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의 지혜 [문학]

사랑'하는' 우리들
글 입력 2017.04.14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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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사랑의 지혜 [문학]
사랑'하는' 우리들



낯선 무엇인가가 -다른 사람의 얼굴이- 내게 다가와서 나의 무관심을 끊도록 강요한다. 나는 방해되고, 나만의 인생에서 깨어나고, 독단적인 잠에서 일어나고, 무죄의 왕국에서 추방되어, 타인의 침입에 의해서 내가 선택하지도 않았고 원하지도 않았던 책임감을 느끼도록 요구된다.
 
- 사랑의 지혜 중
 
 
나의 연인은 나에게 알랭 핑켈크로트의 『사랑의 지혜』를 읽어보길 권했다. 그가 나의 연인이 아니었던 때였다. 그리고 그의 말 한 마디에 바로 책을 주문하고 다음 날 받아 읽기 시작했다. ‘문장이 좋다, 좋아서 아껴 읽고 싶을 만큼이다.’ 그의 말이 떠올랐다. 나도 아껴 읽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오래 읽어나갔다.
 
그는 존 마셔의 이야기를 읽고 사랑을 놓친 존 마셔와 그가 다름없다 생각했고 그는 사랑을 시작하고 싶다 결심한다. 그렇게 그와 나는 연인이 된 것이다.
 
그는 발가벗은 얼굴을 보였고 그는 노크도 없이 내 안에 들어가 나의 의지를 교란시키고, 내가 누리는 정적을 깨뜨린다. 나는 더 이상 선택할 수도, 선택하지 않을 수도 없는 지경에서 그저 그의 명령에 복종하며 그를 좇는 것이다. 결코 제 자리에 있지 않는, 나를 기다리는 않는 그를 나는 좇고 다시 좇으며 그를 결코 따라잡을 수 없다는 사실에 수없이 긁히는 것이다.

 
*
사랑의 지혜는 우리에게 타자가 어떻게 침입하는지 사랑은 어떻게 발생하는지 그 필연적인 고통과 폭력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결코 사랑과 떨어질 수 없는 지혜에 대해 말하며 우리 시대의 사랑의 지혜, 윤리를 확립한다. 
 
 
윤리, 그것은 타자의 얼굴에 의해 나의 본성을 재검토하는 일이다.
 
- 사랑의 지혜 중
 
 
*
사랑의 지혜를 읽으면 타자 앞에 무력한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에 대해 내내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타자의 얼굴에 사로잡힌 무능한 ‘나’ 혹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억울하고 속상해서 그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그리고 궁금해 한다. 그에게 나는 떨칠 수 없는 얼굴일까. 그도 나처럼 괴로울까. 그도 무신경 할 수 없는 자신에게 화가 날까. 그도 나를 좇으려 안달이 날까. 그의 곁에 서 멈추지 않는 사랑 받는 사람에게 억울한 심정일까. 그는 나와 같을까 다를까. 그런 것들이 궁금하다.
 
 
그는 끊임없이 나열되는 문장들에 쉽게 공감할 수 없고 공감할 수 없는 자신이 못마땅하다 했다. 어느 순간부터 힘이든 그는 사랑의 지혜 읽기를 멈췄다 했다. 그는 어느 순간 다시 책을 찾아 읽게 될까. 어쩔 수도 없이 그럴 수밖에 없도록 무언가 강하고 집요하게 그를 몰아붙일까.
 
그렇게 책을 다 읽은 나는 곰곰이 앉아서는 사랑, 지혜, 사랑의 지혜, 윤리 이런 단어들을 반복해 써내려간다. 무엇보다 그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한 채.


여름 밤의 꿈.png
 

[양나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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