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는 고독과 쓸쓸함 속에 머물러 있었네 '소모' 연극

글 입력 2017.09.09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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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따스하던, 9월2일. 나는 동기와 함께 왕십리역 소월아트홀에서 '소모' 연극을 관람하고 왔다! 

우선 '소모' 연극이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각색한 작품이라기에 좀 의아했다. 왜 많은 작품들 중에서 '변신' 작품을 연극화하였을까. 어떤 내용으로 각색을 하였을까. 여러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그런 연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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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을 받았는데, 가장 잘 보이는 앞자리에다 중앙이라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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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시작되기 전, 무대 모습이다. 무대에 놓인 철골 구조물이 가장 눈에 띄었다. 정장과 책과 메달과 마이크 등등 소품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려고, 저런 식으로 만들어 놓았을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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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난 후, 그저 대박이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사실 연극을 보기 전만 하더라도, 동기와 같이 그 훌륭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어떻게 연극으로 잘 만들겠어라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벌레를 사람이 연기한다고 표현이 될까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많은 물음표들을 단번에 해소시켰다.

처음부터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 시켰다. 붓이 아닌 발로, 자신이 열심히 달려온 인생을 표현한 점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앞만 보며 달려가는 현대인들의 바쁜 일상, 기업에 맞춰 채워가는 수 많은 자소서들. 그렇게 열심히 살아도 인정받지 못하는 우리들을 잘 녹여냈다. 토익 900, 컴퓨터 자격증, 일어, 중국어 등등 스펙이 고작 평균 수치밖에 속하지 못하다니. 그럼 우리는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인가. 자신의 청춘을 다 바쳐 미래를 위해 힘썼거늘, 고작 벌레로 변신하다니. 그렇게 열심히 살아왔음에도 고작 결과는 버림이라니. 보는 내내 속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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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로 변신한 아들이 벌레 연기를 정말 잘해서 놀라웠다. 더듬이, 소리, 발가락 등 섬세한 동작들이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게다가 철골 구조물에 매달린 모습, 거침없이 바닥에 떨어지는 모습, 에프킬라가 뿌려진 젤리를 먹으며 소스라치는 모습, 야행성 습성을 가진 모습, 절박하게 온몸을 비틀며 가족을 부르는 모습 등 너무 인상깊었다. 어떻게 저런 연기를 과감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일까. 그의 동작 하나하나가 생동감있어서 마치 벌레로 보이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정말 벌레에 대한 연구를 심사숙고하신 부분들이 결과물로 잘 나타난 듯하다.

선호의 엄마가 아들의 성장과정을 적은 수첩을 꺼내 읽어주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났다. 아들은 군입대를 앞두고, 밥맛이 없다며 투정을 부렸지만 엄마는 2년동안 우리 아들이 아프지 않게 잘 보내야 할 텐데라는 걱정만 하고 있는 그 모습이 짠했다. 마치 예전의 날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어머니의 자식사랑이 물씬 풍기는 애틋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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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외국인 노동자의 불가능한 의사소통을 이용하여 야근수당을 떼먹고, 불법체류자임을 빌미로 여권을 안 돌려주는 등 악덕사장의 이야기가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 주변에도 흔히 일어나는 이 일상들이 배우들의 열연을 통해 여과없이 잘 드러났다. 이처럼 문제의식을 다룬 이야기들이 많아 아직도 우리에겐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들이 많음을 인식시켜주었다.

마지막으로 아쉬웠던 점은 이렇게 훌륭한 작품이 관객들이 별로 없었다는 것과 신진연출가들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연회차가 적다는 것이다. 많은 신진연출가들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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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설명


최악의 청년 실업률, 그 속에 취업을 위해 평생을 쉬지 않고 달려온 아들 선호. 어느 날 아버지의 취업청탁으로 집에는 국회의원이 찾아오게 되고, 잠에서 깨어난 선호는 벌레로 변한 자신의 몸을 발견하게 된다. 가족들은 의사를 불러 치료를 해보지만 결국 실패하게 된다. 벌레가 되어버린 아들로 인해 가족 모두는 각각 다른 생각을 품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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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 연극 제작진


연출 조보우
출연 강지윤, 황인준, 임성균, 이미랑, 장지훈, 이준
각색 극단 공존
무대감독 옥상욱
음향 류지현
조명 곽승일
진행 김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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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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