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동심의 세계와 화려한 스튜디오 사이, Alice into the Rabbit hole [전시]

앨리스의 이상한 거울 나라
글 입력 2017.09.0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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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전시회_포스터.jpg
 

 
Prologue.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주제로 다룬 전시 ‘Alice into the Rabbit hole’은 내가 앨리스에 대해 품고 있던 환상만큼이나 많은 기대감을 안겨주었다. 시각적인 화려함으로 꾸며진 입구, 각 테마의 모든 존에서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를 그림과 영상으로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느껴져 그 은유와 표현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앨리스 전시회 티켓.jpg
 

 
1. 독특한 색감과 조명
 
그간 디지털 매체를 사용하거나, 프로젝션 맵핑 기법으로 기획 및 연출된 전시는 전시회의 일부분으로 만나왔었다. 회화나 사진전, 그리고 현대미술을 다룬 전시에서도 영상이나 설치 미술품의 경우 한쪽에 자리가 따로 마련되어 있어 미술품과 전시관이 분리되는 것이 일반적인 전시회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회장에 설치된 모든 조형물과 프로젝터의 조명, 그리고 작품들이 전시된 벽에도 앨리스의 세계를 표현해 놓아 전시장 자체가 하나의 작품인 듯했다. 시계 토끼를 따라 들어간 굴속에서 만난 세계는 분홍색과 보라색, 그리고 민트색의 조합으로 그 신비함과 몽환적인 느낌을 더하고, 앨리스가 만난 이상한 나라를 3D로 구현해 놓은 것이 새롭고도 신비하게 느껴졌다.
 
 
앨리스 전시회 curioser.jpg

 

2. 이상한 나라와 거울 나라
 
이번 전시에서 표현된 세계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그 속편으로 발간된 <거울 나라의 앨리스> 두 소설의 내용을 다루고 있는 것이었다. 카드 게임에서 ‘이건 모두 꿈이야’라며 현실로 돌아온 앨리스가 혼자 방에서 거울을 보던 어느 날, 거울을 통해 들어가게 된 거울 나라는 , 라는 테마의 ZONE을 통해 구현되었다. 거울을 보며 무엇이 실재이고 허구인지를 헷갈리는 앨리스처럼,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일상의 순간이 떠올랐던 ZONE, 그리고 무슨 말로든 문장을 만들 수 있는 <아무 말 대잔치> ZONE은 거울 나라에 빠져들기에 충분한 몰입감을 관람객에게 안겨주었다.

 
앨리스 전시회 전시회장1.jpg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 이야기는 많은 사람에게 동심의 모티브로 기억되며, 다양한 매체로 그 모습을 달리하고 있어 필자 또한 이 이야기를 소설과 영화로 만나본 경험이 있다. 디즈니에서 제작된 앨리스 주제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에서는 이상한 나라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 이야기를 모두 담고 있는데, 상당 부분의 스토리가 전시에서 잘 구현된 것 같아 영화를 한 번 더 보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앨리스 전시회 전시회장2.jpg
 


 

 하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시각적인 화려함과 ‘어른이’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아기자기한 소품, 그리고 일러스트들이 전시관을 이상한 나라의 분위기에 맞게 꾸며주고 있어 신선했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전시된 작품들이 보이는 것에만 집중되어 사진의 피사체로서만 관객들에게 남겨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ZONE마다 설명되어 있던 글귀들을 테마에 맞게 구현해놓은 그래픽들과 애니메이션도 해당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확실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앨리스가 앨리스로만 표현되지 않고 그를 넘어선 무언가로 보여지길 기대했던 나에게는 화려한 전시장의 컨셉 외에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잘 기억나지 않는 전시였다.

관람객들을 눈과 귀로 사로잡고자 했던, 즐거운 놀이공원과도 같은 전시회의 기획과 구성은 좋았으나, 과연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만이 가진 동심과 상상의 메시지가 잘 전달되었을지는 의문이다. 현실에 맞서는 유일한 무기로서의 상상, 그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순수한 동심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던 앨리스가 캐릭터로서만 소비되는 현장이 아니라 관객들이 앨리스가 될 수 있는 상상의 공간을 마련했다면 더욱 풍성하고 얻는 것도 많은 전시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앨리스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은 ‘사진 찍기’ 외에도 많을 것이다. 비생일unbirthday의 특별한 문구를 뽑아주던 자판기처럼, 아무 말을 입력할 수 있던 키보드처럼 말이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은 꼭 전시장이 아니어도 되며, 그곳이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여야 할 특별한 이유는 없다. 소중한 기억을 아름다운 공간에서 사진으로 남기는 것은 좋지만 전시관이 사진을 찍는 스튜디오로서만 역할 하지 않음을 관람객들과 전시 기획자 모두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앨리스 전시회 문구.jpg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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