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들의 몸짓으로 웃는다. 무언극 '이불'
글 입력 2017.05.28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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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내 방에 있는 이불, 가족과 함께 덮는 이불, 집 냄새가 나는 이불… 모두에게 이불은 애착인형 같은 존재일 수도 있다. 모두에게 따듯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불 속에서 싸우더라도 항상 ‘함께’ 있다는 의미가 있으니 말이다.무언극’이불’에서 보여주는 몸짓은 차가움, 따듯함이 동시에 담겨있었다. 극에서 부부가 다투는 모습도 이불 하나로 감정이 전달이 되었고, 싸웠음에도 불구하고 추워하는 아내를 보며 이불을 꺼내오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배우 김정과 마임이스트 이두성의 몸짓에 따라 관객들은 웃었다.여느 부모님처럼 티격태격 싸우는 모습이 관객들의 웃음을 불러 일으켰던 것 같다. 집에 물이 차오르는 모습, 비가 오며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모습.. 그들의 모든 몸짓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빈 무대를 보며 ‘집’이라는 공간을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마임, 무언극의 매력인 것 같다.이불이 이렇게 많은 모양을 만들 수 있는지 처음 알게 된 것 같았다. 사실, 이불로 배를 만들어 항해를 해본다라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었다. 어릴 적 이불을 가지고 놀아도 이불 속에 숨거나, 이불을 그네처럼 탄다거나... 이 정도가 끝이었다. 이불을 새로운 모양을 만들어 그 속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 공연을 보았을 때,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기도 하며 새로운 깨달음을 느끼기도 했었다.실시간으로 음향효과를 만들어주는 것도 볼거리였다. 영화에서만 보던 음향효과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다. 물방울 소리, 폭풍우가 부는 바닷소리가 무대 옆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두 배우의 몸짓도 좋지만, 연주자 강혜련, 조의진이 음향 소리를 만들다 중간에 무대로 들어와 함께하는 몸짓은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50분이라는 시간이 알찬 공연이었다. 생소했던 마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게 했다. 아직 대중이 갖고 있는 마임에 대한 인식은 과거의 이미지에 머물러 있어 아쉬움이 있었는데, 무언극 ’이불’을 통해 혹은 더욱 많은 마임이스트들의 활동을 통해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진실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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