한국방송대상 다큐멘터리 부문 작품상, 2012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우수상, 2013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우수상, 제10회 한국 방송프로듀서상 작품상, 제18회 한국 방송프로듀서상 작품상 외에 다수의 직품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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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 구절



"해고된 후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이상한 감각에 휩싸인 거예요. 달콤한 것도 같고 잘 마른 빨래에서 나는 냄새 같기도 하고 낯익은 침대에서 나는 냄새 같기도 하고. 이건 뭐지? 아, 이건 일요일의 냄새잖아!" (p18)


"우리가 머물고 깃들 시간, 그곳에 머리를 눕히고 어깨를 기대고 싶은 순간. 야! 여기 좋다. 우리 여기서 쉬었다 가자. 여기서 좀더 머물러야겠어. 여기서 긴장 풀고 짐을 내려놓자. 크게 숨 쉬자! 이렇게 살아보는 것도 괜찮구나! 이렇게 기쁨을 느끼는 시간을, 저는 그 시간을 일요일의 시간이라고 불러요. 회복하고 건강해진 시간. 마음에 충실한 시간요. 지금 제 야망은 결코 작지가 않아요. 저는 일요일이 되고 싶어요." (p22)


"이런 하늘 아래서는 나에게 하는 거짓말도 남에게 하는 거짓말도 아무 소용이 없어요. 이런 하늘과는 그저 조화를 이루면 돼요. 일상에서 너무나 간절히 바랐던 평화와 행복이 나플리오의 하늘을 닮게 하면 돼요. 만약 나플리오에 한 시인이 나타나 하늘을 노래하는 시를 쓴다면 그 시에는 이런 구절이 들어갈 거예요. '나는 슬픔을 잊었노라, 나는 슬픔을 모르노라. 나는 내 고장의 하늘만 기억하노라. 내 고장의 하늘을 떠올릴 때 내 마음은 늘 밝게 열리노라.'

저는 황홀경에 빠져들었어요. 분홍빛 하늘과 쉬지 않고 날아다니는 제비에 취했어요. 그곳에선 뒤를 돌아볼 필요도 없고 안을 들여다볼 필요도 없어요. 지나온 날을 돌아보거나 내면을 헤집어 볼 필요도 없어요. 위만 보면 돼요. 그렇게 내 밖에 존재하는 것과 내 내면을 결합시키면 돼요. 저는 슬픔을 잊고 다음엔 저 자신을 잊고 다음엔 세상을 잊었어요. 용기는 크되 발고 마음은 한없이 부드러운 사람과 함께 있는 것처럼 걱정 속에서 뛰쳐나왔어요." (p120)


"새해 첫날도 가요. 오늘은 뭐하면서 지냈나요? 저는 지난해 묵은 피로가 밀려왔는지 하루 종일 자다 깨다를 반복했어요. 그러면서 매일매일이 일요일 같기를 바랐어요. 좀더 정확히 말하면 일상과는 조금 '다른 시간' 속에서라면 저는 이 세상에 있는 것이 덜 힘듭니다. 힘들기는 커녕 거의 편안해요. 우울한 날은 우울한 채로 편안해요. 살면서 제가 선택한 수많은 정체성이 있어요. 그중 어떤 정체성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했어요. 어떤 정체성은 저를 불안하게 하고 옥죄었어요. 어떤 정체성은 저를 자유롭게 하고 살아 있게 했어요. 어떤 정체성은 딱히 원하지 않았지만 감당하고 살아야 했어요. '감당한다, 감수한다'는 늘 저에게 중요한 문제였어요.

제임스 조이스는 이 세상에서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정체성을 택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조금 다른 정체성 선택'이 제임스 조이스의 일상 '탈출법'이었어요." (p132-p133)


"이런 저런 자료를 짜깁기해서 얇게 펴 바른 유적지 소개 여행기를 쓰고 싶지 않았던, 작가 패트릭 리 퍼머는 그리스의 한곳에 깊게 침투해보기로 마음먹었어요. 어디에 갈까? 조건이 있었어요. '통신이 조악하고 외진 탓에 인간과 환경과 역사의 오랜 관계가 그다지 훼손되지 않은 사람들이 사는 곳', '가장 발길이 뜸하고 다가가기 힘들며 여행자들에게 가장 덜 매력적인 지역', '아무리 세계 문화유산이라 할지라도 오늘날 그리스인의 삶과 긴밀히 연결되지 않은 곳은 배제'. 그러다 보니 일반적인 여행 안내서와는 딴판인 책이 나왔어요. 저는 그의 생각이 구구절절 마음에 들었어요." (p156)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부분을 잃는 것이겠지요? 마치 사지가 잘려 나가는 것과 같은 것이겠지요? 삶의 좋은 날은 사라져버리는 것과 같겠지요?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좀더 생각하게 돼요. 나는 타인의 가슴속에서 누구일까요? 타인의 가슴속에서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나는 누군가의 일생일대 가장 귀한 선물, 힘들게 얻은 전리품일 수도 있을까요? 타인의 가슴속에 있는 삶을 돌아보니 제 마음은 크게 머뭇거리네요. 그래도 내가 죽고 사라졌을 때 가장 크게 고통을 느끼는 사람은 나는 아닐 거예요. 나를 가슴에 담아둔 채 남은 삶을 살아야 할 사람들일 거예요. 그래서 죽음은 슬픈 걸까요? 내가 사라지기 때문이 아니라 남겨진 채 살아갈 사람들이 겪을 슬픔과 상실감 때문에요. "장차 너희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 생각으로 지상의 마지막 눈물방울을 떨어뜨리겠지요?" (p161)


