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금, 여기, 우리의 전시 : 일민미술관 do it 2017, 서울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7.1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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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술계에서 참여형 전시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관객에게 이질적으로 존재하여 위상을 드러내던 전형적인 전시의 방식은 점차 변화하는 중이다. 미술관에 가서 사진을 찍고 설치된 작품에 앉아보거나 만지는 등 관람객의 적극적인 활동을 유도하는 전시가 활성화되고 있다. 최근엔 구슬모아 당구장에서 진행중인《ADER: WE ADER WORLD》와 성황리에 종료된 서울 시립 북서울 미술관의 《덕후프로젝트:몰입하다》가 대표적이다. 특히 일민미술관에서 지난 7월 9일까지 진행되었던 《do it》은 더욱 눈여겨 볼 만하다. 모두가 언제나 어디서나 참여할 수 있는 전시가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큐레이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가 이와같은 답에 대한 탐구로 구상, 기획한 것이 바로 이다.


이 곳에 입장하려면 콧노래를 흥얼거려야 합니다.
어떤 음이건 상관 없습니다.
안내 요원을 만나면 흥얼거리기 시작하십시오.


일민 미술관에 들어가자마자 만날 수 있는 위의 지시문을 보고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정말 해야하는 걸까?'하는 의문에서부터 꽤나 흥미로운 전시를 만난 것 같다는 기대감이 밀려왔다. 사실 이 지시문이 전시의 일부라는 것을 관람을 마치고 나올 때에서야 알게 되었다. 1~3층을 차지하고 있던 전시장의 곳곳에서는 이와같이 얼렁뚱땅하면서도 나름 귀엽고 때론 진지한 지시문들이 놓여져 있다. 작가들이 직접 지시문을 행한 작품이 함께 놓여져 있기도하고 일민미술관에서 모집한 아마추어 공모단 'do it builders'가 참여한 결과물이 전시되어 있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참여해 볼 수 있는 지시문들도 있었다.


마음 속 모든 생각을 비우고
이렇게 말하세요
"문(MOON)"
입술로 완벽한 원 모양을 만들고 그대로 정지하세요

-데이비드 라멜라스


캡처.PNG


걸어가다가 처음 만난 사람에게 미소를 지으세요

-루이즈 부르주아


 전시는 1993년 파리에서 시작된다. 오브리스트는 그의 지인들과 '절대로 끝나지 않는 전시'에 대한 토론을 벌이다가 의 아이디어를 얻는다. 이 전시가 다른 전시와 가장 다른 점은 '지시문'을 기반으로 전시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은 2013년 국제독립큐레이터협회(ICI)에서 발간한 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44명의 선정된 작가들(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올라퍼 엘리아슨 등)은 이 개요서를 바탕으로 지시문(또는 작업 매뉴얼, 게임, 프로토콜)을 재창조하고 대중들이 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초대한다. 집에서, 공원에서, 미술관에서 우리는 전시에 참여하여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무언가를 표현하는 작가가 된다.각 지시문은 모두에 의해 연속적으로 재생산된다. 각 지시문은 순간 순간이 완성이면서도 영원한 과정 속에 놓여져있다. 유연하고 열린 결말의 전시를 의도했던 1993년 오브리스트의 시도가 무려 2017년에 이르기까지 계속 되고 있다. 처음 물음에 대한 완벽한 성공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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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it》은 서울로 오기 전, 20여 년 동안 세계의 50여 곳 이상의 장소에서 그 곳만의 특징을 담은 개성있는 전시로 이어져왔다. 시대적, 지역적, 사회적 맥락이 예술로 재탄생한 이 전시는 어떤 작품보다 동시대적인 작가와 관객, 작품 간의 상호작용이다. 2017년 한국 사회의 중심인 광화문에서 열린 전시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미 끝나버린 서울 전시의 아쉬움을 달래보자. 아래 링크로 접속하면 do it 전시의 지시문이 랜덤으로 표시된다. 그와 함께 실제 사람들이 참여한 결과물 (영상, 사진 등)도 함께 볼 수 있다. 일민 미술관에서의 전시는 끝났지만 언제라도 내가 있는 곳에서 다시 시작될 수 있다. 주저하지말고 do it!







이미지 출처 : 일민미술관 홈페이지


[유세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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