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는 왜 삶을 사랑하는가 [음악]

노래가 사람을 치유하는 법
글 입력 2017.07.2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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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 소녀는 상처가 많다. 망망대해에 던져져서, 늘 가장 좋은 것보다는
두 번째로 좋은 것을 선택하며 살아왔다. 그것이 그녀의 계책이었다. 버려지는 것이 두려워서.


1.jpg
문라이트ⓒA24


17살, 꿈틀대는 노랑이 있었다. 소녀는 그 노랑이 너무 좋다. 그래서,
소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장 좋은 것을 자신도 모르게 선택하고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촛불.jpg
꿈틀대는 노랑을 닮은 촛불 ⓒhttp://blueman88.egloos.com/262845


그 선택은 실패한다.
실패를 모르는 어린 소녀는 그 좋았던 것을 저주한다. 추억을 저주한다.

내가 이렇게 검어진 것은 다 너 때문이야, 하고



1. Back to black


You go back to her, and I go back to.. I go back to.. us.

(중략) And I go back to.. black

노래 Back to black 도입 부분으로 쓰인 음이 레퀴엠과 비슷해
소녀는 자신이 귀동냥으로 유일하게 알던 레퀴엠을 듣는다.



2. 모차르트, 레퀴엠 '진노의 날'



그 덕분에 클래식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아무도 망망대해에 있는 나를 잡아주지 않았는데,
노래가 대신 분노하고 울어 준다. 왠지 착한 것 같다.
세상이 착하다니..느낌이 이상하다.
소녀는 호기심도 많고 경계도 많이 해서,
더 알아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버지가 듣던 클래식 파일을 몰래 PMP에 담아 온다.



3.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



괜찮아. 세상은 아름다워. 나는 나를 사랑해.
누군가 자신을 자장자장 토닥인다.

덕분에 오랜만에 까무룩 잠이 든다.



4.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나오던 음악이다. 파일 다음번에 있었던 음악이었다.
약간 춥다. 분홍색 석양이다. 그걸 비추는 호수가 있다. 분명 잔잔한데, 한숨이 나온다.
아름다운 순간인데, 벗어날 수 없어서.


내가 저주하는 그것 때문에 죽고 싶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 아니라도 죽고 싶은 이유는 많았다.
결국, 내 나약함 때문이었다.
아무도 잘못한 사람이 없다. 사람에 대한 죄는 없다.
나는 웃는다, 노랗게. 모차르트처럼



5.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1번



여전히 그것은 노랗고,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1번도 여전히 노랗다.
좋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을 좋을 거라고 믿는 법을 알게 되었다.
삶은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 모차르트 음악은 좋으므로.


삶의 체계가 완전히 실패했다. 두 번째로 좋은 것을 선택하는 체계도,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는 체계도 박살이 나서 흘러내린다.

더 이상 아무도 나에게 무엇을 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저번처럼 던진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는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jpg
가장 따뜻한 색, 블루 ⓒ pancinema(주)



성채윤.jpg
 
 
[성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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