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 展 : 영감에 대한 고찰

글 입력 2017.08.0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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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토요일,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는 친구를 데리고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 展>에 다녀왔다. 패션과 뷰티, 문화에 있어서 트렌드를 이끌어온 ‘보그’였기에, 내 친구는 떠나기 며칠 전부터 들뜬 모습을 보였다. 패션에 대해서는 무지한 나였지만, 그 명성과 영향력에 대해선 익히 들어왔기 때문에 나도 어느 정도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패션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이 전시를 잘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그것은 불필요한 고민이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영상과, 그 후로 이어지는 호화로운 작품들은 눈을 사로잡았다. 연신 ‘예쁘다.’고 외치며 전시 관람을 이어갔다.



영감에 대한 고찰

 전시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사진을 통한 명화의 재현’을 명화 속 장면의 재현 정도로만 생각했다. 더군다나 패션 브랜드 잡지이다 보니 ‘명화 속 인물들이 트렌디한 의상을 입은 작품들이 있겠지’, 단순히 생각했다. 하지만 명화는 작품에 있어서 다양한 방식으로 폭넓은 영감을 주었다. 그것은 단순히 재현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의미를 더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재창조 되었다. 원작과 재해석된 작품을 비교하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알아가는 것은 꽤나 흥미로웠다.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 展>은 정물화, 로코코, 초상화, 풍경화, 아방가르드, 팝아트 등의 다양한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섹션은 ‘아방가르드에서 팝아트’ 섹션이었다. 회화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미술 장르의 재해석에 대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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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ner suit and headdress by Schiaparelli,1947,Horst P.Horst
 

 위 작품은 아방가르드 예술 운동, 특히 입체주의와 미래주의 화가의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원작을 봤을 땐 다소 놀라웠다. 입체주의란 현실 묘사를 지양하며, 여러 형태를 기본적인 기하학적 형상으로 나타낸 것이기 때문에 어떠한 상황을 담고 있지도, 사람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말 그대로 ‘조그만 입체(큐브)의 덩어리’의 형태만을 띠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회화의 형식을 완전히 새로운 상황을 가진 사진 작품으로 재해석해 만들어낸 것이 놀라우면서도,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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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Erwin Blumenfeld
 

 위 작품은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팝아트적 면모를 보여주었다. 다소 실험적인 이 사진에서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장면을 만들어내 보는 이로 하여금 숨겨진 이야기를 상상하도록 만들었다. 사실 그대로를 담아내는 수단이기 때문에, 사진은 현실과 불가분적 관계를 갖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그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렇듯 여러 시도를 통해 회화를 사진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의 예술로 재탄생시켰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완전한 미술의 영역을, 지극히 현실적인 영역인 사진으로 재창조한 것이다. 이 밖에도 작품 속 상황이나, 작가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재해석 된 여러 작품이 있었으며, 명화는 영감의 원천으로서 작용되고 있었다.

 영감이란 숱한 예술작품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매 순간 영감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지나쳐온, 혹은 마주했던 모든 것들과, 그에 수반한 숱한 감정과 상념들은 새로운 것들에 대한 영감이 될 수 있다. 그것이 어떤 결과물을 마주하게 될 지는 각자에게 달린 것이다. 매 순간 나를 마주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었다.
 


예술의 경계를 허물다

 사진과 그림은 확연한 차이점을 가진다. 가장 쉽게 설명하자면 사실성을 가진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무리 사실적인 그림이라고 해도 그것은 사실의 '재현'에 불과한 것이며, 아무리 왜곡된 형태를 한 사진이어도 그것은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둘은 비슷하게 여겨지면서도 절대 같은 것이 될 수 없다.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 展>에서는 영감을 토대로 회화와 사진, 상이한 두 예술 영역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것도 퍽 다양한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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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겨진 의미를 알지 못해도, 이 전시회의 작품들은 그 자체로 호화롭고 아름답다.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눈에 담으며 그 의미를 알아가는 것은 꽤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패션 잡지 브랜드로서의 보그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동안 패션과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는 '예술의 장'으로서의 보그에 대해 알아볼 수 있었다.

 동시에 영감의 의미에 대해 되새길 수 있었다. 원작이 완전히 새로운 영역의 예술로 탈바꿈한 것은 꽤 오랜 시간 그것을 새롭게 바라보며 해석하고, 또 다른 시도를 한 결과 일 것이다. 새로움은 영감을 맞이하는로부터 시작되는 것이겠지. 매 순간을 특별히 여겨야겠다, 다시 한 번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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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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