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잊지 말아야 할 우리의 유산, 수원 화성을 다녀오다 [문화전반]

글 입력 2017.05.0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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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학기에는 유독 원어수업을 많이 듣게 되었다. 수강신청을 망해버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원어수업을 듣게 되었다만 생각지도 못하게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게 되었다. 연휴가 많았던 5월 첫째 주, 한 외국인 친구가 내가 살고 있는 수원에 놀러오고 싶다고 연락해왔다. 20년 넘게 수원에서 거주하고 있지만 잘 몰랐던 도시이기에 볼 것이 없다며 둘러댈지 말지 고민을 잠깐 했었으나 이내 그래도 내가 살고 있는 곳인데 소개는 해줘야겠다 싶어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을 중심으로 일일 투어를 진행했다.




수원 화성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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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두산백과사전, 팔달문)


 중국에 선전(深圳)이라는 도시가 있다. 이 도시는 덩샤오핑 주석이 문화대혁명 이후 개혁개방 정책을 내세우며 어촌을 경제 계획도시로 만든 곳이다. 수원 또한 선전과 비슷하게 조선 제 22대 정조대왕으로 인해 계획도시로 탄생하게 되었다. 정조대왕으로 생긴 수원은 그 이후 문화 및 상권에 큰 발전을 이루게 된다.

 왜 하필 수원이었을까? 이는 정조대왕의 극심한 효심 덕분이었다. 정조대왕의 아버지인 사도세자는 당파싸움으로 인해, 영조의 명령으로 8일 동안 뒤주에 갇혀 억울하게 죽었다. 그때 당시 정조대왕의 나이는 고작 11세. 그는 절대로 이 사건을 잊지 않았다. 왕으로 즉위한지 13년째 되는 해, 정조대왕은 사도세자의 무덤을 명당으로 꼽히는 수원의 화산 (지금의 경기도 화성) 으로 옮기고 호칭을 ‘현륭원’으로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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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영화 '사도' 중, 뒤주에 갇힌 사도세자를 보는 정조)


 문제는 옮기고자 한 그 곳이 바로 ‘수원읍’이라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살고 있던 동네였던 것이었다. 이에 정조대왕은 ‘수원읍’을 지금의 수원 팔달산 자락에 새로 짓게 지시하였으며 부자들에게 자본금을 주고 수원에서 장사를 시작하도록 지원했다. 왕권 강화의 목적으로 설계된 신도시였던 수원은 서울과 멀지 않았으며 다른 지역의 장사꾼들도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길을 텄다. 이로 인해 수원은 교통의 요지이자 상권의 중심으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수원이라는 신도시를 만들 때 정조대왕은 ‘화성’도 함께 건설하여 읍성과 산성을 모두 갖춘 성곽도시로 만들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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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성은 마을을 보호해주던 성곽,
산성은 전쟁이 나면 백성들을 지켜주는 성곽으로
보통 읍성과 산성이 따로 있어 전쟁이 나면
마을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버리고 산성으로 대피했어야 했다.

그러나 수원 화성은 읍성과 산성을 합침으로써
백성들의 삶도 지키고 군사 요충지로도 사용되었다


 이때 바로 여기서 ‘정약용’이 등장한다. 실학자였던 그는 자연 환경을 고려하여 지형을 따라 화성을 설계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성곽의 높이가 모두 제각각이다. 또한 그는 ‘거중기’라는 첨단 기계를 사용하여 2년 9개월이라는 초고속의 기록으로 화성을 완공했다. 정약용은 화성을 지으면서 성의 형태, 성을 쌓는 방법과 재료까지 ‘화성성역의궤’라는 책으로 기록했다. 그는 성의 유지와 보수를 생각하며 그림과 글을 함께 기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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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두산백과사전, 거중기)


 수원 화성을 가게 되면 깃발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깃발 색에 따라 우리가 현재 어느 방향에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오방색(五方色)이라는 문화가 있어 색에도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다. 이에 청색은 동쪽, 적색은 남쪽, 백색은 서쪽, 흑색은 북쪽, 황색은 중앙의 뜻을 나타냈다. 따라서 동문인 창룡문에는 파란색 깃발이, 남문인 팔달문에는 붉은색 깃발이, 서문인 화서문에는 흰 깃발이, 북문인 장안문에는 검은색 깃발이, 그리고 군사지휘소였던 서장대에는 노란색 깃발이 있다. 성곽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깃발 색이 갑자기 변하게 되는데 이는 우리가 가는 방향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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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깃발, 동쪽 방향의 성곽 길)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화성은 그 옛날에 만든 화성이 아니다. 6.25 전쟁으로 인해 대부분이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정약용이 남겨 놓은 ‘화성성역의궤’를 통해 자연환경과 어울리는, 마을을 지켜주는 예전의 모습으로 최대한 많이 복원시키고자 했기 때문일 것이다.

