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위대한 기록] 베스트셀러 못지 않은 인디만의 이야기
글 입력 2017.05.2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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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E'니까 가능한 'INDIE'의 이야기독립출판에 관한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할 때에도 이야기 했었지만 독립출판물은 독립출판물만이 담을 수 있는 이야기 때문에 나름의 두터운 팬층이 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이제는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로 만든 독립출판물 몇권을 소개하려 한다. 나만의 이야기였지만 이제는 우리의 이야기가 되길 바라는 생소한 주제를 각자의 감각으로 풀어낸, 누군가에겐 소중할 그런 책들.#1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얻기 위해 또 다른 것을 잃으며 살아간다. 비단 사람뿐 아니라 흔히 여겨지는 모든 것들이 그러하다. 경쟁이 목표가 되어 만남과 이별 사이가 점차 짧아지는 지금, ‘안녕, 둔촌주공아파트’는 저자가 살던 아파트라는 장소가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그 모습을 사진과 글로 기록하고 있다. 자신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장소를 돌이켜보는 것은 내가 그 대상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자 모두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애정을 환기하는 작업이다.ⓒ‘안녕, 둔촌주공아파트’ 공식 페이스북
현재 동명의 4권과 또 다른 시각으로 장소를 조명하는 ‘아파트 숲’까지 총 5권의 책이 나와 있다. 처음에는 저자가 머문 장소 바로 그곳에서 개인적인 회상으로 시작하나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의 풍경, 사람, 이웃들의 삶까지 넓혀나간다. 지극히 사적 공간이었던 장소가 공유지도 확장되면서 비로소 독자들 역시 왜 이러한 기록을 시작해야만 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마주하게 된다. 지금 책상 앞에 널브러진 무엇들과 내가 위치한 장소를 보며 아직까진 사랑의 마음이 틔워지지 않는다면, 이 책의 첫 장을 펴보자.#2 플러스 사이즈 패션 컬쳐 매거진 66100
옷차림새를 달리하고 나선 날이면 왠지 모를 자신감이 올라올 때가 있다. 외면과 내면은 서로 마주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반대로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진정한 외면의 아름다움이 빛을 발한다. 여기 사회의 편견을 바로잡고자 나선 독립 매거진이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플러스 사이즈 모델 김지양씨가 발행한 66100은 그들의 모습을 용기라고 생각하는 것마저 부끄럽게 만드는 힘이 있다.ⓒ더나은 미래_김지양 대표 인터뷰 포스팅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섹시하다. 주변 혹은 나와 비교되는 사람들이 어떻든지 신경 쓰지 않고 스스로에게 오로지 집중하는 사람을 보면 표현하기 어려운 끌림이 있다. 매거진 66100은 섹시한 잡지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사내 사정으로 인해 작년 11월을 기준으로 발행이 멈춘 상태이다. 그러나 이전까지 이들이 꾸준하게 말해온 온-오프라인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건 분명 가치 있을 일이다.#3 아빠와 나
언젠가 나의 부모님 역시 세상에 태어나 각자의 삶을 영위하는 하나의 인간임을 알았을 때, 히어로의 몰락이 주는 아픔 뒤로 가족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마음에 자리한다. 아빠와 나는 제목 그대로의 두 주인공이 겪는 매우 일상적이고 사적인 끄적임이다. 그러나 그래서 한번 더 눈이 가고, 마음이 가는 책이다.ⓒ공상온도 스토어 공식홈페이지가장 어렵고 멀게 느껴지면서도 언젠가 바로 내 아빠 혹은 엄마가 되어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이 책에 그려진 일상들이 결코 작은 것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차갑고도 따뜻하게 풀어낸 책장들은, 장맛비가 서늘함을 안기는 여름 어느 때, 은은하게 마음을 덥혀주기에 제격이다.#연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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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독립출판물에 문외한이라, 정숙님의 글이 매우 새롭게 다가왔어요!
그 중에서도 처음으로 소개해 주신 <안녕, 둔촌주공아파트>이 궁금해지네요.
'지금 책상 앞에 널브러진 무엇들과 내가 위치한 장소를 보며 아직까진 사랑의 마음이 틔워지지 않는다면, 이 책의 첫 장을 펴보자.'라는 이정숙 에디터님의 글덕분인 것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추천해주신 독립출판물을 모두 접해보고 싶어요!
글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