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곡의 밤, 손혜수 리사이틀 [공연예술]

글 입력 2017.06.0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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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예술의 전당으로 ‘베이스 손혜수 리사이틀’을 보러 갔다. 지난번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예술의 전당으로 바이올린 리사이틀을 보러 갔다가, 손혜수 리사이틀 포스터를 보고 그 자리에서 바로 끌렸던 것 같다. 애초에 성악가들을 잘 아는 편은 아니었으나, 올 겨울 JTBC에서 방영했던 팬텀싱어를 보며 그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되었고, 처음에는 그의 목소리에 반해 그의 오페라 무대 등도 찾아봤던터라, 그의 첫 국내 리사이틀이라는 말에 망설이지 않고 바로 예매했었다..
 
베이스 손혜수는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후, 독일 베를린국립음대에서 석사과정을, 드레스덴국립음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2000년부터 독일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했던 음악가이다. 중앙음악 콩쿠르를 시작으로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프랑스 마르세유 콩쿠르, 오스트리아 모차르트 콩쿠르, 그리스 마리아 칼라스 콩쿠르에서 연달아 대상을 차지했다. 또한 함부르크 슈타츠오퍼를 비롯한 독일 메이저 극장과 유럽, 포르투갈 등지에서 공연 및 오페라의 주역을 맡았다. 또한 베이스의 낮은 음역대로 노래를 하며, 동양인으로서는 상당한 장신인 188cm였기에 오페라에서도 비중있는 왕 역할을 많이 맡았다 한다.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는 그의 영상들은 주로 오케스트라 반주와 어우러지는 오페라 영상이었기에, 그가 피아노 반주 하나에 의존해 선보일 가곡들이 기대되었다.


[프로그램]
 
Georg Fredrich Handel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 (1685-1759)
.......Verdi prati (from ‘Alcina’ HWV 34) 푸른초원이여 
.......Si tra i ceppi (from ‘Berenice’ HWV 38) 그녀 가운데에
.......Ombra mai fu (from ‘Serse’ HWV 40) 그 어디에도 없을 나무그늘이여

Franz Peter Schubert 프란츠 슈베르트 (1797-1828)
.......Der Wanderer, D. 489 방랑자
.......An die Musik, D. 547 음악에 부쳐
.......Auf dem Flusse, D. 911 시냇가에서

Robert Schumann 로베르트 슈만 (1810-1856)
.......Die beiden Grenadiere Op.49 No.1 두 사람의 척탄병
.......Dichterliebe Op. 48 (시인의 사랑, Op.48) 
............Wenn ich in deine Augen seh 당신의 눈동자를 바라볼 때
............Die Alten, bosenLieder 낡고 몹쓸 노래들
 
Intermission
 
Hugo Wolf 휴고 볼프 (1860-1903)
.......Drei Lieder nach Gedichten vonMichelangelo 미켈란젤로의 시에 의한 3개의가곡
............Wohl denk’ich oft 종종 지나간 과거를 생각한다
............Alles endet, was entstehet 모든 창조물에 끝이 있기 마련
............Fuhlt meine Seele 내 영혼이 그리워하던 신의 빛을 느끼네

Maurice Ravel 모리스 라벨 (1875-1937)
.......Don Quichotte aDulcinee 둘씨네를 만난 돈키호테
............Chanson romanesque 공상적인 노래
............Chanson epique 서사적인 노래
............Chanson a boire축배의 노래

Sergei Rachmaninoff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1873-1943)
.......З дecб xoрошо (‘Tispleasant here), Op.21 No.7 여기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Ночь печальна(The night is sad), Op.26 No.12 슬픈 밤
.......Вeceнниeводы(Spring waters), Op.14 No.11 봄의 넘치는 물

 



8시가 조금 지나자, 불이꺼지고 그가 들어왔다. 피아니스트 공희상씨도 착석하시고, 첫 곡인 푸른 초원이여가 연주되었다. 티비와 동영상에서만 보던 목소리를 실제로 듣는 것은 신기했다. 또, 성악가가 별 다른 연주 없이 피아노 선율 하나에만 의지하여 부르는 가곡은 너무 아름다웠다. ‘베이스라하면 매우 낮고 묵직하겠지’, ‘웅장한 곡에 어울리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그 묵직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섬세하게 불러 너무 감미로웠다.
 
나는 평소에 노래를 들을 때 가사보다는 멜로디에 집중하여 듣는 편인데, 그것이 외국 노래일 경우 더하다. 그리고 이번 리사이틀에서 그가 선보인 노래들은 모두 독일, 러시아 등의 외국 가곡이었기에 가사를 다 알아들을 리는 전무했다. 그래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프로그램북에 나와있는 곡 명을 보면서 가만히 상상하며 듣게 되었다.
 
그 중 감명깊었던 곡이 있었는데, 우선은 핸델의 Ombra Mai Fu, 번역하자면 ‘그리운 나무 그늘이여’라는 뜻이다. 핸델이 투병 중일 때 하나님을 만나, 병이 치유된 후 그의 그늘을 떠올리며 작곡한 곡이라 한다. 영상으로는 국내 바리톤 최현수의 영상이 있어 소개한다.




곡 명답게,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이었다. 괜히 곡 이름에 한정되어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으나, 정말 그대로 찾아 가서 쉬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공연 전 유튜브를 통해서 찾아본 카운터테너들의 Ombra Mai Fu가 뭔가 신성하고, 천국 속 나무 그늘에 들어온 느낌을 주었다면, 이 곡은 그와는 대비되는 거대한 나무, 굳이 이미지를 떠올리자면 너른 초원에 홀로 있는 올림픽 공원의 나홀로나무 같은 느낌이었다.
 
또 좋았던 곡으로는 2부 마지막 곡이었던 라흐마니노프의 Spring Waters, 봄의 넘치는 물 이었다. ‘봄’의 이미지답게 생명감이 넘치면서도 뭔가 웅장한 곡이었다. 이 곡은특히나 피아노 반주가 인상적이었다. 빠르고 경쾌하게 연주되는 피아노 반주는 봄을 맞아 얼음을 깨고 흘러가는 물 같았고 베이스 손혜수의 목소리는 봄이 와서 소리치는 사람 같았다. 이도 손혜수의 영상은 아니지만, 외국 성악가의 영상이 있어 소개한다.


 

뭔가 베이스라 하면 묵직하고 깊은 음을 낼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이번 리사이틀은 그런 편견을 깼던 것 같다. 강하게 질러대는 것만이 베이스의 정석이 아니라, 그러한 소리를 바탕으로 곡의 감성과 감정을 표현해내는 그런 베이스가 진정한 베이스가 아닐까 싶었다. “시를 바탕으로 그 의미와 감정, 섬세한 뉘앙스를 음표에 넣어 전달하는 것이 의미 없는 큰 소리를 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던 그의 말 만큼, 이번 리사이틀은 예술 가곡의 아름다움과 그를 표현하는 베이스의 아름다움을 잘 나타내는 그런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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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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