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신데렐라를 꿈꾸며 [영화]

글 입력 2017.09.10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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勸善懲惡(권선징악), 事必歸正(사필귀정), 苦盡甘來(고진감래)

‘선을 권하고, 악을 징계한다.’ ‘무슨 일이든 결국은 옳은 이치대로 돌아간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 아름다운 말이다. 아마 현실에 존재하기 힘든 것임을 알기에 더 아름답게 느껴지리라. 과거의 일까지는 알 수 없지만, 현대에서 저 고사성어들은 아름다움을 넘어 이상적인 것에 가깝게 느껴진다. 모두가 좋은 것을 알고 있지만, 그 결과는 보장하지 못하는 사회. 청년에게 노력을 다그치지만, 노력의 부족이 문제의 원인이 아닌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노력은 원인이 아닐뿐더러 문제의 해결 역시 속 시원히 이끌어주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듣고 싶어 한다. 착하고, 성실하고, 노력한 이가 보상 받는 이야기를 듣기 원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야기를 좋아하는 동물이다. 과거에 여러 나라들에 이야기를 해주고, 돈을 받는 이야기꾼들이 있었고, 지금도 터키에는 메다(Meddah)로 불리는, 이야기 해주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이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는 노력이 보상 받는 사회를 꿈꾼다. 세계적으로 신데렐라 플롯의 작품들이 여전히 쏟아지고, 우리의 민담에도 < 콩쥐팥쥐 >가 있었다. 노력하는 이가 결국 인정받는 사회, 바보 같이 선한 사람이 끝내 보상받는 사회, 실베스터 스탤론의 < 록키 >와 찰리 채플린의 < 황금광 시대 >다.
 


록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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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록키 > 포스터


< 록키 >는 실베스터 스탤론의 자전적 영화다. 이름 없는 단역 배우이자 시나리오 작가였던 그는 여러 오디션에서 수많은 좌절을 경험한 끝에 자신이 쓴 < 록키 >의 시나리오로 첫 주연을 맡게 된다. 그리고 그 영화는 실베스터 스탤론의 인생을 바꿨다.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제작사 측에서는 그의 시나리오만을 원했지만, 실베스터 스탤론은 완고하게 자신이 주연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렇게 우리가 아는 이탈리안 종마가 탄생했다.
 
무명의 삼류 복서가 세계 챔피언을 상대로 15라운드까지 버티는, 조금은 뻔한 이 영화가 더 아름다운 건 영화가 그의 인생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 챔피언과의 대결이 성사된 무명 삼류 복서는 오랜 무명 생활 끝에 자신의 시나리오에 주연까지 맡게 된 무명 배우였고, 챔피언 아폴로를 상대로 15라운드까지 버틴 무명 복서 록키는 그동안의 고생 속에서도 끝까지 꿈을 놓지 않았던 실베스터 스탤론, 그 자신의 이야기였다. 아름다운 이야기다. 그의 성공이 진심으로 기쁘다. 



황금광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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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황금광 시대 > 포스터


착한 사람이 복을 받는다고들 하지만, ‘착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하는 삶인지, 수많은 불한당들이 왜 이리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지, 많은 착한 사람들이 알고 있다. 착하게 살아서 복을 받았다는 사람은 아직 만나보지 못했지만, 대신 배려라는 이름의 피해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이들은 무척 잘 알고 있다. ‘호의가 계속 되면 권리인줄 안다.’는 영화 속 대사처럼, 우리는 계산 없는 호의를 베풀면 바보가 되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일까.
 
< 황금광 시대 >에는 채플린의 다른 작품처럼 독재자나 현대 사회의 실업 구조를 향한 풍자와 해학이 들어있지는 않다. 오직 한 남자의 러브 스토리와 그의 눈에 띄게 착한 성품뿐이다. 기원조차 정확히 알 수 없는 옛 이야기, 신데렐라 플롯을 정직하게 따른 < 황금광 시대 >에 당시의 관객은 어땠을까. 90년도 더 지난 오늘, 현대의 눈으로 바라본 영화 속 이야기는 여전히 감동적이었다. 착한 사람이 복을 받는 사회, 노력한 이가 인정받는 사회, 상식이 통하는 사회, 분명 좋은 것이라 배웠는데 현실에서 그 사례를 찾는 것이 너무 어렵다. 어렵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신데렐라를 꿈꾼다.


[김우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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