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장률 감독, 그의 프레임 [영화]

장률 감독, 경계인 자체인 그의 영화의 프레임은 어떠한가?
글 입력 2017.07.0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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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률 감독, 경계인 자체인
그의 영화의 프레임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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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독 장률


  장률 감독의 영화 '망종', '경계', '이리', '두만강'을 살펴보면, 그 영화의 중심이 디아스포라의 공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디아스포라(Diaspora)는 팔레스타인을 떠나 전 세계에 흩어져 살면서 원래의 생활 관습을 유지하며 사는 유대인들을 일컫는 말이었으나, 특정 인종 집단이 자의적·타의적으로 기존에 살던 지역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뜻하는 말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망종' 속 남편이 교도소에 가고 머물게 된 타 지역 어느 폐가, '경계' 속 탈북 후 순희와 창호가 다다른 몽골의 초원과 사막 사이 경계, '이리' 속 이리역 폭발 사고 속에 태어나 여전히 그 곳에서 이질적으로 살아가는 진서의 이리, 그리고 '두만강' 속 조선족 순희, 창호와 탈북자 정진이 마주하게 된 국경 두만강은 모두 이러한 디아스포라의 공간이다.

  이와 같이 장률 감독은 연변, 경계, 이리, 두만강 등, 디아스포라와 디아스포라의 공간을 표현하고자 해왔다. 더불어, 디아스포라의 공간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채택하고, 고수해왔다. 특히 그의 프레임 문법은 영화의 서사, 배경, 그리고 더 나아가 이러한 디아스포라의 공간 전체와 연결된다. 필자는, 장률 감독 영화의 프레임이 어떤 의미와 의도를 전달하는지 영화 '두만강'을 중심으로 되짚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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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두만강'의 포스터


  디아스포라의 정체성은 그들이 중국과 조선, 한국 등 모두에 속해있으면서도, 어디에도 제대로 소속되지 못하는 딜레마를 보여준다. 장률의 프레임 문법은 국가들의 경계 속에서, 경계 지점에 서있는 이들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담고 있다. 장률 감독은 고정된 프레임의 롱테이크로 공간과 시간의 사실성을 증대시키면서, 더불어 스타일 자체에서 디아스포라 상징적 구현에 성공한다.

  장률 감독의 영화 속 프레임은 그 안과 밖의 경계가 굉장히 모호하다. 때론 중요한 사건들이 프레임 밖에서 이루어지기도 하며, 프레임은 마치 전체 중 일부에 불과한 것처럼 연출된다. 고정된 프레임을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넘나드는 인물들은 제한된 공간(프레임) 구분을 없앤다. 사라진 프레임의 경계는 그 자체만으로도 부유하는 디아스포라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고정된 프레임은 마치 CCTV를 설치한 것처럼, 관객에게 멀리서 관찰하는 태도를 안겨주는데, 이는 디아스포라 삶의 현장에 대한 관조를 이끌어낸다. 관객들로 하여금 더 객관적이고 리얼하게 디아스포라의 삶을 느끼도록 돕는 것이다.

  그의 프레임 문법은 더 나아간다. 영화 속 창문, TV 등은 프레임 속 프레임으로 작용한다. 프레임 속 프레임은 그 사용에 따라 다른 효과를 내는데, 영화 '두만강'의 프레임 속 프레임은 약 세 종류의 전략을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앞서 얘기했듯이, 제한된 경계를 없앤다. 뚫린 창문은 카메라의 이동에 따라 다른 공간을 만들어낸다. 카메라의 이동에 따라, 공간의 경계는 자연스럽게 무너진다. 이는 디아스포라를 상징적으로 전달한다. 두 번째로, ‘레이어를 통한 압축적 제시’다. 창호가 떨어져 죽는 장면은 건물 안에서 창문 밖을 바라보는 구도로 촬영되었다. 한 장면 안에는 떨어지는 창호, 체포되는 정진, 그리고 숨은 조선족 아이가 동시에 잡힌다. 이는 여러 프레임을 레이어드해 소년들의 상황을 압축적으로 제시한다. 한편으로는 소년들의 환대와 반감의 서사를 동시에 보여주는 전략으로 보이기도 한다. 세 번째로, ‘효과적 상황 전달’이다. 중국어와 북한어만 반복되는 영화 속 TV는 영토 속 조선족의 소외를 효과적으로 표현해낸다. 또, 용란이 방에 들어오려는 장면에서, 프레임 안의 거울은 방 복도에 서있는 용란을 프레임 안으로 끌고 오기도 한다. 몇몇 장면에서는 상징적 내용까지 내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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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두만강' 스틸컷


  그러나 장률 감독은 최근 삶과 죽음, 꿈과 현실의 경계로 영화의 주제를 확장했다. 물론 그 전에도 서사 내에서 이러한 것들을 기저로 삼았지만, '경주', '춘몽'으로 갈수록 이러한 의미는 더욱 더 커졌다. 호흡 역시 이러한 주제 변화를 따라 생존만의 문제에서 일상적인 정서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장률 감독의 주제의 확장은 스타일의 변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기존의 롱 쇼트의 고정된 프레임이 조금 더 인물에 가깝고, 자유로워진 프레임으로 변화했다.

  하지만 장률 감독의 영화는 여전히 ‘경계’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서려있다. 서사와 스타일은 '경계'라는 지점을 꾸준히 짚으며 진실한 주제를 전달한다. 깊은 주제 의식과 사실주의적인 묘사를 통해 영화를 보는 관객은 여러 삶의 고통을 관찰하게 된다. 디아스포라를 억압하는 현실과 마주하기도 한다. 장률 감독의 영화적 스타일, 특히 프레임 문법은 이러한 전달의 큰 수단이자 수법이다. 앞으로 그가 내놓을 영화들이 더욱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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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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