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카메라 앞에 서던 그녀, 카메라를 잡다 [시각예술]

ROCKING LOVE : 패티 보이드 사진전
글 입력 2017.08.1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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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역사적 사실에 의존하지 않고 오롯이 '패티 보이드 사진전'에서 느낀 점을 적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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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갑작스레 자취를 감춘 지난주, 성수동 S FACTORY에서 진행 중인 패티보이드 사진전을 관람하고 왔다. 전시회는 공사가 한창인 건물 안에서 진행됐다. 정돈되지 않고 탁한 느낌을 풍기는 공간이라 일반적인 전시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받았다. 내가 아는 누구보다도 화려한 삶을 살아온 패티 보이드의 사진과 인생을 살펴봤다.



1. George Harri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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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톱모델로 자리매김해 수많은 사랑을 받던 패티 보이드는 비틀즈 멤버 조지 해리슨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사진만 봐도 보이드가 전보다 더 사랑받고 있으며 정말 행복하게 지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보이드가 해리슨을 ‘young love’라고 표현한 것을 보며 나는 첫사랑이 떠올랐다. 처음 느끼는 사랑의 맛, 순수함, 씁쓸함 등 일일이 늘어놓기 힘들만큼 많은 감정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그래서일까? 보이드와 해리슨이 더운 여름날(로 추정되는) 찍은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화려하고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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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드에게 ‘이별’이란 당연히 거쳐야 할 단계다. ‘사랑’의 단계에 머무는 걸 선택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단계를 지나 더 높이 올라가길 원하는 사람도 있다. 보이드도 중 한 명이다. 그녀가 해리슨을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사랑하는 매순간 최선을 다했고 행복을 최대로 누렸다는 것은 사진 속 보이드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단지, 보이드의 종착지가 사랑이 아니었을 뿐이다.


 
2. Eric Clap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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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람이 다가온다. 보이드는 이를 기회이자 경험으로 간주하고 에릭 클랩튼과 만나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열정적으로 애정을 표현한다. 보이드의 흔적이 해리슨에게 ‘Something’으로 나타났다면 클랩튼에겐 ‘Layla’가 있었다. 더 이상 올라갈 곳 없는 최고의 뮤지션 두 명이 자신을 뮤즈로 삼아 음악을 작곡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보이드가 진심으로 부러워지는 순간이다.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감상하고 나서 클랩튼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3. 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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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나다울 때는 언제지?”라는 질문에 누군가가 “평소에 네가 자주하는 일이나 좋아하는 일을 생각해보라”는 답을 내놓았다. 난 아직 고민 중이지만 보이드는 답을 찾았다. 전성기부터 시작된 그녀의 굴곡진 삶을 함께 했던 것, 바로 카메라였다. 사진을 즐겨 찍었을 뿐만 아니라 카메라엔 그녀의 인생이 담겨있다. 마침내 그녀는 진정한 ‘보이드’로 거듭난다. 두 뮤지션의 뮤즈가 아닌, 카메라 앞에 서는 모델이 아닌 카메라를 잡고 순간을 포착하는 프로 사진작가가 된 것이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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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 보이드는 인터뷰를 통해 “요즘엔 그림을 배워보고 싶다”며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자신을 아끼는 모습을 보여준다. 참 닮고 싶은 부분이다. 모든 상황에 대한 판단을 제쳐놓고 그녀의 행동만 보고 있자면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사랑을 원할 땐 열정적으로, 사랑을 포기해야 한다면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는 보이드. 이런 인생이라면 한번쯤 엿볼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 물론 “내 인생 살기도 바쁜데 잘 나가고 있는 남 인생을 뭐 하러 보냐”라는 목소리가 들려올 수 있다. 나도 그 중 하나였으니까. 하지만 보이드의 삶은 흥미롭다. 버릴 때 비로소 얻는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다. 아, 하나가 더 있다. 혹시 지루해할 사람들을 위해 보이드는 ‘시간바퀴’라는 조형물을 설치해 놨다. 몽환적인 공간 속에서 손잡이를 돌리다보면 따분할 틈이 없을 것이다.




ROCKING LOVE 
패티 보이드 사진전

일시 : 2017.04.28 ~ 2017.09.03

장소 : S FACTORY
(서울특별시 성동구 연무장15길 11)

관람시간 : 11:00 - 20:00 (입장마감 19:30)

가격 : 일반 13,000원 / 청소년 10,000원




[이형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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