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같은 삶을 살면서 다르게 쓰다 - 도서 ‘오늘은 바람이 좋아, 살아야겠다!’ [문학]

글 입력 2017.08.28 23:5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그들 역시 한 사람의 문학인이기에 앞서 한 사람의 인간이었기에 우리와 별반 다름없는 ‘인생’을 견디고, 살아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작가였고, 시인이었으므로 늘 깨어 있어야 했다. 그리고 삶보다도 더 중요한 문학에 자신을 내던져야 했다. 그 때문에 그들은 평범한 이들보다 ‘조금 더’ 외롭고 쓸쓸하고 뜨겁고 고독했다. 손쉽게 내가 ‘조금 더’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은 ‘조금 더’라는 그 표현 속에는 수천 개의 삶과 수천 개의 고독과 수천 개의 절망이 매달려 있었다. 그들은 전혀 평범하지 않았고, 평생토록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필생의 과업인 ‘창작’을 위해 힘겹게 고군분투했다.
(p. 8)

 
  문학소녀였던 저자 김 상미 시인이 사랑한 작가들. 자신을 키운 문학인들의 삶과 사랑하는 작품들을 소개하는 글 가운데 내가 인상 깊었던 몇 작가를 소개한다. 모든 작가가 문학사에 있어 큰 발자국을 찍은 작가들이다. 나는 사드, 바흐만, 콜레트가 기억에 남는다.


나무발전소 오늘은바람이좋아 살아야겠다 _ 평면.JPG
 
 

<차례>
 
프롤로그

프란츠 카프카
- 프란츠 카프카 특급열차를 타고
 
마르키 드 사드와의 가상 대담
- ‘지옥’에서 만난 사드
 
르네 샤르
- ‘시의 시인’, 르네 샤르를 만나다
 
잉게보르크 바흐만
- 나는 항상 나다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
- 우리는 모두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
 
폴 발레리
- 천재, 오, 긴 인내여!
 
거트루드 스타인
- 우리는 정말로 아내 같았다
 
에드거 앨런 포
- 갈가마귀와 아서 고든 핌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 아, 콜레트처럼 살고 싶어!
 
카렐 차페크
- 정원을 가져야 한다, 우표만한 정원일지라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 평생을 나비를 쫓아다니고 찾아다닌

에필로그
   

  
  상대에 대한 가학행위를 성적 쾌락의 근거로 삼는 ‘사디즘’의 어원이 된 사드. 마르키 드 사드는 그의 글과 일치하는 사상을 가지고 있었고, 그의 삶 역시 쾌락을 위해서라면 무엇도 서슴지 않는 삶이었다. 그럼에도 철학, 문학의 분야에 있어 사드가 회자되는 이유는 그만의 논리가 그 안에서 철저히 지켜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르키 드 사드.jpg

 

나의 글쓰기는 외적인 진실을 통한 타인의 설득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나의 글쓰기는 누구에게도 말을 걸지 않는, 순전히 내 머릿속에서만 진행되는, 절대적으로 고독한 글쓰기이다.
(p. 30)


 그는 우리가 이야기하는 소통이나 설득을 위한 글쓰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인생의 반 이상을 감옥에서 보낸 그에게 글쓰기는 밖에서 충족하지 못한 쾌락을 풀어내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타인의 존재와 자신의 쾌락을 비교하는 것 자체를 부정하고, 오로지 자신만의 쾌락을 추구하는 삶이야말로 자유이자 선이라고 외친 작가가 사드였다.
   

잉게보르크 바흐만.jpg
 

  잉게보르크 바흐만은 “독일어권의 전후문학에서 가장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라고 한다. 내가 그녀를 기억하는 것은 책이 소개하는 ‘나’라는 시 때문이다.
   

 
노예 상태는 견디지 못한다
나는 항상 나다
어떤 것이든 나를 휘게 하려 한다면
차라리 나는 부러지겠다.
 
냉혹한 운명이 닥쳐오거나
또는 인간의 힘이 밀려오면
여기에, 이렇게 나는 있고, 이렇게 나는 머무른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 있는 힘을 다하여 머무른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오직 하나이다
나는 항상 나다
올라간다, 그렇게 나는 높이 올라간다
추락한다, 그렇게 나는 완전히 추락한다.
(p.66)

 
 시인이 되기 전부터 품고 있었던 시라고 한다. 저렇게 단언할 수 있는 용기가 매력적이다. ‘나는 항상 나다’라는 선언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흔들리는 인간이, 하물며 항상 바뀌는 사물과 그로인해 느껴지는 다양한 감정을 훑어야하는 작가가 자신을 유지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저토록 간결하고 강렬하게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이 존경스럽다.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jpg

 
 책에서 “살아 있었을 때 최고의 공식 명예를 누린 유일한 여성작가”라고 평가한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콜레트는 초등교육 밖에 받지 못했지만 많은 비평가들의 관심을 끄는 매력적인 문체를 구사했다. 글을 쓰는 것에 관해 친구와 주고받은 편지에 얘기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네가 본 것을 그냥 묘사하려고만 들지 마. 네게 기쁨을 준 것을 오랫동안 찬찬히 들여다보아. 고통을 준 것조차 … 네가 받은 첫인상을 놓치지 않으면서 말이야. …… 적어도 보고서 따위는 써선 안 되겠지. 수상쩍은 보고서 종류는 …. 사랑하는 동안에는 사랑의 소설을 써서는 안 되는 것처럼 말이지.

- 콜레트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p. 149)

   
  오감을 적극 활용한 콜레트의 감각적인 문장은 쉽게 쓰는 좋은 문장으로 평가받는다. 좋은 문장을 쓰는 그녀만의 방법은 다름 아닌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창조가 아닌 발견의 영역으로 글을 사유하고, 그 방식을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은 그녀의 글이 궁금하다.
 
  게으른 독자인 나는 책에서 소개한 작가들의 글을 알지 못한다. 책의 내용을 봤을 때는 모든 작가들이 아주 매력적인 글을 썼을 거라 어림짐작할 뿐이다. 프롤로그에서 김 상미 시인은 그들 역시 사람이기에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인생을 살았다고 얘기한다. 그렇다. 작가들도 사랑을 했고, 아픔을 겪었고, 고민을 했다. 끊임없이 생각을 하고 그것은 종이에 옮겨 적으며 그들은 그들만의 사유를 완성해갔다. 탄생한 작품들과 그것 안에 담긴 생각은 다를지언정, 각자의 방식으로 작품들을 완성해나갔다는 점만으로 그들의 인생이 찬란해 보인다.


[김마루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