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제2번 [공연예술]

황홀한 클래식에 대하여
글 입력 2017.07.10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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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하다(恍惚--/慌惚--) [형용사]
어떤 사물에 마음이나 시선이 혹하여 달뜬 상태이다.



  예술을 즐기면서 "황홀하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사실 일상 속에서 '황홀함'을 겪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황홀함이란 단순히 "그것이 좋다"는 생각을 넘어서 어떠한 경지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진심으로 나올 수 있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에서 감탄을 표현하는 말들은 새로 만들어지고 사용되고 있지만 '황홀하다'는 이 말은 쉬이 사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예술 안에서라면 다르다. 예술을 향유하는 시간은 일상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있는 순간이라 평소엔 느껴볼 수 없는 새로운 감정과 기분에 빠져들 수 있다. 특히 예술 중에서도 '클래식'이 그러한데 귀로 듣고 즉각적으로 곡에 이입하는 것이 가능한 예술이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합(合)과 그 합이 만들어내는 선율은 다른 음악 장르가 줄 수 없는 것들을 느끼게 해주어 더욱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황홀함이란 것도 결국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몇 백 년 전부터 사람들이 연주하고 감상해온 곡이니 듣기 좋은 곡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클래식을 막 접한 사람도 쉽게 들을 수 있을만한 곡이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브람스 - 피아노 협주곡 제 2번」 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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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람스는 작곡에 있어서  스스로에게 아주 엄격했다. 나중에 평가가 좋지 않을 것 같다고 판단한 본인의 악보는 전부 찢어버렸다고 한다. 그런 그가 첫 번째 피아노 협주곡을 발표하고 나서 약 20년이 흐른 1881년에서야 두 번째 협주곡을 발표했다. 그것도 약 50분짜리의 곡인데 이는 협주곡이라는 장르 안에서도 꽤나 긴 곡에 해당한다. 브람스의 철저하고 신중한 성격 때문일까. 그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은 다소 긴 곡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한 부분은 조금도 허락하지 않는다.

  이 곡이 단 3개월 만에 만들어졌다는 것도 참 놀라운 사실이다. 몇 십 년을 음악가로 살아온 자신의 노하우와 철학을 확고하게 응축하여 이 곡에 담아내기라도 한 것일까. 중년의 그가 세상에 내놓은 이 곡은 서정적인 멜로디를 쓸 줄 아는 브람스의 색깔을 느낄 수가 있고 동시에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고전적인 음악의 멋까지 담고 있다.
 
  브람스의 다른 곡들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따뜻하고 서정적인 곡들이 많다. 그 때문인지 클래식을 듣는 사람들은 "가을 하면 브람스의 음악"이라고들 한다. 브람스의 음악이 그렇게 들리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그만의 '멜로디'를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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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노 협주곡 제2번」 에서도 멜로디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곡은 총 4악장으로 구성되어있는데 각 악장이 제마다 다른 매력적인 멜로디를 가지고 있으면서, 전체적으론 굉장히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낸다. 옛날의 많은 작곡가들이 그랬듯이 브람스도 다른 나라를 여행하며 곡에 대한 영감을 얻곤 했는데 특히 그는 이탈리아를 좋아하여 자주 방문했다고 한다. 「피아노 협주곡 제 2번」은 그가 첫 이탈리아 여행을 마친 후에 구상한 곡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곡이 밝고 활기찬 이탈리아의 모습을 닮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1악장을 들어보면 피아노가 조심스럽게 입장하다가 어느 구간에서 힘차게 치고 들어온다. 그 부분에서 첫 번째 희열을 느끼게 한다. 이후 계속 신이 나있는 피아노 선율에 이어 거대한 오케스트라가 연주되면서 커다란 장엄함을 연출한다. 이는 마치 이탈리아의 로마에 서있을 법한 거대한 고대 신전을 연상시키는 것 같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는 강렬하게 서로를 드러냈다가 사그러 들기를 반복한다. 1악장은 전체적으론 웅장한 느낌이지만 곡에서 반복되는 멜로디가 아주 서정적으로 들린다. 이들은 서로 조화롭게 어우려져 황홀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2악장은 스케르초답게 더욱 강렬하고 다가온다. 하지만 곡은 여전히 서정적인 느낌을 담아내고 있어서 무조건 세기만 한 게 아니라 열정 비슷한 것을 연상시킨다. 3악장은 첼로의 부드러운 연주와 잔잔한 오케스트라로 시작한다. 어느샌가 숨죽여 들어온 피아노는 천천히 연주되다가 점점 자기 목소리를 낸다. 4악장은 시작부터 경쾌함이 느껴진다. 피아노는 신난 듯 연주되기 시작하고 이에 맞춰 오케스트라도 대응해나간다. 곡은 힘차게 연주되다가 쾌감을 주며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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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은 기분에 따라 상황에 따라 듣고 싶은 곡이 늘 달라지는 법이다. 클래식도 마찬가지다. 무언가 공허함이 느껴지는 날에 「브람스 -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틀어 50분의 대장정을 거치고 나면 설명할 수 없는 좋은 기분에 휩싸인다. 거대한 고대 도시를 탐험하는 것 같기도 하고, 중세 도시의 광장에 서있는 것 같기도 하다.  단지 듣기만 하는 데도 참으로 묘하면서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이처럼 클래식은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을 선사해주어 더욱 특별하다. 그저 차분해지기 위해 듣는 것만이 아니다. 때론 감정을 고조시켜주기도 하고, 미지의 상상여행 으로 안내하기도 하며, 황홀함의 경지에 이르게 해줄 수 있는 것이다.
     

[고영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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