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고기에 대한 사랑, '이 영화'로 재확인하다 [시각예술]

'옥자'(2017)에 관한 사적인 리뷰
글 입력 2017.07.05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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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숱한 논란 속에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가 개봉했다. 극장에 대한 어떠한 고집도 없었던 나는 개봉 당일 저녁 대한극장에서 옥자를 관람했다. ‘괴물’, ‘설국열차’에 이어 봉준호 감독의 작품은 나의 오감을 사로잡았고 머릿속에 시작과 끝이 모호한 생각들을 퍼뜨렸다. 지금 써 내려갈 이야기는 옥자가 내게 던진 거대 물음에 대한 지극히 ‘세속적인’ 답변이기도 하다.

 
*스포일러 주의
 
 
"나는 고기를 좋아한다.
죽기 전까지 고기를 먹을 것이다. 
나는 영원한 ‘비채식주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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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3학년, 채식주의에 열광하는 교수님의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교수님이 채식주의자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실천보다 '이론'을 강조하는 분이었다. 어쨌든 채식과 관련된 문학 작품들을 많이 읽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루스 오제키의 ‘나의 고기의 해(My year of meats)’다. 고기를 맛깔나게 요리하는 미국 주부들의 모습을 담으려다 공장식 축산의 실체를 직접 체험하고 그 여파로 유산까지 하게 되는 주인공의 비극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는데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후 한동안 고기를 향한 욕구가 생기지 않았다.
 
아쉽게도 정말 ‘한동안’이었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종강을 한 후 아마도 난 고기를 먹었던 것 같다. 난 고기 먹는 걸 사랑하고 고기를 먹으면 힘이 난다고 믿으며 이 믿음으로 ‘진짜’ 에너지를 얻고 있다.(적어도 내 생각엔 그렇다.)
 
하지만 옥자와 미자가 이런 날 가만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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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에 맞지 않게 한없이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옥자, 미자가 이름을 부르면 신나서 달려가던 옥자. 미란도가 옥자를 ‘동물’이 아닌 ‘식품’으로 대하기 시작하면서 옥자는 미자와 형성했던 유대감은 물론 스스로의 정체성마저 잃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 관련 없는 나도 보기 힘들었던 옥자와 알폰소의 강제 교미, 스턴박스로 수퍼돼지를 쏴서 차례차례 죽이는 모습은 고기 소비를 줄이기 위한 흠 없는 근거로 작용했다. 영화 말미에 미자, 옥자, 아기 수퍼돼지는 다시 행복하게 살아가지만 내 마음은 한없이 불편했다.

결국 고기 소비를 줄이는 게 유일한 대안이다. 우선 육식을 완전히 그만두는 것도 아니니 통곡할 만큼 엄청난 손해는 아니다. 내가 고기를 조금만 덜 먹으면 동물들은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다. 물론 쑥쑥 자라 결국 인간의 입에 들어오지만 거기까진 생각하지 않겠다. 내 생각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더 깊이 들어가고 싶지 않다. 지금 중요한 건 과도한 육류 소비를 멈추는 것이다. “남들은 똑같은데 나만 변하는 게 무슨 소용이냐?”라는 진부한 반박은 꺼내지도 말자. 이 결정엔 내 건강에 대한 우려도 포함돼있다. 강제로 교미하며 스트레스가 극에 다른 동물들의 살을 먹고 싶지 않다. 가격이 전부가 아니다. 적게 먹더라도 먹는 순간 최상의 맛을, 황홀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고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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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난 옥자를 통해 내가 얼마나 고기를 사랑하는지 깨달았다. 이 사랑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조금은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만나는 시간은 한 달에 한 번뿐이지만 오히려 그 한 번을 생각하며 29일을 설레게 보낸다는 한 장거리 커플의 황당한 논리가 이해되는 것 같기도 하다.
 
마음 속에 담아둔 말을 하고 나니 봉준호 감독이 인터뷰에서 옥자를 자신의 ‘첫 사랑영화’라고 얘기한 대목이 떠오른다. 물론 SBS 'TV 동물농장'을 즐겨보는 봉 감독이 얘기한 '사랑'은 내가 말한 '사랑'과 완전히 다른 얘기겠지만. '옥자'를 다시 곱씹는 날엔 부디 고기를 조금 덜 먹는 내가 되어있길...


[이형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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