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Cracks : 동경이 거짓으로, 거짓이 비극으로. [시각예술]

어쩌면 당신도 인물과 닮아있을지도 모른다.
글 입력 2017.06.07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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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영화 Cracks 결말에 대한 작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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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rack. 명사로 무엇이 갈라져 생긴 금을 의미한다. 오늘 이야기 해볼 영화 Cracks은 평소 꽤 좋아하는 배우 에바 그린이 주연으로 등장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전반적인 영화의 분위기와 배역에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어쩌면 그녀가 연기를 잘해서 인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그녀가 주연이기에 선뜻 보기 시작한 영화는 꽤나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그렇기에 영화의 내용을 찬찬히 살펴본 후 주제에 대해 정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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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 G


   영화는 1930년 영국의 한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한다. 이 학교는 여학생들만 다니는 학교로, 외딴 곳에 위치하여 밖과의 교류가 전혀 없으며 엄격한 규칙을 가지고 있다. 다이빙 교사인 Miss G는 카리스마 넘치는 당당한 모습 때문에 아이들의 선망이 대상이다. Miss G는 특히 그녀가 가르치는 반인 다이빙 팀을 살뜰히 챙기는데, 그 반에서 가장 뛰어난 반장 D가 Miss G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 하게 된다. 하지만 다이빙 팀의 나머지 아이들은 이러한 상황에 불만이 없는 듯 평화로운 날들이 지속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스페인에서 온 귀족출신 피아마가 이 학교에 전학생으로 오면서부터 crack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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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피아마의 등장 이후 초반에 주목해야 할 인물은 D이다. 그녀는 피아마의 등장을 가장 못마땅해 하며 그 불쾌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괴롭힌다. 다이빙 팀에서 가장 뛰어났기 때문에 Miss G의 사랑을 독차지 했지만 피아마는 자신보다 다이빙도 잘하고 선생님의 흥미를 끌만큼 많은 경험을 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학교에 잘 적응을 하지 못하는 피아마에게 특별히 학교 밖에서 먹을 것을 사다 주는 Miss G를 보여 더욱 질투를 하게 된다. 여기까지 영화를 보았을 때에 이 crack의 원인이 D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인물인 피아마를 미워하며 팀 내의 다른 아이들이 그녀를 받아들이기 시작했을 때 조차도 그 사실을 부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crack은 그 이후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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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 G 와 피아마


  Miss G가 피아마에게 끌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D에게 관심을 준 것과는 다른 무엇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거짓 무용담이 아닌 진짜 모험을 해보았고, 다이빙팀 아이들과는 다른 주체적인 모습을 가진 피아마에게 반하게 된다. ‘진짜’에 마음을 빼앗긴 것이다. 사실 학교 내에서의 Miss G의 모습은 만들어진, 거짓된 자아이다. 아이들에게 비춰지는 그녀는 멋진 선생님이지만 학교를 벗어난 외부, 즉 더 큰 사회로 나섰을 때에는 말 한마디 조차 여러 번 연습한 후 겨우 할 수 있는 나약한 자아인 것이다. 아마도 그녀는 이런 자신이 싫어 더 작은 사회인 학교 안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Miss G라는 자신과는 전혀 반대의 ‘거짓’ 자아를 형성한 것으로 생각된다. 끝내 자신은 될 수 없었던 자아를 가진 피아마에 대한 Miss G의 동경은 집착이라는 잘못된 방향으로 변질된다. 피아마는 다이빙팀 아이들과(그리고 D까지도) 벽을 허물고 가깝게 지내며 다가오는 Miss G를 피하려고 애쓰지만 폐쇄된 학교 내에서 그것은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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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마와 D, 그리고 다이빙팀 아이들


  어느 날 자정, 아이들은 성 아그네스의 성찬을 따라 하며 놀이를 하기 위해 일어나 분장을 하고 술을 마시며 정신 없이 논다. 아이들이 점점 시끄러워지자 밖에서 지키고 있던 Miss G는 파티를 정리시키고는 과도하게 취해서 몸을 제대로 못 가누는 피아마를 자신의 방으로 데려간다. 그리고는 돌이킬 수 없는 짓을 피아마에게 저지르고 만다. 이 은밀한 사건을 목격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D이다. 하지만 깊게 뿌리 박힌 한 사람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과 순종을 쉽게 바뀌지는 못했다. 분명히 Miss G에 의해서 순결을 빼앗긴 건 피아마였지만 다음 날 학교를 떠야 할지도 모른다며 눈물을 흘리는 Miss G 보고는 D를 포함한 아이들은 피아마를 벼랑 끝까지 내몰게 된다. 아직 영화를 접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가장 극적인 부분은 이야기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결국 D는 학교를 떠난다. 진실을 보았지만 그게 진실인지 모르고 거짓으로 범벅이 된 눈을 믿었던 자신에게 주는 벌인 것이다. D가 떠나며 영화도 끝난다.





  이 영화는 크게 두 가지의 주제에 대해 다루고 있다.
첫 번째는
'진짜에 대한 동경을 가진 거짓 인물의 집착과 그 말로'
이다. 바로 Miss G로 드러났던 부분으로,
거짓으로 뒤범벅된 자신 속에서
썩을 대로 썩은 그녀의 정신은
이것이 비극인지도 모른 채 비극으로 치닫는다.


두 번째는
‘폐쇄된 사회에서의 한 인물에 대한 절대적 신뢰와 동경의 위험성’
이다. 이는 D로 드러났다.
그들은 언제 분열될지 모르는
또 언제 분열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폭탄을 향해 타 들어가고 있는
도화선인 셈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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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 G의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


  영국의 외딴 기숙학교에서 일어난 이 이야기. 이렇게 글을 통해 보았을 때에는 ‘영화다운’ 내용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마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그 속의 상황들과 감정들이 낯설지 만은 않을 거라 생각한다. 현재 우리가 서 있는 바로 이 곳도 하나의 폐쇄된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 안에서 진실과 거짓은 존재하며 그 둘의 괴리에서 길 잃은 자도 있으며 동경의 대상에 대해 순종적이고 맹목적인 믿음과 행동을 보이는 사람도 분명 존재한다. 필자는 글을 마쳐가며 당신이 Miss G는 아닐지 혹은 D는 아닐지 묻고 싶다. 그리고 영화의 제목이 Cracks, 금 또는 분열 이라는 것을 다시금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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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다소 무겁게 진행되는 영화와 글이었지만
1930년을 배경으로 하여
그 시대의 복식에 있어서는 꽤 볼거리가 있다.

또한 에바 그린의 미묘한 표정 변화로 엿보는
Miss G의 심경변화와 조금 어두운 듯한
영상미, 소녀들의 다이빙 등 영상 자체로도
충분한 매력이 있으니 꼭 한번 보기를 추천하는 바이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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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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