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모리스 드 블라맹크 展 (6.3-8.20,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글 입력 2017.06.11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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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모리스 드 블라맹크 展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6월 3일 전시 개장일에 찾은 모리스 드 블라맹크 전시. 첫날이라 그런지 딱 전시를 관람하기 좋은 정도의 인파(?) 속에서 전시를 감상할 수 있었다. 야수파 작품에 익숙하지 않고, 야수파 화가의 단독 전시를 보러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기대감보다는 궁금함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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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리스 드 블라맹크가 화가이면서 글을 쓰는 작가였던만큼,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 옆 설명란에 작품의 정보뿐만 아니라 그의 책 속의 글귀들도 같이 적혀있었다. 먼저 작품 그대로를 감상하고 또 옆의 글귀를 보면서 한번 더 작품을 음미 할 수 있도록 배치해 놓은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의 책 속 구절과 함께 감상하는 것은 오디오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감상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했고, 나아가 작가와 공감하고 교감하는 느낌까지 들게했다.
이전에 갔던 인상파 화가들의 전시에서 ​그 그림의 분위기에 맞는 감성적인 시라던가 글귀를 적어 놓은 것을 본 적 있는데, 그 때 그 글귀들 보다 이처럼 직접 작가의 생각이 담긴 책의 한 구절과 함께 감상하는 것이 더 풍부한 감상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 같다. ​이번 전시의 가장 좋았던 점이다.

#2
평소 '빛을 잘 표현해 낸' 그림이나 사진을 좋아하는데,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도 빛의 표현이 부드럽고 서정적이기 때문이다. 빛을 잘 나타낸 그림들은 그 그림 속의 분위기를 잘 나타내주고 왠지 모를 감동까지 주곤 하는데, 이번 전시에서 만난 모리스 드 블라맹크의 풍경화들이 그러했다.
인상파 화가들이 재현해 낸 빛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나는 또 다른 풍경, 소재, 물체를 활용해서 영원히 묻혀버리고 사라져 버릴 것으로 믿었던 감정들을 작품을 바라보는 이의 눈에서 재현되도록 노력했다.'
 
이전까지 내가 보고 느낀 야수파의 대표적인 그림들은 과도기적인 느낌의 추상화 같아서 공감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블라맹크의 작품을 보고는 오히려 현실적인 이미지는 어느정도 가져가면서 인상파보다 주관적인 느낌을 극대화 시킨 것 같아 당시 작가가 작품을 그릴 때 느낀 감정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상 가장 평범한 주제가 예술가에게 가장 위대한 작품의 모티브를 제공한다 단 그 예술가가 자신의 감정을 생생하고 강렬하게 표현하고 이해시킬 수 있다면 말이다. 이것이 바로 예술의 신비다'

'감정을 표현하고 전달하고 불러일으키는 것만이 예술작품이다.'

'분석할 수 없는 기술과 요소들이 작가의 생각과 혼합되어 그 핵심이 감정으로 표출된다.'

블라맹크의 작품과 그가 쓴 책 속의 생각들을 마주하면서, 그는 그저 예쁘게 작품을 포장하여 타인의 시선에 맞춰 아름다움을 표현해내려는 작업보다 평범한 주제, 사물, 풍경 하나도 그 당시 작가가 느꼈던 극대화된 감정을 통해 아름답게 표현해내는 것을 더 중요시 한 것 같다. 이와 더불어 그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이 작가 자신에게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까지 그 감동을 전달해내는 것. 그것이 바로 예술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러한 그의 생각이 내가 평소 예술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생각과 매우 비슷하여 크게 공감했다.
그러던 중 발견한 그가 쓴 책의 구절 중 한 문장.
'예술작품은 자기가 정의내리지 못하고 있었던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방법으로 대리표현하고 정립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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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
나는 특히 그의 풍경화가 가장 좋았는데 하늘 빛을 표현한 부드러운 색채와 표현과 함께 건물과 눈, 나무들을 표현 할때는 과감한 붓터치와 색깔을 사용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의 그림의 특징이기도 한 흰색을 과감하고 적절히 사용한 것도 눈에 띄었는데, 쌓인 눈의 질감, 시간이 지나 더렵혀진 눈의 모습, 눈이 쌓인 나무 등에서의 흰색이 특히 좋았다.
그의 작품에는 거침없으면서도 서정적인 느낌은 남아있어, 작품과 분리된 느낌 보다는 그 풍경 속에서 그와 공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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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최근까지 본 전시 중 가장 마음에 와 닿은 전시였다. 작가와 공감하는 느낌이 들었고, 또 나름대로 작품을 감상하기도 하면서 전시장을 나갈 때까지 전혀 지루하지 않은, 오히려 전시장 밖을 나왔을 때 남는 여운이 더 길게 느껴졌던 전시였다. 그의 작품들도 좋았고, 그의 생각들도 좋았다.

단지 어떤 기법을 썼고, 어느 시대의 화풍을 가지고 있어서 좋다기 보다는 작가가 가진 생각을 공유하고 그것을 그림으로 나타낸 아름다운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어서 였던 것 같다.

올해 여름, 어떤 전시를 보러갈지 고민하는 분들 모두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전시정보와 프리뷰는 - http://blog.naver.com/fleur907/221012456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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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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