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수잔 케인을 통해 본 내향적 사람의 가능성 [문화 전반]

'콰이어트'의 저자 수잔 케인과 우리가 오해했던 내향적인 사람에 대해서
글 입력 2017.09.03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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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살면서 많은 유형의 사람을 만난다. 그런 사람들의 성향을 굳이 이분법적으로 분류하자면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으로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내향적인 성향이란, 조용하고 수줍음을 잘 타기도 하고 겁이 많으며 외부 자극에 일반인들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향이다. 반대로 외향적인 성향은 말하기를 좋아하고, 주목받기를 원하며 자극을 즐긴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다른 두 성향이기 때문에, 사람을 단순히 내향적, 외향적 사람이라고 구분 짓지는 않지만, 누구든 어느 한 부분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느낄 수는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내향적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대부분의 사람은 이 질문에 대해 내향적인 사람은 대부분 숫기가 없거나 조용한 사람이라고 답할 것이다. 자신감 있고, 앞에서 나서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주목받는 세상에서 내향적인 면은 어떻게 보면 부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필자도 이러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 자신이 내향적인 부분이 큰 사람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향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면서 살아왔다.

  오늘은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내향적인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과 내향적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수잔 케인을 통해 본 내향적 사람의 가능성


  위에서 살짝 언급했다시피, 필자는 내향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스스로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외향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왔다. 노력했던 이유의 중심에는 아마, 내향적인 사람은 강하지 않고 소심하다는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깔려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은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으므로 어떠한 사람을 단순히 내향적인 사람,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딱 구분 짓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어떤 성향이 더 나은 성향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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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성향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 간단하게 판단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는 자신을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느꼈다. 어떠한 성향이 더 나은 성향이라고 단정 지으면 안되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내향적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어떤 부정적인 느낌 때문에 외향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면서 살았다. 그 중 몇 가지는 집에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쉬다가 수업 시간이 되면 꼭 발표를 맡아 남들 앞에 선다든지 모두에게 어려운 자리에서 일부러 총대를 메고 말을 꺼낸다든지 하는 것들이 그런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아주 자연스럽고 때로는 잘한다고 느껴지기도 하는 일, 하지만 나에게는 노력이었던 그런 행동을 하고 난 후에는 꼭 남들보다 더 긴, 혼자만의 휴식시간을 가지고는 했다. 조용히 혼자 방에서 쉬기도 하고, 며칠간 집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나 자신을 충전했던 때도 있었다.

  이렇게 밖에서의 모습과 집에서의 모습이 다르기 때문에 남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고민이 생기면 자연스레 나 자신도 스스로 압박을 하곤 했다. 지금쯤이면 나가야 한다,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럴 때는 나의 휴식시간을 조금 쪼개서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조용히 쉬고 싶은 순간에도 일부러 재잘재잘 많은 말을 늘어놓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나는 완벽하게 나 자신을 외향적인 사람에 가깝게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노력하는 모습은 결국 들통이 났다. 친구는 필자에게 수잔 케인의 ‘콰이어트’라는 책을 추천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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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적인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줄 책, 수잔 케인의 '콰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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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인 수잔 케인(SUSAN CAIN)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수잔 케인의 ‘콰이어트’는 우리가 알고 있던 내향적인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관점을 조금 바꿔 바라본다. 앞에 나서서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주목받지만, 조용한 사람들도 세상을 바꾸고 움직이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저자인 수잔 케인은 조용한 책벌레 소녀였다고 한다. 그녀는 프린스턴과 하버드 법대를 우등생으로 졸업한 후 기업과 대학에서 협상기법을 가르치는 변호사가 되었다. 하지만 내성적인 자신의 성격이 직업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항상 궁금했다. ‘왜 세상은 외향적인 사람을 선호하고, 왜 내향적인 사람은 자기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원래의 성격을 감추려 하는 걸까?’ 수년간의 연구와 수많은 사람과의 인터뷰 끝에 그녀는 자신과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내향성이 얼마나 위대한 기질인지 스스로 증명해보기로 했다. 성공이 보장되는 월스트리트의 변호사 세계를 떠나 작가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은근한 끈기로 시작된 탐구와 저술은 7년 만에 책으로 탄생하였고, 2012년 ‘세계 지식인의 축제’인 TED콘퍼런스 개막식의 대미를 장식한 그녀의 강연은 1,500여 청중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수잔 케인의 TED강연


  그녀의 강의를 보면, 인구의 3분의 1은 내향적인 사람들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내향적인 사람들은 스스로를 외향적인 사람으로 바꿔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진다고 한다. 학교나 직장 같은 집단은 외향적인 사람에게 맞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혼자 무언가를 하길 원하는 학생들은 자라면서 조별 과제를 겪게 된다. 그것이 협동이 큰 역할이 아닌 산수와 같은 과제일 때도 말이다. 이렇게 외향적인 사람이 잘 적응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혼자 무언가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특이해 보이거나 사회성이 떨어져 보인다. 하지만 이런 환경들은 내향적인 사람들을 고려한 환경이 아니다. 그녀는 내향적인 사람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으며 이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에서 내향적인 사람들은 큰 역량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강의를 마치며 그녀는 마지막으로 내향적인 사람의 내면을 가방에 비유한다. 그녀 또한 내향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에 내향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가방을 남에게 보여주기 싫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 하지만 가끔은 남들에게도 가방 안의 것들을 보여주길 권한다. 내향적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조용히 말할 수 있는 용기로 자신의 내면을 보기를 추천하고 그 역량을 모두 발휘하기를 응원해준다.

  이 강의가, 또 그녀의 책이 사람들에게 깊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녀가 바로 그 내향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굉장히 내향적이라고 느꼈던 그녀가 내향적 성향의 가능성에 대해 증명하고 이를 당당하게 무대 위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우리가 내향적인 사람들을 부정적인 면을 더 부각하여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심지어 내향적인 사람들 자신조차도 말이다.

  조용한 것은 부족한 것이 아니다. 또한, 혼자 있고 싶고 남들보다 용기가 부족한 것은 사회성이 부족한 것이라는 인식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향적인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많아져야 한다. 내향적인 사람들도 충분히 성향과 맞는 환경에서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도 내향적인 사람에 대한 인식을 더 긍정적으로 바꾸었으면 한다. 내향적인 사람에 대한 인식이 바뀐다면, 많은 이들이 자신의 성향에 자신감을 가지고 세상을 움직이지 않을까.


[이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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