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 학창시절을 달래준 '치인트' 안녕 [문화전반]

글 입력 2017.04.0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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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부터 지금까지 약 7년 간 연재됐던 네이버 웹툰 ‘치즈인더트랩’이 에필로그를 남겨두고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일명 ‘로맨스릴러 (로맨스 + 스릴러)’로 불리며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던 ‘치인트’가 이제 정말 끝나간다. 뭔가 또 반전이 있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끝나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왔나 싶다. 고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내 학창시절을 달래준 ‘치인트’는 많은 의미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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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은 중학교 때부터 봐왔지만 본격적으로 웹툰 작품들을 챙겨보기 시작한건 기숙사형 고등학교로 진학한 이후였다. 밤늦게까지 자습실에서 공부하기가 지루했던 나는 쉬는 시간에 기분 전환 겸 웹툰을 즐겨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만난 작품이 바로 ‘치즈인더트랩’ 이었다. 고등학생이었던 나에게 사실 ‘치즈인더트랩’ 이야기는 로망 그 자체였다. 웹툰 속의 대학생들은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다른 건물에서 수업을 듣고 잘생긴 선배를 만나기도 한다. 가장 부러웠던 점은 자유로운 대학생활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으며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고, 과 사람들과 술도 마시는 등등 기숙사에 박혀 있는 그때의 삶과 비교하면 너무 자유분방해 보였다.
 
대학 캠퍼스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스토리는 고등학생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웹툰 때문에 공부를 열심히 했던 건 아니지만 적어도 ‘대학에 가기만 한다면’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봐야지 하는 상상 속에 젖어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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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된 후 ‘치인트’는 내가 가장 공감하는 웹툰 작품이 되었다. 고등학생 때는 알바도 하고 대학 수업도 듣는 설이가 부러웠다. 알바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살아가면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학생이 되고, 알바도 해보니 설이가 대단해 보였다. 예전보다 어려워진 형편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부모님 가게일도 도와주고, 장학금을 받기 위해 열심히 사는 설이는 내가 흔히 알고 있던 일반 대학생의 이미지가 아니었다. 알바도 하면서 장학금을 받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직접 경험해보며 알게 되었다.
 
또한 남들이 어려운 부탁을 할 때, 조별과제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였을 때 자신의 힘으로 다 해결하려는 설이를 보며 그녀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대학생활 중에 일어나는 일들을 보며 나였다면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대학생 설이를 통해 우리사회에 아직도 남아있는 남아선호주의와 취업난도 볼 수 있었다.
 
가장 공감이 되고 예의주시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설이와 설이 주변 사람들의 ‘관계’일 것이다. 설이는 대학이라는 사회 틀 안에서 ‘관계’에 의한 사건들을 겪는다. 자신을 따라하는 손민수부터, 자신을 스토킹했던 오영곤, 남자에 눈이 멀어 설이를 위험에 빠트린 남주연, 강한 사람 앞에서는 약하고, 약한 사람 앞에서는 강한 선배 김상철, 다혈질적이지만 따뜻한 백인호, 그리고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지만 자신을 꽁꽁 숨기는 남자친구 ‘유정’ 등등 여러 인물과 얽히고설키게 된다.
 
인물들도 많고 사건들도 많아 하나하나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작은 대학 안에서도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구나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설이는 복잡한 관계에서 무너지지 않았다. 그녀는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며 더 끈끈하고 확장된 관계를 형성해 나갔다. 나 또한 대학에 진학하게 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어떻게 관계를 형성해야하고,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어렵기만 하다. 천천히 ‘관계’ 퀘스트를 레벨 클리어 하며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는 중인데 나의 선택이 과연 옳은가 싶다.
 
대학에 가게 되면 주변 사람들이 이렇게 얘기한다. “대학에 가면 진짜 친구를 만들기 힘들다.” 그런데 그 말은 별로 사실처럼 와 닿지 않는다. 자신이 어떻게 사람을 대하느냐에 따라 그 관계가 달라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저 수업을 같이 들어서, 혼자 밥 먹기 싫어서 같이 다니는 친구들은 방학 때 카톡 한 번 오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진심으로 그 친구를 대하고 같이 맞춰나감에 따라 그 친구는 인생친구가 될 수가 있다. 물론 내가 진심으로 대했지만 상대방이 그렇지 않을 경우, 진정한 친구가 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가능성 속에서 나와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그리고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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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하다보니 ‘치인트’의 유정이 유독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숨기는 법을 터득했다. 자신의 성격, 모습을 숨긴 채 뒤에서 사람을 이용하고 조정하기도 한다. 또한 남이 자신의 약점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며 상대방이 도가 넘게 자신의 영역을 침범했을 때 처참히 그를 무시하고 무너트린다. 유정은 겉으로 보면 훤칠한 외모에 과탑도 하는 완벽한 남자이지만 사실 그의 마음은 계산적이고 치밀하며 잔인하기까지 하다.
 
그런 그의 내면 모습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바로 설이었다.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설이가 발견하자 유정은 그녀를 무시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설이의 모습을 보고 정이는 그녀에게 관심을 표현한다. 이러쿵 저러쿵해서 사귀게 된 두 사람. 연애 중에 그 둘에게 여러 가지 사건들이 발생한다. 정이는 설이를 위협한 스토커의 손을 분노에 휩싸여 꺾어버려 설이를 당황하게 만들고, 백인호가 설이에게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위협을 놓기도 한다.
 
독자들은 이런 그를 ‘소시오패스’가 아닌지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나 또한 정이의 시각으로 써진 에피소드를 보기 전까지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정이는 항상 설이를 잃을까봐 불안해했을 뿐이었다. 관계유지가 서툰 그는 최선을 다해 설이를 지키고 싶어 했다. 설이는 그에게 ‘봄’이었고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다. 그저 그만의 방식대로 노력했을 뿐인데 다들 도망가는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더 안타까워 보였고 그의 행동을 그의 입장에서 조금 이해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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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만남의 장이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 공간을 설이는 이제 졸업한다. 다사다난한 설이의 대학생활도, 우여곡절 많았던 그녀와 대학친구들의 관계도 이제 안정되고 있다. 이제 서울에도 곧 벚꽃이 피려고 한다. ‘치인트’가 끝나가지만 우리의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눈앞에 펼쳐질 선택의 길에서 망설이지 말고 마음이 이끄는 데로 행했으면 좋겠다. 항상 설이처럼 되고 싶었는데 그래서 항상 챙겨봤는데 앞으로 ‘치인트’가 많이 그리울 것 같다.





자료출처: 네이버 웹툰 '치즈인더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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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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