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장벽을 허무는, '코지 판 투테(여자는 다 그래)' [공연]

서울오페라페스티벌2017 국립오페라단 초청 오페라
글 입력 2017.07.0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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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오페라페스티벌 2017’이 지난 6월 20일부터 30일까지 강동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축제인데, 이번에서야 알게 되었다. ‘오페라’라는 장르가 아직은 생소해서였나, 24일 <코지 판 투테 Cosi fan Tutte (여자는 다 그래)> 공연을 보러 가면서도 정말 내가 이것을 즐길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고 5분도 지나지 않아, 동행과 나는 “이거 정말 재밌다!”며 물개박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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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포인트 1
시선을 압도하는 화려한 무대 스케일
 
<코지 판 투테>의 공연이 열린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은 규모가 큰 편이었다. 큰 무대와 그 앞의 오케스트라석이 넓게 펼쳐져 있는데, 첫 장면부터 무대 예술이 시선을 압도했다. 이 오페라는 모차르트의 희극 오페라이지만, 국립오페라단에서 1941년 미국 뉴욕, 진주만 공습 당시로 배경을 각색하였다. 사관생도실에서 돈 알폰소와 페란도, 굴리엘모가 서로의 연인을 걸고 내기를 시작하는 첫 장면, 그리고 뉴욕의 카페거리에서 피오르달리지와 도라벨라, 그리고 페란도, 굴리엘모가 재회하고 이별하는 장면, 피오르달리지와 도라벨라가 간호사로 일하는 병원과 병원 뒤뜰 장면 모두 웅장한 스케일과 섬세한 디테일이 감탄할 만 했다.

가로등, 가로수, 간판, 가게의 진열장, 그리고 엑스트라들의 무대 의상과 연기까지, 예술감독 김학민 씨의 지휘 아래 정교하고 조화롭게 어우러져 무대를 빛냈다. ‘오페라’라기에 음악을 들을 것으로만 기대했는데, 시각적 즐거움까지 얻어간 공연이었다. 작은 연극 공연을 해 본 경험 때문인지 무대를 구성하는 모든 것들에 더욱 시선이 갔고, 하나의 아름다운 오페라를 만들기 위해 예술감독, 의상 감독, 무대 스태프, 엑스트라들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깃들었을지 짐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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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포인트 2
유쾌하다! 모차르트의 음악과 스토리
 
이번 서울오페라페스티벌에서 <코지 판 투테>를 선정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이 오페라가 내 마음속 ‘클래식’에 대한 장벽을 무너뜨려준 것을 직접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 작곡, 로렌초 다 폰데(1749~1838) 대본의 희극 오페라 <코지 판 투테>는 18세기에 만들어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우리네 ‘막장 드라마’와 매우 닮아있다. 게다가 앞서 언급했던 시대적 배경이 1941년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더욱 우리의 감성에 가까워진 것이다.

‘여자는 다 그래’라는 한국어 제목으로, 두 사관생도 페란도와 굴리엘모가 자신들의 연인의 정조에 내기를 걸고 변장한 채 서로의 연인을 유혹하는 내용이다. 그들의 연인 피오르달리지와 도라벨라는 처음에는 변장한 연인들을 거부하려 했지만, 그들의 끈질긴 유혹에 결국 흔들리게 되고 그들의 관계는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사랑과 신뢰라는 소재를 교묘히 이용해 마치 막장 드라마처럼 절정으로 치닫지만, 결국 모든 갈등이 풀리고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쾌감을 선사하는 스토리 라인에 누구나 흥미를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0년 전 사람들이 즐겼던 것을 우리도 그대로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니 신기하다. 그럼에도 우리 시대에 오페라가 지루한 것으로만 여겨지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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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국립오페라단 배우들, 그리고 마에스타오페라합창단의 엑스트라 연기와 노래, 과천시립교향악단의 오케스트라 연주는 두말 할 것도 없었다. 어떻게 연기를 하면서 성악 발성으로 노래까지 할 수 있는지, 오페라 배우들은 참 대단한 것 같다. 특히 ‘데스피나’ 역을 맡은 배우의 감초 연기가 인상 깊었다. 모차르트 오페라 특유의 유쾌하고 통통 튀는 분위기에 적격인 연기와 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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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울오페라페스티벌 2017은 막을 내렸지만, 아마 나를 비롯해 <코지 판 투테>를 감상했던 많은 사람들이 다음 해의 페스티벌을 기대하고 있을 것 같다. 모든 것은 처음이 어렵듯이, 한 번 오페라의 맛을 알게 되니 기회가 생긴다면 더 많은, 더 다양한 공연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코지 판 투테>와 같은 흥미진진하게 감상할 수 있으면서도 클래식 예술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많은 작품들이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에 있어서,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이 대한민국 오페라의 대중화를 선도하는 축제로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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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현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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