 성곽을 생각한다면, 중국의 ‘만리장성’을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대륙의 웅장한 스케일과 비교할 순 없겠지만 조상들의 지혜와 사람들을 지키고자 만들어진 화성은 세계에서 가장 으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수원 화성 살리기

 

 정조대왕은 수원을 제 2의 서울로 만들고자 상업을 활성화 시키고자했다. 정조대왕의 이러한 노력은 시장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현재 수원에는 팔달문(남대문)을 중심으로 총 9개의 전통시장 (팔달문시장, 지동시장, 영동시장, 미나리광시장, 못골종합시장, 남문로데오시장, 시민상가, 구천동 공구상가, 남문패션1번가)이 위치하고 있으며 이 시장들을 다 통합하여 우리는 ‘수원 남문시장’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긴 역사를 자랑하던 수원의 전통시장은 현재 죽어가고 있다. 불경기에다 도시에 들어선 백화점으로 인해 아무리 깨끗해지고 현대화된 전통시장이라 하더라도 사람들의 발걸음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행히 요즘에는 전통시장 상권을 활발히 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청 주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후원하는 제 1회 2017 전통시장 ‘봄내음’ 축제가 4월 29일부터 5월 14일까지 수원 남문시장에서 열리고 있었다. ‘떠나요 봄여행, 즐겨요 봄시장’이라는 슬로건 아래 프리마켓, 문화공연, 체험행사, 경품 이벤트, 특가 판매, 푸드트럭 먹거리 시장, 야시장, 정조대왕대왕 미니어쳐 만들기 행사 등이 지동교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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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네이버 블로그, 지동시장)


 전통시장뿐만 아니라 수원 화성과 수원 화성행궁(왕이 수원으로 행차할 때 거처하던 곳)도 활성화시키기 위해 봄 여행주간을 맞이하여 4월 29일부터 5월 14일까지 무료입장을 진행하고 있었다.

 굳이 봄행사가 아니더라도 화성행궁 광장에서는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11시 30분까지 무예24기 시연이 진행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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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수원문화재단, 무예 24기)

정조대왕의 명을 받은 실학자
이덕무, 박제가와 무예의 달인 백동수가
1790년에 편찬한 「무예도보통지」의
24가지 무예를 뜻하는 것으로 조선 전래의 무예는 물론,
중국과 일본의 우수한 무예를 적극 수용하여
'24기(技)'로 정리한 무예교범이다.

무예 24기는 화성에 주둔했던
당대 조선의 최정예부대
장용영 외영 군사들이 익혔던 무예로서
역사적 가치는 물론 예술적, 체육적 가치가
아주 높은 무형의 문화유산이다.


4월 16일부터 10월 29일까지 매주 일요일 오후 2시~2시 30분까지 제 22대 정조대왕대왕의 친위부대였던 장용영 군사들의 수위의식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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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수원문화재단, 장용영 군사들의 수위의식)


 행궁동 왕의 골목여행, 밤이 들려주는 정조대왕이야기 행궁야사, 리틀정조체험 등 다양한 테마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또한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서언이와 서준이가 탔던 헬륨기구, 국궁체험, 화성어차, 행궁 벽화골목, 공방골목도 있어 여행객들이 많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최근에는 5월 5일부터 5월 7일까지 제 21회 수원연극축제가 진행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 대표 공연예술제인 수원연극축제는 수원 화성행궁 광장 및 수원화성 주변에서 공연하며 우리나라의 전통 이야기 (춘향전, 정조대왕, 마당극 등), 전통 악기를 사용한 공연들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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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아시아투데이, 정조대왕 뮤지컬)


 올해 9월 22일~24일에는 제 54회 수원화성문화제가 있을 예정이다. 정조대왕대왕 능행차, 정조대왕대왕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진찬연, 수원등불축제 등 저녁까지 다양한 공연과 체험행사를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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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수원문화재단, 제 53회 수원화성문화제)


 
*
수원 화성 관련 축제 및 행사는
수원문화재단 사이트를 참고하면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올해 12월 31일까지 ‘수원시’와 카카오톡 친구를 맺으면 수원화성, 화성행궁, 수원박물관, 수원화성박물관, 수원광교박물관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헬륨기구, 화성어차, 국궁체험, 시티투어, 한복 대여 등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수원화성과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하여 수원시에서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조대왕대왕부터 내려온 전통과 문화를 지키기 위해서 수원시민들도 축제와 행사에도 많이 참여하고 있으며 수원에 위치한 초등학교에서는 정조대왕대왕과 관련된 수업내용을 많이 다루고 있다고 한다.





 조선시대 중 가장 좋아하는 왕이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세종대왕과 정조대왕을 답할 것이다. 그만큼 정조대왕은 사람들로부터 존중을 많이 받는 왕이자 효심이 높았던 분이었다.

 초등학교 때 배웠던 정조대왕의 일화는 아직도 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정조대왕은 사도세자가 묻혀 있는 화산을 푸른 숲으로 가꾸기 위해 소나무를 많이 심었는데, 솔잎을 갉아먹는 송충이들도 함께 증가하여 큰 피해가 있었다고 한다. 정조대왕은 송충이가 줄어들지 않자 직접 화산으로 올라가 송충이를 집어 들고는 큰 소리로 “네 어찌 그리 정성껏 가꾼 친소의 솔잎을 갉아 먹느냐!”라고 소리치며 집어 들었던 송충이를 한 입에 먹었다고 한다. 그러자 소나무에 있던 송충이들이 후두둑 땅으로 떨어졌다는 이야기였는데, 정말 인상 깊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도 사실 정조대왕이 이순신 장군을 너무 좋아해서 그의 일기를 묶어 ‘난중일기’라고 불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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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수류정 근처)


 지금 살고 있는 도시에 깃들어져 있는 문화와 이야기를 다시 살펴보며 역사가 깊은 도시에 사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문화를 지키기 위해서 시민의 참여가 얼마나 필요한지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수원 근교에서 살고 있다면 올 봄을 맞이하여 방화수류정 야경을 한 번 보러 가는 것은 어떨까, 수원 화성의 매력에서 아마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다.





참고: 네이버 지식백과사전
수원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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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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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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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마천사
    • 음 수원에 사시는 군요 저도 수원 ~ ^^ 반갑습니다.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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