"인간적 온기 속에 있고 싶은 마음과 고독하고 싶은 마음의 경계, 나이고 싶은 마음과 나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이 뛰어넘고 싶은 마음의 경계, 과거를 훌훌 털고 싶은 마음과 과거에서 배우려는 마음의 경계, 삶은 소중하다는 마음과 덧없다는 마음의 경계, 열심히 일하고 싶은 마음과 떠나고 싶은 마음의 경계, 표현하고 싶은 마음과 조용히 숨고 싶은 마음의 경계, 안정되고 싶은 마음과 자유롭고 싶은 마음의 경계, 은둔자가 되고 싶은 마음과 뭔가에 뛰어들고 싶은 마음의 경계. 저는 이 모순들과 잘 지내보고 싶어요." (p186)


"할아버지, 저는 잘 산 것 같기도 하고 잘 못 산 것 같기도 해요. 좋은 생각 한번 못 해보고 산 것 같기도하고 좋은 생각은 했지만 생각 뿐이었던 것도 같아요. 시늉만 하고 산 것 같아요. 어떤 싯구에 이런 표현이 있어요. '그렇게 많이 살았는데 어째 산 것 같지가 않아.' 제 마음이 지금 그래요. 내가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사람답게 행동했는지도 의심스러워요. 꼭 필요한 사람이란 느낌만 즐겼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넘어가고 싶어요. 그러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새로운 삶이 시작될까요? 할아버지, 여행은 뭐죠?"

- 주의 깊게 눈여겨보는 것이란다. 눈여겨보고 놀라는 것이란다. 내게 놀라움은 행복과 관련 있단다. 조금 전에도 행복했다. 이곳이 놀라워서. 세상의 모습에 놀랄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을 잊을 줄 아는 거란다. 자신에 붙잡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데 그 싯구 말이다. 누군가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단다. '그렇게 오래 살았다고? 무슨 소리야. 이제 막 시작한 것 같은데.' (p187-p188)


"존 버거는 행운의 날은 일주일에 하루뿐이라고 했어요. 그렇다면 저는 지금으로선 일요일을 행운의 날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일요일에 저는 제 삶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고 있어요. 일요일에 제 삶은 산산이 흩어지지 않고 제 안에 모여요. 일요일에 저는 상처에 붕대를 감듯 저를 아름다운 것으로 칭칭 감아요. 일요일에 저는 기억과 꿈과 연결시켜 보려고 해요." (p194)


"오이디푸스의 비극은 우리가 운명의 노리개란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에요. 저는 이 비극을 삶의 법칙에 대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요. 삶이 예상과는 다를 수 있다는 것, 현실은 나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세상은 합리적이 아니라는 것, 합리적이기는 커녕 신의 변덕과도 같다는 것, 내가 원한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힘이 나의 의도와 의지보다 더 내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 내가 그런 일을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한 일을 할 수도 있다는 것, 누구도 전적으로 자기 운명의 지배자가 될 수는 없다는 것, 즉 세상은 '네가 네 운명의 주인이다!'라고 하지만 결코 아니라는 것. 제게 오이디푸스의 비극은 개인주의라는 편리하고 외롭고 쓸쓸한 동시에 타인에게 얼마든지 잔인해질 수 있는 시대적 광풍에 대한 경고처럼 들려요." (p300)


"어느 순간 풍경은 정신의 풍경처럼 보여요. 하찮고 낮은 마음과 드높은 마음, 각자 다른 위치에 있는 내 마음을 보게 만들어요. 하찮은 마음은 부끄러워하고 드높은 마음은 꼭 품고 있고 싶게 해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것에 따라 노력하며 살고 싶어져요. 내 삶을 위에서 관찰하는 것 같은 기분도 들어요. '돌아보니 내 삶은 공허했어요!'라고 한탄하게 만드는 길이 아니에요. 내 마음의 목적지와 지나온 것이 구비구비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만드는 길이에요. 높은 고도에서 불어온 바람이 시원하게 땀을 식혀줄 때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면 길이 아니라 포기하려고 했었던 희망이 따라오는 것처럼도 보여요. 가고자 했기 때문에 이만큼 왔구나! 계속 가봐! 여행자에게는 자명한 진리예요." (p310-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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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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