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DDP 루이비통 展, 명품이 '명품'인 이유 [문화 공간]

루이비통이 왜 명품인지에 대한 확실한 답을 내려주는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루이비통 展
글 입력 2017.08.0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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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화요일, 구성과 전시 내용이 훌륭하다는 말을 듣고 DDP 루이비통 전시장을 찾았다. 이번 전시는 무료로 진행되고 있기도 했고 루이비통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으므로 전시장은 줄을 설 정도로 관람객이 많았다. 필자는 사전 예약을 하지 않으면 꽤 기다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미리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을 한 덕분에 대기시간을 비교적 줄이고 입장할 수 있었다.


  전시를 관람하러 가기 전, 평소 필자가 느낀 루이비통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생각해보니 루이비통이라는 브랜드의 이미지는 ‘명품, 비싼 가방’ 등의 키워드로 함축되었다. 거기에는 워낙 가격대가 높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루이비통의 브랜드 스토리나 컨셉을 잘 알지 못하는 점도 한몫했다. 요즘 말로 한다면 ‘넘사벽’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가지고 있는 루이비통에 대한 이미지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유명한 포털사이트에 명품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에는 항상 루이비통이 있기 때문이다. 명품에 대한 생각이 그러하듯, 루이비통도 어쩌면 이름만으로도 사치라고 느껴질 수 있는 브랜드이다. 전시를 보고 난 이후의 생각도 딱히 다르진 않았다. 맞다. 명품이다. 하지만 달라진 점은 그래서 루이비통이 왜 명품이냐에 대한 생각이다.




DDP 루이비통 展
명품이 '명품'인 이유

명품 :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그런 작품.



  전시의 이름은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루이비통이다. 처음에는 굉장히 의아했다. 어떤 뜻이 숨어 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여기에선 루이비통의 역사를 살펴봐야할 필요가 있다. 메종의 창립자 루이비통은 1853년 열네 살의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 파리로 향했다고 한다. 그는 스위스 국경에 인접한 마을에서 파리까지 걸어서 도착하였는데 그 기간만 2년이 걸렸다. 그는 파리에서 상자 제작자 겸 전문 패커인 로맹 마레샬의 도제로 일하며, 일상적인 물품뿐만 아니라 드레스와 같이 부피가 큰 의상 등을 담을 수 있는 맞춤 제작 상자와 트렁크를 만들고 포장하는 법을 연마했다고 한다. 그리고 1854년 메종을 설립하였고 주요 인사들의 신뢰를 얻은 것이 지금의 루이비통의 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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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의 창립자, 루이비통에 대한 설명.


  루이비통이라고 하면 보통 토트백, 크로스백 등 부피가 작은 손으로 들 수 있는 가방류만 생각했었는데, 루이비통의 시초를 알고 나니 전시장을 가득 메운 트렁크들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핸드백이 가득할 것으로 생각했던 필자의 예상과는 다르게 전시장의 초입, 그리고 중간부까지 네모난 상자 모양의 트렁크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연스레 전시 제목에 대한 이해도 동시에 가능했다. 루이비통이 제작한 평평한 형태의 트렁크는, 비행기와 기차 그리고 오늘날 너무나 흔히 이용하는 자동차에도 모두 사용되며 오늘날의 현대적인 여행가방의 시초가 된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루이비통의 시그니처로 여기는 패턴 또한, 루이비통의 인기로 트렁크 모조품이 생겨나자 루이비통이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키고, 차별성을 확립하기 위해 새로 만들어 낸 것이었다. 또 루이비통은 타 경쟁사들과의 차별성을 두기 위해 컨버스 소재를 사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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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전시장을 가득 메운
각기 다른 용도의 트렁크들.


  이렇게 트렁크가 루이비통 브랜드의 시초이다 보니 전시장에는 다양한 트렁크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모두 기발한 상상력을 가진 트렁크였다. 가방이 아니고 수납장 처럼 보이는 트렁크도 있었고, 책을 넣을 수 있거나 모자를 넣을 수 있는 트렁크도 있었다. 대부분 그저 가방이라기 보다는 가구에 가까운 모양새였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트렁크는 워드로브 트렁크인데, 옷을 수납할 수 있고 세로로 세워 옷을 걸어놓으면 마치 옷장처럼 보이는, 또 실제로 옷장의 기능을 하는 트렁크였다. 기존에 알고 있던 루이비통 패턴이 새겨진 핸드백과는 너무도 다른 사각형의 투박함에 놀랐고, 또 트렁크를 옷장으로 만들어내는 상상력에 한번 더 놀랐다.


