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호밀밭의 파수꾼, 순수함의 방황 [문학]

글 입력 2017.06.14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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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하나의 나는.


눈 깜짝할 새 스물 한 살의 나이가 되어 버린 나는, 내가 마치 의식하기도 전에 사회에서 ‘성인’이라고 지칭하는 축에 들게 되었다. 알게 모르게 나는 어렸을 땐 미처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접하게 되었고, 어느새 그것들을 나의 생활 속에 받아들이며 살아가게 되었다. 이전이라면 모순적이라고 생각했을 법한 것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을 비인간적인 모습 등 세상이 가지고 있는 어두운 면들에 ‘적응’해 버렸다는 것이다. 어린 마음이었더라면, 내가 이러한 모습을 고치는 사람이 되어야지. 혹은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어야지. 다짐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결국 나는 세상의 모습들과 무의식적으로 타협하며 살아가고 있었고, 그 안에서 내가 조금 더 ‘잘’ 살기 위한 방법만을 고민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의문을 가질 새도 없이, 방황이라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 이 현실 속에서 나는 조금의 일탈도 없이 ‘곧게’ 자라게 되었다.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생각과 같은 생각들을 하고, 같은 행동들을 하며 듣기 싫어했던 말들을 하면서 말이다.



방황하는 철 없는 아이. 혹은, 방황할 수밖에 없는 아이.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은 일반적인 아이들과 비슷한 어린 시절을 보낸 소년이다. 주변 어른들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세상에 의문을 가지는 아이. 이러한 아이들의 대부분이 나처럼 ‘적응’하면서 이 짧은 과도기를 곧 끝내게 되지만 홀든은 그렇지 않았다. 홀든은 위선과 가식으로 가득 찬 세상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고, 심지어 혐오감까지 느낀다. 게다가 학교에서는 인생을 경기에 비유하는 선생님, 1등만을 주목하는 사람들이 가득하다는 점을 전혀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학교에서만 나오면,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할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방황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 달리 세상은 차가웠고, 그에게 조금의 관심도 주지 않았다. 모두가 어른들과 똑같은 답을 하고,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홀든은 순응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저항한다. 점차 이 세상에 냉소적이고,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의 태도는 오로지 세상의 부조리함 때문이지, 그의 본질적인 감정은 아니었다. 실은, 센트럴 파크에 있는 오리들이 연못이 얼게 되면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 따스한 감정을 가진 아이었던 것이다. 순수와 사랑을 동경하며, 아이 같은 마음을 가진 홀든은 바로 그 마음 때문에 세상과 타협하지 못한다. 그는 단지, 호밀밭에서 아이들을 지켜 주는 파수꾼 같은 존재가 되고 싶을 뿐이었다.



그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방황의 의미.


책을 읽는 내내 나의 어린 모습은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어렸을 때는 분명 누구보다도 솔직하고,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아이었다. 가식과 거짓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은 내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 방황과 고민의 시간이 철저하게 무시당하는 세상 안에서, 나는 미처 이런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 볼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방황. 일탈. 철 없는 아이의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정말 필요한 순간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홀든과 같은 아이들은 단지 순수하기 때문에 고민하고, 힘들어하며, 방황하는 것이다. 이러한 고민의 시간들이 있어야지, 정말 잃지 말아야 할 가치들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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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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