  이러한 많은 루이비통의 가방들은 전부 수작업으로 제작되었다. 그중 사진 속 나무 도구들은 상징적으로나 실제 제작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나무는 메종의 설립자 루이의 소박한 출신을 반영함과 동시에 그의 고향 프랑슈 콩테의 무성한 삼림을 연상시킨다. 목공에 대한 지식으로 무장한 루이비통은 파리에서 상자 제작자로 일했는데, 덕분에 목수와 비슷한 방식으로 가방을 만들어 냈다. 당시 사용하던 도구들을 보고 루이비통이 왜 명품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는데, 물론 섬세한 나무 도구를 통해 제작한다는 점도 그 이유 중 하나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다양한 나무 종류를 용도에 맞게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해충을 쫓기 위해 녹나무를, 좋은 향을 내기 위해 로즈우드를 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가방을 제작하는데, 그 세심함을 느끼며 왜 루이비통이 명품인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심지어 그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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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를 만드는 데 사용했던 나무 도구들.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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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로 세울 수 있는
워드로브 트렁크(Wardrobe trunk, 옷장 트렁크),
당시에는 굉장히 혁신적이었으며
여행 가방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 전시를 추천하는 이유는 루이비통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저 루이비통은 값비싼 명품 브랜드라고 생각했던 필자마저도 이번 전시로 루이비통이 왜 명품인지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루이비통은 단순히 예쁜 디자인을 하는 브랜드가 아닌, 전통을 이어가고 또 그 전통이 왜 이어지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하는 브랜드라는 점이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루이비통의 시초와 성장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강하게 구축하고 있다. 그 이미지 구축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것은 메종의 창립자인 '루이비통'이라는 입체적 인물에 대한 탄탄한 설명과 이를 브랜드 스토리와 긴밀하게 연결하는 과정이 매우 자연스러운 점이다.


  물건을 비싸게 파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물건을 사고 쓰는 사람들이 왜 그 물건을 이 가격에 사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전시는 자동차, 항공, 기차라는 큰 3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우리에게 루이비통이 어떤 생활의 흐름을 따라 지금 이 자리에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시대의 여행 흐름에 따라 혹은 교통수단의 변화에 따라 발전해 온 루이비통의 역사를 보며 우리는 우리가 구매하는 것이 단순히 '가방'이 아닌 한 브랜드의 역사와 아이덴티티임을 느낄 수 있고, 루이비통이 왜 명품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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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의 내부를 형상화한 전시관,
창문 속 풍경 영상을 통해
마치 기차 안에 타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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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여행의 열풍을 느낄 수 있는 전시관.
루이비통은 여행의 흐름과 함께 한
브랜드라는 점을 더욱 크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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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여행의 열풍을 느낄 수 있는 전시관 2.
가운데 보이는 트렁크 침대가 눈을 사로잡는데,
트렁크 속 침대를 꺼낼 수 있고 접어서 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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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이라는 타이틀과 걸맞은 전시관.
20세기 초 루이비통은 비행선부터 비행기까지
하늘에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낸
발명과들 과도 긴밀히 작업했다.


  모든 전시가 좋은 점이 있다면 아쉬운 점이 있듯이, 루이비통 전시에도 아쉬운 점은 하나 있었다. 하지만 이 아쉬움은 전시 내용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다. 바로 관람객의 '태도'에 대한 아쉬움이다. 전시 기획자들이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보여주려고 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100%를 다 보여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전시를 관람하는 내내 전화통화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또 한 전시 공간을 통째로 막고 오랜 시간 사진 촬영을 하는 관람객들도 있었다. 많은 사람이 눈살을 찌푸리거나 아쉬워하는 표정을 보였지만 서로 갈등을 원하지 않아 아쉬움을 품고 돌아서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전시가 끝나고 이 경험을 주변 지인들과 이야기해 보니 이번 전시에서 유난히 불편함을 느낀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루이비통이 많은 사람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브랜드이기도 하고, 전시의 규모가 크고 눈길을 사로잡는 연출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씩만 더 양보해 성숙한 의식을 가지고 전시를 관람한다면 루이비통이 이렇게 다양한 연출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혹은 말하고자 했던 바에 더욱 귀 기울일 수 있지 않을까?






전시 정보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 루이 비통(Volez, Voguez, Voyagez –Louis Vuitton)” 전시는

루이 비통 메종이
1854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온 여정과 더불어,
창립 초창기 주역에서부터 미래의 루이 비통을
만들어나가는 이들의 발자취를 되돌아본다.

2017년 6월 8일 – 8월 27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알림 1관
무료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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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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